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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물야설) 그의 대학생활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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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 효린아!”


다급하게 외친 철하였지만 음성메시지였다. 약간 허탈감을 느낀 철하는 음성메시지를 들어보았다. 울먹이는 효린의 목소리였다.


[오빠…. 그동안 너무 즐거웠어. 날라리 같은 나랑 사귀느라고 많이 힘들었지…. 

나 그래도 오빠한테 어울리는 여자친구 되기 위해서 많이 노력했어…. 

오빠 그거 알아? 나 오빠랑 사귀면서 담배도 한 번도 안피고, 욕도 안하고…. 

오빠한테 부끄럽지 않은 여자친구 되고 싶어서 공부도 새로 시작 했어…. 

친구들이 나보고 미친년이래…. 히히…. 그

동안 너무너무 고마웠어…. 

나 공부 열심히 해서 꼭 오빠 다니는 대학교 갈거야…. 

그래서 나중에 더 예뻐지고 그래서 오빠 만나야지…. 히히…. ………흑, 흑…. 

울지 않는다고 했는데 바보 같이 또 울어버렸어…. …흑, 흑….]


음성메시지는 거기까지 이어진 뒤, 몇 분간 효린의 울음소리만이 조용히 이어지다 끊어졌다.


*


며칠 째 학교도 가지 않았다. 자취방에서 혼자 술도 마시며 하지도 않던 짓도 했다. 

하루 종일 눈물로 보낸 날도 있다. 친구들에게 전화가 왔지만 받지 않았다.


지금 자취방에 널브러져 있는 철하의 모습이었다.


꿈을 꿨다. 버스에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올라타던 여고생…. 

길고 검은 머리를 말끔하게 뒤로 넘겨 묶은, 여우같은 눈의 예쁘고 섹시한 여고생. 

뒤에서 걸어오는 자신에게 재수 없다고 말하던 여고생. 

편의점에 들어와 무작정 담배를 달라던 여고생. 

자신을 착하다며 좋아하던 여고생. 

야한 것도 좋아하고, 술도 잘 마시고, 담배도 잘 피던 여고생. 

그러나 누구보다 예쁘고 잘 웃고 자신을 좋아하며 의외로 눈물이 많던 귀여운 구석이 있는 여고생….


“철하야! 김철하!”


슬픈 꿈을 꾸고 있던 철하에게 진원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취방 앞에 찾아온 것 같았다. 멍하니 대답을 안 하고 있자 벌컥 문이 열렸다.


자취방문을 연 진원, 지희, 이슬이는 방 안의 풍경을 보고 깜짝 놀랐다. 

소주병과 과자부스러기, 옷가지등이 지저분하게 널려져있고, 그 지저분한 틈 가운데 철하가 멍하니 누워 있었기 때문이다.

놀란 진원은 방안에 들어와 철하를 흔들며 물었다.


“야! 너 왜 그래? 전화도 안 받고 학교도 안 나오고…. 그리고 방안은 또 무슨 꼴이야?”


그러나 철하는 귀찮다는 듯 아무 말 없이 옆으로 돌아누웠다. 

철하의 행동에 황당한 표정을 지은 진원은 지희, 이슬이와 함께 방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대충 방 정리를 다한 셋은 철하의 주위에 모여 앉아 철하에게 무슨 일이냐고 계속해서 물었다. 

이슬이도 이런 철하의 모습은 처음 보는지 걱정스런 표정이었다.

철하에게 계속해서 묻던 셋은 철하가 아무 말 없이 돌아누워 있자 결국 포기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 간다. 내일은 학교 꼭 나와…. 무슨 일인지 몰라도 기운 차리고….”


인사를 하고 방에서 나가려던 셋에게 철하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 효린이랑 헤어졌어….”


힘없는 철하의 말을 들은 셋은 나가려던 발걸음을 멈췄다. 

셋 모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유를 묻고 싶었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오히려 더욱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헤어진지 얼마 안돼서 괴로워하고 있을 때는 그냥 놔두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잠시간을 서 있던 진원이 입을 열었다.


“그래….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들을게…. 

정신 차리고 힘내 임마! 내일 학교 꼭 나오고. 안 나오면 다시 쳐들어온다! 쉬고 있어 우리 갈게.”


진원, 지희, 이슬은 철하에게 인사를 하고 방에서 나갔다. 셋이 사라지자 방에는 다시 철하 혼자 남겨지게 되었다.

친구들이 나가고 30분정도 지나자 철하의 핸드폰이 울렸다. 

핸드폰을 들어보자 -이슬이♡-라고 적혀 있었다. 아까 왔다 갔기에 받지 않을 수도 없었다.


“여보세요.”

[응…. 여기 너희 집 앞인데 잠깐 나올래?]

“아직 안 갔니?”

[친구들이랑 가다가…. 다시 돌아왔어. 친구들은 가고….]

“…그래. 알았어. 나갈게.”


전화를 끊고 일어난 철화는 얇은 잠바 하나를 걸치고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가자 이슬이가 손을 흔들었다.

철하는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왜?”

“잠깐 얘기라도 하자고….”

“무슨 얘기?”


계속해서 무미건조하게 말하는 철하에게 이슬이는 화도 안내고 말했다.


“그냥 뭐 얘기하는 거지….”

“그래….”


고개를 끄덕인 철하는 이슬이를 데리고 근처의 작은 놀이터로 갔다. 

11월 밤이라 꽤 추운 편이었다. 

놀이터에 있는 작은 벤치에 앉은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땅바닥만 쳐다보고 있었다.


잠시간의 침묵이 흐르고 이슬이가 입을 열었다.


“왜 헤어졌냐고 물어봐도 되니…?”


조심스런 이슬이의 질문에 철하가 고개를 돌려 이슬이를 바라봤다. 

검은색의 아이라인을 그려 고양이 처럼 섹시한 눈…. 

눈매 때문인지 몰라도 전체적인 인상이 효린과 제법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그녀였다.

철하는 자초지종을 설명할 수가 없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면 이슬이 얘기가 나올 것이 뻔했고 그렇다면 이슬이에게 굉장한 부담감을 실어 주기 때문이다.


“그냥 서로 힘들어서 헤어졌어….”


거짓말을 하는 철하에게 효린이 그렇구나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다.


“처음이었어….”


이번에 침묵을 깬 사람은 철하였다. 철하는 조용히 밤하늘을 바라보며 처량한 듯 말했다.


“누군가와 사랑하며 사귄다는거 나에게는 처음 있는 일이었어….”


그런 철하를 아무 말 없이 바라보는 이슬이에게 계속해서 철하의 말이 이어졌다.


“그 사람을 아끼고, 같이 웃고, 같이 행복해 하다가 이별하는 일이 처음이라…. 그래서 너무 힘들어….”


철하의 말을 조용히 듣던 이슬이의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리고 결국 그런 이슬이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이기 시작했다.


“나, 나는….”


갑자기 이슬이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하자 철하는 놀라 바라봤다. 

이슬이의 눈에 고여 있던 눈물들이 주르르 흐르기 시작했다.


이슬이는 울며 소리쳤다.


“나, 나는 안보이니? 그런 너 지켜보면서 힘들어 하는 나는 안보이냐고!”


철하는 힘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안….”


철하는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터벅터벅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런 철하의 뒤로 이슬이의 외침이 들렸다.


“바보야! 나 너 좋아한다고!”


그러나 철하의 발걸음은 멈춰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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