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야설

남자들의 상상 - 상편 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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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장은 지은 지 십 년 정도가 되어 보였고 부동산으로서의 가치도 상당히 있어 보였다.

산 중턱에 이런 개인 별장을 지을 정도라면 꽤 잘 사는 녀석일 텐데 선뜻 그럴만한 친구가 떠오르지는 않았다.

어쨌든 영권은 산장 앞까지 다가가서 문을 두드리며 인기척을 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고 산중은 고요하기만 했다.


언젠가 들은 적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집에 아무도 없으면 그냥 돌아서서 가지만 미국이나 서양 사람들은 아무런 인기척이 없으면 문을 열고 들어가 본단다.

그것이 호기심 때문인지 아니면 주인이 어떤 사고를 당했을지 모르는 불안감 때문이라고 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영권도 그냥 돌아갈 수는 없었다.

하긴 그렇게 먼 길을 와 놓고 그냥 돌아갈 어리석은 남자가 어디 있을까.


문은 열려 있었다.

끼-익 소리를 내면서 문이 열렸고 내부를 드러낸 산장은 영권의 마음에 드는 구석이 있는 건축물임이 분명했다.

일 층에는 거실과 부엌이 있었고 서재로 쓰는 작은 방 하나가 있었으며 나무 계단을 타고 올라가는 이층에는 널찍한 침실과 욕실이 있었다.

침실에는 산을 내려다보는 큰 창이 나 있었고 옷장과 화장대 같은 가구가 배치되어 있었고 오랫동안 집을 비운 것 같은 모습은 아니었다.

그런데 왜 아무도 없는 거지. 언제나 문이 열려 있는 것은 아닐 텐데. 기다리면 누군가 나타날까.


하긴 그곳은 시간의 흐름이 다소 느려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산중이었고

초대장에 약속 시간이 적히지 않은 것처럼 오고 가는데 정확한 시간을 정하지 않는 게 당연한지도 모른다.

영권은 기다릴 겸 집 안 구석구석을 살펴보았지만, 그곳이 누구의 소유인지, 초대한 이의 흔적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그러는 동안 시간은 흘러갔고 산중의 이른 저녁은 벌써 붉은 석양으로 물들고 있었다.

거실 소파에 앉은 영권은 저물어 가는 빛을 느끼며 몽롱한 상태로 있었다.

곧 잠이 들 것 같기도 했지만, 더 기다리느냐 아니면 돌아가느냐 하는 결정을 내려야 할 시간이었기 때문에 정신을 차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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