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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R야설) 아내 스토리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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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화 〉



나는 살짝 당황스러웠다.

누구길래 남의 아내 몸에 저렇게 손을 자연스럽게 대는 것인지 쉽사리 납득이 가지 않았다.

아무리 어깨라고 해도 그건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잘 안 되는 행동이었다.


순간 아내는 남자의 바로 뒤에 생연어 카나페가 가득 담긴 접시를 들고 따라온 나와 눈이 딱 마주쳤다.

아내의 얼굴은 순간적으로 몹시 당황하는 얼굴이었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남자는 앉아 있는 아내의 시선이 자신이 아닌 자신의 뒤를 보면서 당황하는 것 같은 표정을 눈치 챈 듯 바로 뒤를 돌아보았다.


"누구? 파트너?"


"나 남편이에요 "


"아 그래. 딜라일라 정말 결혼한 거였어? 난 그냥 그때 조크로 받아들였었는데. 오우 이거 "


남자는 너무도 넉살 좋은 웃음으로 활짝 웃으면서 아내에게 말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내의 표정은 과히 밝지만은 않았다.

나는 아내가 저렇게 난처해 하는 표정을 보이고 있는 것이 못내 이상할 지경이었다.

아내는 처세술이 뛰어나고 항상 타인들에게 친절한 여자였다.

식당이든 어디든 종업원들에게까지 항상 밝게 웃으면서 인사를 하는 아내인데 지인인듯한 남자에게 너무 어색해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딜라일라. 나 남편에게 인사 좀 안 시켜줄 거야?


난 정말 딜라일라가 진짜로 결혼한지 몰랐었어. 나 한국에 다시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거 알잖아...

남자의 말에 아내가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러더니 나를 보면서 말을 했다.


"여기 제 남편이에요 여보 인사하세요. 예전에 취미 생활 때문에 알게 된 분이세요. 재미교포세요 "


나는 생연어 카나페를 무식하게 산더미처럼 쌓아 올린 접시가 조금 창피해서 테이블 위에 바로 내려놓고 한아름 웃음을 띄우면서 인사를 했다.


"아 그러시구나 반갑습니다. 저 백호인이라고 합니다."


나는 손을 내밀어서 악수를 청하면서 말을 했다.


"네 반갑습니다.

전 예전에 딜라일라와 아주 친하게 지냈어요.

딜라일라는 정말 매력적인 여자죠.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필립 장이라고 합니다."


남자는 내 손을 꽉 잡으면서 말을 했다.

당황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했는데 온 몸이, 아니 악수를 하는 팔이 잠깐 마비가 되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고 있었다.

놀란 표정 짓지 말자고 스스로에게 아주 급한 지령을 내리고 있었다.

내 뇌에서 아주 빠르게 순발력을 발휘하고 있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나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금 저 꽁지머리의 이상하게 생긴 놈이 도대체 자기 이름을 뭐라고 한 것인가?

필립 장? 설마 그 필립 장?

나는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그냥 빨리 이 순간을 벗어나고 싶을 뿐이었다.

자기 자리가 어디인지 빨리 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히 이 인간도 파트너와 같이 왔을 텐데 그냥 좀 꺼져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의 표정을 보니까 그냥 그 이메일 그 문제의 이메일을 보낸 필립 장이 거의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의 남자. 

그 시점이 언제인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내는 과거의 남자를 상당히 불편해하는 눈치였다.


그런데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남자는 그런 우리 부부의 기분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로 내 손을 꼬옥 잡고 악수를 했다.

손이 여자처럼 부드러운 남자였다.

그제서야 남자의 정면 면상을 정확하게 보았다.

기생 오래비 같이 생긴 놈이었다.

뒷모습부터가 그랬었다.

남자가 머리를 뒤로 묶어서 꽁지를 만들고 다니는 폼이 예사놈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었다.


"어? 저기 당신 말이에요 . 아닌가? 아닌데, 분명히 맞는데 "


필립 장이라는 남자는 나랑 악수를 하면서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가 그러니까 내가 필립 장의 얼굴을 악수를 하면서 그제서야 제대로 본 것처럼 필립 장도 악수를 하면서 내 얼굴을 제대로 본 것 같았다.

그렇게 내 얼굴을 뚫어져라 보다가 갑자기 내 손을 이리 저리 만져보기 시작하는 필립 장이었다.


"저기. 혹시 스나이퍼?"


남자가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손을 만지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한 마디를 했다.

그제서야 나는 남자의 얼굴을 다시금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리고 몇 초 정도 뒤에 그가 누구인지 깨달을 수가 있었다.

거의 완전히 망각한 채로 살았었던 기억들이 마치 피어 오르는 연기처럼 다시 내 머릿속에 퍼지고 있었다.


그가 누구인지..점점 더 뚜렸하게 기억이 떠오르고 있었다.

내 망각 속에서 굳게 닫겨 있던 상자 안에서..그에 대한 기억들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그였다. 

이름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그 남자, 흰 가운의 그 남자가 분명했다.

내가 어떻게  그를 잊을 수가 있단 말인가?


* * *


군에 같이 입대를 한 동기들보다 훨씬 더 늦게 나왔었던 내 첫 휴가.. 

일반 사병들과는 완전히 달랐었던 검정색 군복을 입고 나왔었던 내 첫 휴가에서 나는 집에 들르지도 않은 채로 학교로 바로 왔었고 마침 축제기간이었던 그곳에서 내가 그 당시 정말 애절하게 짝사랑하던 한 학년 아래... 응원단 소속 사혜연 학우의 사진을 찍을 수가 있었다.

움직이는 피사체에 대한 지식 같은 것이 전혀 없기도 했었고  또 그 정도로 좋은 카메라를 구할 수도 없었기에 나는 딱 한 장의 사진을 건져서 그걸 품에 안은 채로 그 길지 않은 첫 휴가를 마무리 하고 다시 부대로 복귀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녀의 사진을 품에 품은 채로 부대로 복귀한다는 것은 그 지옥에서 웃을 수 있는 무언가를 확보했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휴가를 나와서 집에 가고 가족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던 것보다 나는 학교에서 정말 천신만고 끝에 그 사진 한 장을 건졌던 것이.. 정말 뿌듯했었던 그런 시절이었다.


부대로 복귀해서는 다시 지옥 같은 시간들이 계속 펼쳐졌다.

손가락에 물집이 잡힐 정도로 계속해서 방아쇠를 당겼다.

총의 반동이 밤에 잘 때도 느껴질 정도의 일반 소총의 지랄 같은 반동이 아닌 저격총의 그 묵직하면서도 미세한 반동이 내 어깨와 온 몸을 휘어감는 것 같은 느낌이 밤에 잘 때도 은연 중에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구타가 이어졌다.

정말 인간 이하의 취급을 당할 정도로 맞고 또 맞았다.

스나이퍼가 왜 공수 훈련을 받아야 하는지 그 당시에는 정말 이해하지 못 했었지만, 입에서 단내가 나다 못해 흙냄새가 나는 침이 온 입 안을 가득 메울 때까지 막타워 주변에서 뛰고 구르고, 다시 올라가고 뛰고 구르고 점프를 하고 그 짓을 했었다.


늦은 밤 자기 바로 전에 지칠 대로 지친 몸을 이끌고 나는 손에 사진 한 장을 들고 있었다.

사진관 옆의 문구점에서 두꺼운 코팅지로 코팅을 했었다.

행여나 찢어지면 안 되니까 말이다.

한 장뿐인 사진이었다.

원판 필름이 있기는 했었지만 그건 집에 있는 상황이었다.

군대 내에서는 코팅을 한 그 사진 딱 한 장뿐이었다.


그녀의 흰 허벅지가 훤히 다 보이고 있는 무척이나 열심히 하지만 이빨까지 드러낸 채로 환하게 웃으면서 두 팔을 위로 쭉 뻗어서 응원 율동을 하고 있는 그녀의 사진, 그 사진을 보면 나는 그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용기가 샘솟는 것 같았다.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그 사진을 꺼내서 보고 또 보고 그렇게 용기를 얻으면서 그 지옥에서 버텨나가고 있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었다.

그렇게 몇 달이 또 지나가고 나니까 그래도 살만한 것이 사실이었다.

물론 그녀의 그 코팅된 사진 한 장이 그 과정에서 아주 큰 역할을 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우리 부대는, 아니 우리 내무반은  조금 특이했다.

선임도 없고 후임도 없었다.

다들 동일 계급이었다.

다들 같은 하사 계급장을 달고 있는 동기들이었다.

처음부터 같이 훈련을 받고, 같이 먹고 자고 생활을 했었으니까 말이다.


우리는 팀제의 개념이었다.

그리고 우리 같은 팀들이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더 많이 여기저기에 나뉘어진 채로 존재를 한다고 들었던 기억이 있었다.

나는 조용히 지냈었다.

내 동기들은 나처럼 조용한 인간들이 정말 단 한 명도 없었다.


거의 팔십 프로 이상이 사회에서 운동을 하던 친구들이었다.

우리는 전원이 훈련소에서 차출이 되어 온 상황이었다.

특수한 목적에 의해서 말이다.

단 한 명도 스스로 지원한 사람은 없었다.

그 당시에는 가방끈이라는 은어로 이야기를 했었는데 솔직히 나처럼 좋은 학교에 다니다가 온 동기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막상 차출이 되어서 오고 난 후에 훈련 장교가 내 신상카드를 보고 많이 놀랬었던 그 표정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했다.


나는 다른 것 없었다.

훈련소 사격 실력 하나 때문에 그 말도 안 되는 지옥으로 끌려갔었던 것이었다.

다들 얼마나 거칠고 시끄러운지, 체대를 다니다가 온 동기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었다.

대화는 거의 다 욕이었고  몸들은 다들 람보 저리가라 할 정도로 좋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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