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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의 상상 - 상편 8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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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천 해수욕장에 도착했을 때의 시간은 밤 10시가 조금 지나 있었다.

가을 밤이었지만 관광을 온 사람들은 거리를 풍성하게 메우고 있었다.


바닷 바람이 불어서인지 조금 쌀쌀하게 느껴지긴 했지만 가슴만은 시원했다.

영권은 혼자서 백사장을 거닐기 시작했다.

끝가지 가볼 수도 없이 넓게 펼쳐진 백사장을 거닐고 있노라니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 것 같았다.

젊은 남녀들은 모래밭에 자리를 깔고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며 여름 못지 않은 정열을 뿜어내고 있었고 

가족 단위로 여행을 온 사람들은 모래를 파해치거나 밤의 파도에 발을 담그며 망중한을 보내기도 했다.


그들의 분위기에 젖을 만큼 산책을 즐긴 영권은 문득 출출하기도 하고 술이 다 깬것 같기도 해 뭍으로 올라와서 횟집을 물색하며 걸었다.

바다를 바라보며 대개 2층의 건물로 지어진 횟집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지만 그런 가게는 비싸기만 하고 운치는 없을 것 같아 피하게 된다.

영권은 구석구석 발품을 판 끝에 한가로운 위치에 자리를 잡고 있는 "발"이라는 횟집을 찾아냈는데 

그 집 문에는 진짜로 맨 발자국의 모양이 커다랗게 그려져 있었다.

겨울날 기차 창문에 입김을 불어서 도화지를 만들고 주먹을 쥔 다음 발다닥을 찍어내고 손가락으로 다섯 개의 발가락 모양을 그려넣는 장난이 떠올랐다.


시간이 늦지는 않은 것 같은데 손님은 많지 않았다.

바닷가가 아니라도 어디에나 있을 법한 그런 횟집이었지만 혼잡스럽지 않고 조용해서 마음에 들었다.

영권은 초밥을 만들고 있는 주방장 앞의 자리로 가서 앉았고 주방장은 어서 오라며 인사를 했다.

주방장은 손님이 뜸한 탓이기도 했겠지만 영권에게 이것 저것 물어보며 술친구가 되어 주었다.


한잔씩 주거니 받거니 한 게 벌써 소주 두 병을 비워내고 있었다.

몇 팀 남지 않은 손님들이 하나 둘씩 빠져나갔지만 영권이 주시하고 있던 팀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쪽은 여자 두 명이서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영권이 앉은 자리에서 기억자로 꺽여진 곳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가끔씩 두 사람의 얼굴을 볼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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