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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물야설) 그의 대학생활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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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걷던 철하는 어느덧 편의점 앞에 도착했다. 

그 곳에는 한 여학생이 고개를 숙인 채 땅바닥을 툭툭 차고 있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연갈색의 머리…. 

민아였다.

철하는 그동안 민아와 꾸준히 전화통화도 하고, 편의점에 놀러가서 웃으며 함께 수다도 떨곤 했다. 

그때 같이 술을 마신 후, 민아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고 나자 한층 더 친해진 둘이었다. 

이 시간은 항상 아르바이트를 하는 시간이었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사복차림으로 편의점 앞에 나와 있었다.


“민아야! 웬일이야? 오늘은 알바 안하니?”


철하의 말에 민아가 고개를 들어 베시시 웃으며 말했다.


“빨리 왔네…. 막 연락하려고 했는데…. 나 오늘 너랑 놀러가려고 일 뺐어.”

“나랑?”


고개를 끄덕이며 힘차게 대답하는 민아.


“응. 우리 한강 놀러가자. 너 한강 한번도 안 가봤다니까, 구경시켜주고 싶다!”


*


철하는 자취방에 가방을 놓고는 민아와 함께 지하철을 탔다. 

철하는 태어나서 한강을 한번도 실제로 보지 못했다. 

강북에서 자취생활을 하며, 강북에 있는 학교를 다니는 철하는 강남으로 내려갈 일이 생기질 않았다. 

언젠가 민아와 얘기를 하던 중 한강을 보고 싶다고 했었는데, 고맙게도 그녀가 기억해준 것 같았다.

처음으로 한강을 보러 갈 생각을 하니 마음이 들뜨는 철하였다. 

게다가 민아처럼 예쁜 여자와 함께 간다는 생각을 하니 더욱 신이 났다. 

흐뭇한 생각에 옆에 서 있는 민아를 바라보았다. 

하얀 피부에 오똑한 콧날, 여전히 립글로스를 발라 투명하게 반짝이는 붉은 입술.

오늘 민아는 붉은색의 반팔 셔츠를 입고 있었다. 

게다가 앞 단추를 두 개나 풀어 은근히 가슴의 윤곽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리고 바지는 회색 스키니진을 입고 있었다. 

민아의 다리에 한치의 틈도 없이 꽉 붙어, 그녀의 길고 늘씬한 다리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철하의 모습도 어느새 민아에게 들키고 말았다. 

민아는 눈을 가늘게 뜨고는 철하에게 말했다.


“이 자식…. 또 그렇게 쳐다볼래?”


철하는 말없이 고개를 돌렸다. 옆에서 민아의 픽하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


“와….”


철하는 앞에 펼쳐진 거대한 강을 바라보며 조용히 감탄을 터트렸다. 

살면서 이렇게 큰 강은 실제로 보질 못했다. 

강둑에서 유유히 흐르는 한강의 물결을 가까이 바라보니 마치 바다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 철하를 보며 민아는 깔깔 웃었다.


“한강을 보며 그런 감탄을 터트리는 사람은 너밖에 없을걸?”

“그래도 멋지다…. 뭔가 답답한게 뻥하고 뚫리는 기분이야….”


철하는 계속해서 한강을 바라보며 멍하니 중얼거렸다. 민아는 그런 철하에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좋니?”


민아의 말에 철하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엔 미소가 피어올라 있었다. 

그리고 철하의 대답이 궁금하다는 듯 검고 맑은 눈동자로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강바람이 불어와 그녀의 긴 연갈색의 머리를 가볍게 흔들었다.

철하는 그런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


“응…. 좋아.”


*


민아는 철하에게 맥주를 마시고 싶다며 근처의 매점으로가 맥주 네 캔과 마른안주를 샀다.


“크하!”


맥주를 길게 한 모금 들이킨 민아가 여자답지 않은 소리를 냈다. 

철하가 깜짝 놀라 민아를 바라보았다.


“뭘 봐? 너도 한 모금 마셔봐. 저절로 그런 소리가 나올걸?”


민아의 말에 철하도 그녀를 따라 길게 한 모금 마셨다.


“크하!”


정말 자신도 모르게 그런 소리가 났다. 

한 여름의 시원한 강바람이 부는 한강의 벤치에 앉아, 강물을 바라보며 마시는 차가운 맥주 맛은 정말 최고였다.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깔깔대며 웃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철하는 민아에게 여름방학 때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다고 말했고, 민아는 웃으며 자신이 점장님에게 소개시켜준다고 하였다. 

한 캔을 비우고, 새로운 캔을 땄다.

웃고 떠들던 민아는 새로운 캔을 들고는 조용히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철하는 그녀에게 무언가 할 얘기가 있음을 알고는 조용히 기다렸다.

이윽고 민아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나…. 그저께 남자친구랑 헤어졌어….”


철하는 순간적으로 놀랐으나 굳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지는 않았다. 

그러나 딱히 그녀에게 뭐라 위로해야 할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니까….

그녀의 말이 이어졌다. 그녀의 목소리는 의외로 담담했다.


“나도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어…. 이런 날이 오게 될 줄…. 하지만…. 

정말 끝까지 얼굴한번 비추지 않고 전화상으로 헤어지니까…. 꽤 비참하더라…. 그래도 2년을 넘게 사귄 사이인데….”


철하는 그제야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슬프지 않아 보였다. 오히려 입가에 쓸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안 슬퍼…?”


조심스런 철하의 질문에 민아는 과장되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그저께 이미 울거 다 울어서 이제 아무렇지도 않아. 

그리고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도 들어…. 어차피 헤어질 거 일찍 헤어진거니까….”


철하가 보기에 민아는 이별의 슬픔을 완전히 이겨낸 것 같았다. 

몇 달동안 얼굴을 못 본 것이 오히려 그녀에게로 하여금 슬픔을 쉽게 잊을 수 있게 해준 것 같았다.


‘그저께라….’


그저께면 철하가 한 밤중에 편의점에 들려 민아와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던 날이다. 

그녀는 그렇게 힘들었는데 내색조차 하지 않았다….

철하가 멍하니 있자 민아가 그의 등을 내리쳤다.


“윽!”

“왜 니가 기운 빠져 하고 있어! 술이나 먹자!”


연신 건배를 외쳐대며, 순식간에 다시 맥주 한캔을 비운 민아는 매점으로 달려가더니 소주 네병을 사왔다. 

철하는 깜짝 놀랐지만, 이미 그녀를 말리기는 힘들 것 같았다.

둘은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하며, 주위가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소주병을 비웠다.


*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은 초만원이었다. 재수 없게도 퇴근시간과 겹친 것이었다.


“아으…. 사람 무지하게 많네….”


술이 약간 들어갔는지 민아가 약간 큰 소리로 짜증을 냈다. 

민아는 지하철 문 옆쪽 손잡이에 기대어 서 있었고, 철하는 그 앞에 민아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다음역 이었다. 다음역에서 엄청난 숫자의 사람들이 밀고 들어온 것이었다. 

철하는 순간 자신의 몸이 민아쪽으로 팍하고 밀리는 것을 느꼈다. 

민아가 갑작스레 밀린 철하를 바라보며 놀랐으나, 

다행스럽게도 철하의 손이 순간적으로 민아의 뒤쪽에 있는 손잡이를 잡아 둘이 부딪치는 것은 막을 수 있었다.


“야. 괜찮아…?”


민아가 철하를 걱정스러운 듯 바라봤다. 철하는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한참을 움직이지 않던 지하철은 더욱더 많은 사람들을 받아들이는지 철하의 몸이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철하는 손잡이를 잡은 팔에 있는 힘껏 힘을 주며 버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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