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야설

(학창물야설) 그의 대학생활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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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이를 눕히고 방에서 나가려던 철하는 이 방에 누군가가 또 들어와 자는 이슬이를 건드리면 큰일인지라 그냥 같이 있기로 했다.

조그만 창문을 통해 푸르스름한 달빛만이 들어오는 어두운 방 벽에 기대 앉아 세상모르고 누워 자고 있는 이슬이를 바라보고 있자니 

철하의 가슴이 아련하게 아파오기 시작했다.


신입생환영회 때부터 처음만나 친해지기 시작한 이슬이…. 

누구보다도 밝고 활발하며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고, 철하에게 대뜸 마음에 든다고 말을 하고는 가장 친한 친구처럼 편하게 지내고, 

갑작스럽게 기습 키스를 하며 사람마음을 흔들어 놓은 이슬이…. 

게다가 남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과거를 가지고 혼자 힘들게 노력하고, 때로는 노출이 심한 옷차림 때문에 사람들에게 심한 오해를 받기도 하는….

하지만 지금 이슬이는 누구보다도 착하고 순수하다. 남들에게는 그렇지 않다고 해도 적어도 철하에게 만큼은 착하고 순수한 여자아이였다.


“이슬아….”


술에 취해 정신없이 자고 있는 이슬이를 보며 철하는 조금씩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철하 자신 때문에 괴로워하고 힘든 일을 겪은 이슬이. 

돌이켜보면 그때 노래방 일도 그렇고 오늘 연합엠티도 자기가 이슬이와의 사이가 틀어지지 않았으면 겪지 않아도 될 일들이었다.

돌아가고 싶었다. 1학기 때처럼, 아니 최소한 여름방학 때처럼 이슬이와 재밌게 놀고 싶었다. 

누구보다도 친했던 이슬이었는데…. 오히려 진원이보다도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았고, 함께 웃고, 함께 놀고, 함께 힘들어하는 사이였는데….


“우리 어쩌다 이렇게 되버린 걸까…. 응?”


고개를 들어 창 밖 달빛을 바라보는 철하의 볼에는 굵은 눈물방울이 쉼 없이 흘러 내렸다.


 


#24. 김효린


이슬이는 그날 밤 있었던 일을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밤새도록 자지 않고 옆에서 지켜주던 철하가 해가 뜨기 시작하자 그 방을 나왔기 때문이다. 

이슬이는 그저 술을 많이 마셔서 필름이 끊긴 정도로만 기억했다.

연합엠티를 다녀온 뒤부터 철하는 말수가 부쩍 줄어들었다. 

학교에서도 친구들과 대화를 별로 나누지 않고 혼자 무언가를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효린과 있을 때도 특히 그랬다.


“오빠? 왜 그래?”


철하 옆에서 걷던 효린은 철하가 아무 말을 하지 않은 채 계속 걷기만 하자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철하는 그때마다 아무것도 아니라며 넘어갔지만 잠시 뒤에는 또 얼굴을 약간 찡그리고 먼 곳을 바라보고는 했다.


“오빠 자꾸 왜 그래? 이상해….”

“뭐가?”


자꾸 이상하다고 말하는 효린에게 철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말했다. 

하지만 철하도 알고 있었다. 자기 자신이 이슬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자꾸자꾸 커져서 이런다는 걸 말이다. 

그렇지만 효린에게 말할 수 없었다. 

이슬이 때문에 괴롭다고…. 

이슬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하루하루가 괴롭다고 말할 수 없었다. 

철하는 효린을 분명히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으씨…. 몰라! 담부터 그러고 있지마!”

“알았어….”


귀엽게 투덜대는 효린에게 철하가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철하의 그런 행동은 점점 심해졌다. 

철하의 그런 행동에 답답해진 효린은 왜 그러냐고 물었지만 철하는 항상 같은 대답뿐이었다. 자기는 아무렇지 않다고….

효린은 요즘 들어 이런 경우가 부쩍 많아졌다고 생각했다. 

그때 친구의 생일 날 이후도 그렇고 연합엠티를 다녀온 뒤 더 심해진 것이다. 

그러다 효린은 무언가에 생각이 미쳤다.

그리고 예정된 시간은 찾아왔다.


*


“오빠!”


학교가 끝난 뒤 버스를 타고 집 앞 정류장에서 내린 철하는 정류장에 앉아 있던 효린을 볼 수 있었다.


“어? 효린아? 왜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어? 연락하지….”

“히히…. 오빠랑 같이 집에 가고 싶어서!”


생글거리며 웃는 효린을 보며 철하도 피식 웃었다. 

효린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철하의 오른팔에 매달려 생글거리며 걸었다. 

어느 정도 걸었을 때 효린이 문득 철하의 팔에서 빠져나오며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길고 검은 머리를 뒤로 넘겨 묶어서 가을바람에 하늘거리며 흔들리는 머리, 하얀색의 셔츠에 검은색 조끼와 검은색 치마를 입은 세련된 뒷모습…. 

게다가 평소 밖에서 신고 돌아다니던 슬리퍼가 아닌 단정하게 캔버스화를 착용하고 있었다. 

철하는 효린의 뒷모습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여기야.”

“응?”


앞장서서 걷던 효린이 문득 발걸음을 멈추며 말했다. 효린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여기서 오빠한테 내가 처음으로 말을 걸었지. 히히….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처구니없는 말이었는데…. 그 사람과 지금까지 행복하게 사귀었어….”

“너…. 왜, 왜 그래?”


뜬금없는 말을 하는 효린이 이상하다고 느껴지는 철하였다. 그러면서 괜스레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이유는 효린의 다음 말을 듣고 알 수 있었다.


“오빠…. 우리 이제 그만 헤어지자….”

“뭐?”


철하는 너무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후들대며 떨려오는 다리를 억지로 옮겨 효린에게 다가갔다.


“야. 너 왜 그래? 갑자기 무슨 소리야?”


효린에게 다가간 철하는 뒤도 돌아보지 않던 효린을 돌려세웠다. 

울고 있었다…. 누구보다도 예쁜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굵디굵은 눈물방울들을 흘리며 효린은 펑펑 울고 있었다….

철하는 효린이 울자 장난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멍하니 효린을 바라보고 있는 철하에게 효린의 말이 들려왔다.


“오빠…. 요즘 괴로워하는거 무엇 때문인지 알어…. 그 이슬이라는 언니 때문이라는거 나 다 알고 있어….

 그러니까 이제 괴로워하지 않아도 돼…. 나 없으면 그 언니랑 잘 될 수 있으니까. 이제 괴로워하지 않아도 돼….”


펑펑우는 효린의 어깨를 잡고 철하가 다급하게 말했다.


“아냐! 이 바보야. 그런 거 아니야! 이슬이 때문에 그런 거 맞지만 이슬이를 좋아해서가 아니야!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나면 해결 될 문제잖아!”

“아냐. 나 잘 알어…. 오빠 마음속에 그 언니가 자리 잡고 있는거…. 오빠는 눈치 못 채고 부정하고 있겠지만 나는 알 수 있어…. 

우리 오래 사귀지 않았잖아. 일찍 끝내면 서로에게 더 좋을 거야. 

만약 우리가 계속 사귀었으면 오빠는 오랫동안 괴로워했겠지만 나랑 헤어지면 아픔은 금방 잊혀질거야…. 길지 않은 시간이었으니까….”


말을 하는 내내 눈물을 끊임없이 흘리는 효린을 바라보던 철하는 그 말에 자신의 마음속을 어느 정도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철하는 지금 분명히 효린을 좋아한다고 느끼고 있었다. 

철하는 그렇게 생각하고 다급하게 외쳤다.


“효린아! 나는 너를 좋아해! 너를 좋아한다고!”


철하가 자신의 마음속 한구석에 몰래 자리 잡고 있는 이슬이의 존재를 부정하듯 소리를 지르자 효린이 눈물을 훔치며 방긋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 오빠…. 그렇게 말해줘서 나 정말 기뻐….”

“그, 그럼….”


철하는 효린이 웃으며 고맙다고 말하자 마음이 돌아서는 줄로만 알고 기뻐했다.


“그럼 안녕…. 잘 지내….”


맑은 얼굴 한가득 눈물범벅이 된 효린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뒷걸음질을 쳤다.


“효, 효린아….”


철하는 손을 뻗어 효린을 잡으려 했지만 효린은 아무 말 없이 뒤돌아 터벅터벅 걸어갔다. 

붙잡을 수가 없다…. 사랑하는 사람인데 붙잡을 수가 없다…. 

너무나도 확고하게 말하고, 너무나도 태연한 자세로 걸어가는 사람인지라 붙잡을 수가 없다.

철하는 그 자리에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효린의 뒷모습이 점점 작아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던 철하는 이윽고 힘없이 일어났다. 

그때 철하의 핸드폰이 울렸다. 잽싸게 핸드폰을 꺼내보자 '이뿌니'라고 적혀 있었다. 놀란 철하는 얼른 핸드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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