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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야설) 젊음, 그 열기 속으로 - 1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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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대에 널려있는 건 미나의 옷인 것 같았다. 하지만 얼핏 보아선 그 외 희끄무레한 무언가가 더 있었다.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건조대로 다가가서는….


헉! 설마….


미나의 속옷이었다. 아마도 겉옷이 젖을 때 속옷까지 같이 젖어버린 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처음 오는 장소에 속옷을 널어놓는 것은 미나 답지 않은 일이었다.

물론 조금 덤벙대기도 하고, 또 가끔 대담한 짓도 하곤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어릴 때의 일이었고, 그 장난의 정도도 그렇게 심각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 미나가 장소가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속옷까지 널어놓았다는 것은

미나 자신도 옷이 젖는 바람에 적잖이 당황했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물론 얼마 후에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았지만….

어쨌건 그때에는 미나의 속옷을 보면서 호기심이 나를 사로잡았기에 그렇게 깊게까지 생각할 수는 없었다.


형제도 없이 아들 하나 있는 집에서 여자 속옷 구경하리란 쉽지 않은 일이었고,

가끔 보이는 것이라야 어머니의 그것이었기에 빨랫줄에 널린 속옷을 보더라도 애써 무시하곤 했던 것이다.

물론 여자와의 경험이 없었던 것은 아니라서 전혀 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이 미나의 것이라는 사실 때문에 신기하게만 보였다.


눈앞에 하얀색 러닝과 함께 자그마한 브래지어가 걸려있었고, 그 뒤로 까만색의 팬티가 보였다.

아마도 바지가 검은색이기에 그렇게 색깔을 맞춘 것이리라...

손을 뻗어 가만히 만져보았다. 뜨거운 여름 햇살 아래 있었던 터라 바싹 말라 있었다.

손안에 들어온 속옷은 어머니의 그것과는 크기도 달랐고, 무늬도 달랐을 뿐만 아니라 그 모양도 달랐다.

지금이라면 당연하게 여겼을 테지만, 그때의 나로서는 브래지어의 이상한 구조가 신기하게만 느껴졌다.


그것은 지금까지 보았던 여느 속옷과는 달랐다. 뒤에서 채우는 것이 아니라 앞에서 고리를 채우는 것이었다.

한동안 그걸 쥐고서 어떻게 입는 것인지 궁금해했지만 보질 못했으니 알 수가 없는 것은 당연했다.

그냥 막연한 상상만 할 뿐….

걷어낸 옷가지 위에 브래지어를 내려다 놓고서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팬티로 손을 뻗었다.

그런데 부드러우리라 생각했던 내 예상은 그것을 손에 쥐자마자 깨어져 버리고 말았다.

까끌까끌한 느낌. 그제야 자세하게 보게 되었다.


우선 그 크기에 놀랐다고 해야 할 것이다. 앙증맞은 팬티는 정말이지 너무 작았다. 

이걸 어떻게 입고 돌아다니나 싶어질 정도로….


그리고 천 자체도 남자들의 속옷과는 아주 달랐다.

마치 올이 굵은 실로 대충대충 짠 듯한 그것은 입으면 속이 훤히 비칠 것만 같았다.

아마도 망사팬티라는 것일 테지만,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듬성듬성 속이 보일 것 같던 부분도 있었지만 아래로 내려갈수록 촘촘했고, 제일 아랫부분은 여느 속옷과 같았다.


잠들어있는 미나를 생각하면서 속옷을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자니 머쓱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고의로 속옷을 훔쳐보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여자의 속옷을 보면서 신체 건강한 남자가 이런 기분을 안 느낄 순 없을 테니까.


베란다에 널려있던 여자 속옷을 들고서 이리저리 만져보면서 웃고 있었으니

누군가가 이 장면을 본다면 변태로 오인하기에 충분했다.

그제야 불현듯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샤워하다가 물이 튀어서 옷가지가 다 젖었고, 지금 미나는 내가 준 옷을 입고 있다.

난 겉옷만 줬는데…? 그럼 설마…?


눈앞으로 어떤 장면들이 빠르게 생겼다가 사라졌고, 그 생각들 때문에 점점 숨이 가빠졌다.

갑자기 더위가 빠르게 나를 짓눌렀다. 얼굴로 혈액들이 일제히 몰렸다가 아래쪽으로 몰렸다.


한여름의 오후를 뜨겁게 달구던 태양은 이미 사라졌지만, 마치 한증막에 들어앉은 기분이었다.

더 이상 그 열기를 참기가 힘들었기에 서둘러 빨래를 널어놓고서 미나의 옷가지들을 가지고 서둘러 방으로 들어왔다.

에어컨의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시자 그제야 알 수 없는 열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듯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전히 TV는 저 혼자서 떠들고 있었고, 미나는 소파에 모로 누운 채 잠들어 있었다.

베란다로 나갈 때와 별로 달라 보이지 않는 모습이었지만 내 눈길이 머문 곳은 분명 조금 전과 달랐다.

미나의 허리에 묶여있었던 티가 풀려있었고, 살짝 위로 올라가 있는 바람에 미나의 허리와 하얀 배가 드러난 것이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자그마한 배꼽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베란다에서 나를 덮쳤던 알 수 없는 열기가 다시 나를 엄습했다.

애써 차가운 공기를 연거푸 들이마셨지만 시원해지지는 않았다.

시원해지기는커녕 조금 전에 빠르게 지나갔던 상상 속의 장면들이 이번에는 느리게 흘러가기 시작했고 급기야 눈앞에서 정지해버렸다.

어느 사이엔가 내 손안에 있는 미나의 옷가지들은 형편없이 구겨져 있었고, 전신의 피가 다시 한곳으로 몰리는 느낌을 받았다.

갑자기 애써 잊으려 했던 지하철에서의 기억이 떠올랐고, 그때 느꼈던 흥분이 나를 거칠게 감싸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앞으로 미나가 잠들어있는 소파가 다가왔다.

겨우 두 사람이 앉을 만큼 작은 소파였기에 누워있는 미나에게는 편하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이리저리 몸을 움직여 편한 자세를 만드는 과정에 티가 풀렸을 테지만 그런 이유야 나에게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적어도 그때에는….

미나의 옷가지들을 꽉 움켜쥔 채, 무엇인가에 이끌리듯이 미나의 얼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쌔근거리는 미나의 숨소리가 들려왔고, 그 숨결이 내 코끝에 와 닿았다.

미나의 숨결을 들이마신 순간, 후각을 통해 무언가가 강렬하게 나를 쳤다.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것이 미나의 머리카락에서 뿜어져 나오는 샴푸 냄새라는 걸 알았지만, 단지 그것만은 아니었다.

샴푸 냄새 속에는 지하철에서 맡았던 아찔한 무엇인가가 섞여 있었던 것이다.

그곳, 지하철에서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아니 내 의지를 배반하면서 멋대로 내 몸을 움직이게 하면서 척추를 타고 올라오던 짜릿한 느낌….

그건 다름 아닌 여자의 체취였다.


그때였다….


"흐으으응…."


미나의 몸이 물결치듯이 꿈틀거렸고, 조금 뒤척이다가 다시 숨소리가 가늘어졌다.

모로 누워있던 미나가 얼굴을 천장으로 향한 채 숨을 내쉬고 있었다.


난 숨을 급하게 들이마실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미나가 입고 있던 티는 오래된 것이라 목이 상당히 늘어진 것이었는데, 미나가 뒤척이는 바람에 그사이가 더 벌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 벌어진 틈 사이로 무언가 하얀 것이 언뜻언뜻 보였다.

귓속으로 내 심장이 거칠게 뛰는 소리가 들렸다. 내 쉬지는 못한 채 거듭거듭 들이마신 공기로 인해 폐가 찢어질 듯이 아팠다.

숨을 쉬기가 이렇게 힘들었던 적은 없었다.

온 힘을 기울여야만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았고,

물에 빠졌다가 나온 사람처럼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공기를 뱉어낼 수 있었다.


한동안 정상적인 호흡을 할 수 없어서 그런 건지 머리가 어지러웠다.

의식적으로 몇 차례의 호흡을 반복했다.

여전히 미나의 체취가 후각을 자극했지만, 처음처럼 숨을 못 쉴 정도는 아니었고, 곧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리고서야 내 턱밑의 미나를 찬찬히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커다란 방울 같던 미나의 눈은 닫힌 채였고, 그 밑으로 시원한 콧날과 함께 작은 입술이 보였다.

윗입술에 비해 약간 두꺼운 듯한 아랫입술은 조금 벌려져 있었고, 그 사이로 가지런한 이빨이 보였다.

동 그 허름한 턱 아래로 가느라 다란 미나의 목이 보였고,

그 목을 따라간 내 시선 속으로 벌어진 틈 사이로 드러난 미나의 하얀 가슴 언저리가 들어왔다.

미나가 숨을 내쉴 때마다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했고, 벌어진 티 사이로 보이는 미나의 하얀 피부도 같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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