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야설

유학생 엄마(실화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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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의 집은 알바니 웨스트필드 쇼핑몰 근처의 방 두 칸짜리 작은 아파트였다.

창문 밖으로는 맞은편 나지막한 아파트가 보이고 조용하지는 않아도 크게 소란스럽지도 않았다.


아직 잠들어 계시는 그분을 침대에 두고 나는 크지 않은 집들을 대략 살펴보며 그간 그분의 생활들이 어땠을까 추측하고 있었다.


화장실에 놓은 남자와 여자의 칫솔, 그리고 한쪽 구석에 아무렇게나 쌓여 있는 속옷 무더기.

워드롭 안에 들어있는 여자 속옷과 화장대에 놓인 여자 물건들.

내가 없는 사이에 다른 여자가 이곳에 자주 다녔을 거라는 충분한 증거들이 차고도 넘쳤다.

하지만 그분에게 여자가 없었을 거라고는 생각이 들지도 않았다.


부엌에 가서 먹을 것들이 있나 살펴본 후

북어 봉지를 뜯어 간략하게 북엇국을 끓이고 밥을 씻어 얹힌 뒤에 아이들이 잘 있나 살피려고 핸드폰을 들었다.


지혜 씨에게 부재중 전화가 5통.

다행히 아이들에게는 톡도 와있지 않았다.


낮은 목소리로 지혜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채 울리기도 전에 전화가 연결되었고 다짜고짜 내 안부를 묻는다.

그와 같이 차를 타고 갔는데 왜 연락이 안 되었는지 궁금했었다고.

그런데 그와 같이 노래방에 왔던 그의 남자친구를 통해 내가 집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안심했다고 한다.


당장 아이들이 있는 피하에 가야 하지 않겠냐고 하길래 오전 중에 집으로 가겠다고만 전화를 끊었다.


생각해보니 어제는 두 남자가 내 안에 들어왔었네.

야릇한 기분도 들고 창피하고 비밀스러운 기분도 들었다.


아침을 먹고 그분은 나를 집 앞에 내려주고는 연락하겠다며 휭하니 가버렸다.

허전한 마음도 없지 않았으나 그분과 다시 만나게 된다는 생각에 들떠 물건들을 챙겨 들고 바로 옆의 지혜 씨 집으로 갔다.

지혜 씨는 눈을 동그랗게 눈을 뜬 그녀의 시선은 내 몸 위아래로 오르락거렸다.


"일단 늦었으니까 차에 타고 가면서 이야기해요"


차 안에서 그녀는 처음 보는 남자가 나를 내려주는 것을 보았다면서 내가 집에서 잠을 잔 게 아니냐고 내게 묻는다.

그리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어제 그 남자애 어땠어? 생긴 거는 잘생겼던데"


나는 말없이 창밖을 보다가 지혜 씨에게 말했다.


"나 어제 사실 그분 집에서 잤어요. 그분은 나를 잘 알고 저도 그분을 잘 알아요."


지혜 씨는 한동안 곰곰이 생각하는듯하더니.

어제 자기도 노래방에서 만난 남자애랑 아침까지 같이 있었다고 말을 한다.

그리고 밤에 두 번을 하고 아침에 또 한 번을 했다면서 젊은 애들이 좋더라는 둥 야기를 하기 시작했고

나는 지혜 엄마의 이야기를 자장가 삼아 창문에 기대어 졸음을 시작했다.


차에서 졸다가 잠이 깬 것은 피하를 다 와서가 아니고 전화기 진동 때문이었다.

그분이다.


"오늘 저녁에 집으로 와라."


나는 지혜 씨의 눈치를 잠시 보다가 그러겠다고 말씀을 드리고는 피하에 도착 한 뒤에 지혜 씨의 시선을 느끼면서 아이들을 챙겼다.

커피를 마시려고 물을 끓이고 있는 네게 갑자기 지혜 씨가 묻는다.


"통화한 분을 좋아하나 봐요. 얼굴에 표시가 나요."


나는 커피를 만들어 데크로 나왔고 지혜 씨를 보면서 고개만 끄덕였다.


"오래되었어요? 뉴질랜드에서 맛난 거에요? 그분은 결혼했나요?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하실 건가요?."


난 지혜 씨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분을 만나기 전에 만났던 그로부터 도착한 문자를 보고 있었다.


`누나 어제 차에서의 특별한 기억을 오래 간직할게요. 그리고 한 번 더 저에게 기회를 주세요"


문자에 대답할 필요도 느끼지 못한 나는 저녁에 그분 집으로 가기 위해 지혜 씨에게 부탁했다.


"저 저녁에 나갔다가 아침에 들어올 거 같은데 아이들을 부탁해도 될까요?"


그분의 집으로 차를 운전해가면서 너무 들떴으나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후회도 되는

여러 가지 감정들이 뒤섞인 채로 차는 어느새 그분의 집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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