장편야설

청춘예찬 에필로그-1년후.그리고....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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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박. 여기 손님 오셨으니까 커피두잔 부탁해요."


"아...괜찮은데.."


"무슨말씀을. 커피정도는 드려야죠. 자자..계속 이야기해 볼까요?"


이야기를 나누며, 승민은 역시나 사람상대는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아야만 했다. 자신의 요구대로 척척 오케이 했던 민혁과는 달리, 지금 이 회사의 사장은 적극수용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은근히 자사의 이익분기점을 높이는 협상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승민과는 달리 달변이었다. 언뜻 보면 승민에게 맞춰주고 있는듯 하지만, 손익쪽 이야기가 나오면 여지없이 승민이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파고 들며 우위를 점하려 했다.



"아..저기..그게 그 부분은 저도 회사와 상의를.,.."

 

"하하하.그렇지요.우팀장님 혼자서 정하시기는 힘들것이지만....제 말은 이 부분을 말이죠.."

 

승민은 여전히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뭐라고 대응해야할지 전혀 적절한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똑똑.'


노크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렸다. 

살짝 키가 커보이는 듯한, 정장을 잘 차려입은 한 여성이 커피가 놓인 쟁반을 들고 다소곳이 들어왔다.


사장은 신경도 쓰지 않고 승민에게 뭐라고 말을 하고 있었지만, 승민에게는 그의 말이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아....'


그는 그녀가 누군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단정히 틀어올린 머리에, 단정한 정장을 입고 있지만, 모델과 같은 키와 몸매의 굴곡마져 숨길수는 없었다.

그리고 섹시하면서도 청순함을 동시에 풍기는 눈과 오똑한 콧날....

그에게는 절대 잊을수 없는 첫경험의 그녀.


 

그녀도 승민을 보자마자 동작을 멈춰 버린다. 

한참이나 말을 하던 사장은 승민이 반응이 없자 고개를 들어 그를 잠시 바라봤다.



"우팀장님?"


"아..예...죄송합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승민은 그녀...아니, 슬기나에게 시선을 떼지 못했다.


 

'누나.....이 회사에 있었구나.....'


오랜만이다. 

너무나 오랜만이었다. 

비록 지금은 이사를 했지만, 예전에 살던 집에서는 종종 가을을 우연히 나마 마주칠수 있었고, 하은역시 시내에서 본적이 있었지만, 슬기나 만큼은 헤어진 이후로 단 한번도 보지 못했던 것이었다.


슬기나역시 들고있던 쟁반을 놓칠 뻔한것을 겨우 참아내었다. 하지만 여기선 아는척할 장소가 아니었다. 

그녀는 침착하게 걸어가 사장과 승민에게 각각 커피 한잔씩을 올려주었다.



'그대로네...이 향수..'



어찌잊을수 있을까. 첫경험의 짜릿한 기억속에서, 술냄새와 함께 풍겼던 그녀가 즐겨쓰는 향수. 

톡톡튀는 그녀 만큼이나 알싸하면서도 짜릿한 향기.

승민은 애써 그녀를 보지 않고 다시금 사장에게 시선을 돌렸다. 

뭐라고 쉴새없이 말을 하는 그였지만, 승민의 시선은 사장실을 나서는 그녀의 뒷모습에 고정되어 있을 뿐이었다.




"오우 마이 갓!"


그는 큰 소리로 소리쳤지만, 워낙 공항이 시끄러운 탓에 주변사람들의 시선을 끌거나 하진 않았다. 

선글라스를 벗으며, 형준은 크게 심호흡을 했다.



'이 얼마만에 맡는 조국의 향기인가...'


새삼 자신이 마치 애국열사로써 해외파견을 다녀온줄 아는듯,형준은 만면에 웃음을 가득 띄우며 주변을 둘러 보았다.



'흠...그래도 좀 온다고 연락좀 할걸 그랬나.'


'비밀리에 입국'이라는 신비 컨셉을 내새워 그 누구에게도 연락을 하지않고 온 형준은 자신을 맞이하러 온 인원이 단 한명도 없자 금새 실망해 버렸다.



'음...고 1년사이에 한국도 많이 변했구만..'



물론 1년사이에 인천공항이 변했다는 뜻이 아니었다. 

주변을 지나다니는 여자들을 보며 한 말이었던 것이다. 

아무리 미국이 기회의 땅이라 한들, 자신의 옆에 자타가 공인하는 미녀인 윤지가 붙어 있다고 해도, 사실상 미국에 있는 쭉쭉빵빵한 미녀들에게는 형준은 잘 관심이 가지 않았다.

역시 한국인에게는 한국여자!라는 말도 안되는 좌우명이 새로 생긴 샘이었다.



'많이 선진국이 되었어...평균몸매들이 아주기냥..'



지버릇 개못주는 모양인듯, 형준은 윤지의 영역에서 벗어나자마자 수없이 방류(?)된 여성동지들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잠시 휴가를 내서 온 한국. 형준은 이례적으로 7일간의 휴가를 내고 오는 길이었다.

게다가 학교에 들어갈 시험준비 역시 완벽하게 끝내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그의 몸속에 깊숙이 잠재되어 있는 '띵까띵까 세포'가 다시금 활개를 치는 시즌이 온것이었다.



'어디어디...가만있자...승민이 녀석부터 보러가야하나?'



문득 그 안어울리는 커플 둘이서 잘 지낼까 하는 생각이 들자, 그는 문득 궁금해 지기 시작했다.

그 순간 형준의 앞으로 잘빠진 여성 한명이 스윽 지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언제나처럼 생각을 급수정해야만 했다.



'아버지께서는 말씀하셨지. 습관을 지키는 자가 성공한다고!'



집에가서 짐을 놓고 자신의 모교로 가려던 계획을 바로 클럽쪽으로 수정하며, 오늘도 자신의 아버지께서 하신 주옥같은 명언을 재해석 하는 형준이었다.



그는 초조하게 기다렸다. 

어찌어찌 계약에 관한 약속을 했지만, 승민의 머릿속엔 그것들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사장과 이야기를 하고 나온 그 뒤로 승민은 그녀를 찾았지만, 그 어디에도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그는 약간은 뜬금없지만, 1층 로비에서 서성거리고 있는 참이었다.

확신은 할수 없지만, 왠지 슬기나를 만날수 있을지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 때문이었다.



'띵동'



승민은 문득 문자메세지가 울려 서둘러 휴대폰을 열었다. 처음보는 번호로 와 있는 문자메세지 였다.



-엉아가 한국에 오셨다. 다들 모교 후문앞으로 모여 찬양하고 경배할 준비를 하도록-



단체문자의 성격이 짙은 단 한줄이었고, 누군지 밝히지도 않았지만 승민은 발신자가 누군지 확연히 알수 있었다.



'이 자식...한국온거야?'



반가움 보다는 의아함이 들었다. 왜 1년만에 돌아온단 말인가? 몇년은 잡고 간 녀석이?

하지만 그는 그런것에 걱정을 할 여유가 없었다. 로비에서 기다린지 20분이 넘어가도록, 슬기나는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를 피하는 걸수도 있어...돌아가자.'



아쉽다. 하지만 다음번에 또 이곳에 들르게 될 것이 분명했기에, 승민은 마음을 접고 걸음을 돌려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따악!'


"아아악!"



점잖은 회사 로비에 목탁 소리와 같은 청명한 소리가 울린다. 승민은 뒷통수를 움켜잡고 반사적으로 훽하고 뒤를돌아 보았다. 



"엄살은...여전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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