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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R야설) 아내 스토리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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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화 〉



그 사건 이후로 나는 간부들에게 약간 요주의 인물 취급을 받는 존재가 된 것이 사실이었지만 나는 그런 거 신경 쓰지 않고 내가 할 일만 확실하게 하면서 군생활을 이어나갔다.

책과 그녀의 사진만 있으면 나는 군대에서 문제를 일으킬 하등의 이유가 없는 상황이었고, 진짜로 그렇게 무사히 제대를 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때…

그 사태가 무사히 조용히 무마가 된 것은 물론 일차 책임이 있는 상사나 대위 등 간부들이 쉬쉬해서 넘어간 것도 있지만, 상황을 프렉시블하게 잘 흘려 넘긴 그 군의관 덕분이라는 생각을 몇 번 해보았던 것도 사실이었다.

나중에 간부에게 들은 이야기였지만 그 군의관은 고등학교까지 미국에서 다닌 상황이었고, 미국 시민권자라는 확인되지 않은 썰도 나왔었던 상황이었다.

군대를 안 가도 되는데 자신이 지원해서 온 것이라는 유언비어도 있었지만 그걸 직접 그에게 물어볼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그 뒤로도 그 군의관을 몇 번 더 본 적이 있었지만 그는 나보다 훨씬 더 먼저 전역을 한 상황이었다.

그가 전역을 한 후에 누가 이야기를 해 주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간부 중에 누군가 나에게 이야기를 해 주었던 것 같았다.

그때 그 군의관이 니가 나온 학교 의대 출신이라고, 니네 학교 선배라고…분명히 그때 그렇게 들었던 것 같았지만…나는 솔직히 그냥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흘려 넘겼었던 기억이 있었다.


* * *


내 손을 이리저리 만져보고 있던 필립 장은 분명히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그였다.

특공연대 본부 의무실에 있던 그 군의관…대위 계급장을 달고 있던 군인 같지 않아 보이던…

내 등 근육을 아주 세밀하게 살펴보던…그 군의관…

그가 분명했다.

십수 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스물두 살 그 한참 애송이였던 그 시절에 까딱 잘못했었으면 영창으로 직행할 수 있었던 그 엄청난 일이 벌어졌었던 그 시절로부터 십수 년의 시절을 훌쩍 뛰어넘어서 나는…

서른여덟 살이 되었지만…

분명히 그를 알아볼 수가 있었다.


"우와…살아있으니까 다시 이렇게 얼굴을 보네…"


그는 정말로 많이 반가운 듯 크게 웃으면서…나에게 다시 한 번 악수를 했다.

뭔가 감정에 대한 리액션이 아주 큰 남자 같았다.

그때 내가 스물두 살 때 보았던 군의관도…주변 눈치 보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감정을 표출했었던 것 같은데 변한 게 정말 없는 것 같았다.

그러던 그가 내 옆에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내를 보더니…갑자기 표정이 급변했다.


내 생각을 하고, 나에 대한 과거의 기억들을 더듬느라고 잠시 아내를 잊었던 것 같은 표정이었다.

환하게 웃던 그의 표정이 급하게 변했다.

뭔가 상당히 난감해 하는 표정으로 아내를 보고…다시 한 번 확인 사살 하듯이 물어보고 있는 남자였다.


"저…저기 딜라일라. 여기 이쪽이 딜라일라랑 결혼한 남편이라고? 그냥 애인이나 이런 게 아니라 진짜 남편이야?"

"네…"


아내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필립 장에게 말을 했다.


그가 장씨였던가?

나는 그때 그의 명찰을 보았었지만, 아니 그 이후로도 명찰을 보았었지만 그의 이름이 뭐인지는 관심조차 없었던 시절이었다.

필립 장은 상당히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필립 장 만큼이나 난감한 표정을 지은 것은 바로 아내였다.

아내 역시…안절부절 못하는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내는 빨리 필립 장을 보내고 싶은 모양이었다.


"좋은 시간 보내세요. 파트너 어디 있어요? 파트너가 기다리겠네. 오늘 반가웠어요 "


아내는 필립 장을 쳐다보면서…아예 대놓고 이제 그만 꺼지라는 뉘앙스로 말을 하고 있었다.


"아…아…저…저쪽에 "


필립 장은 살짝 당황한 얼굴로…아내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고 나를 보고도 역시나 조금 어색한 얼굴로 손을 흔들더니…빠른 걸음으로 다른 테이블들이 있는 쪽으로 사라져버렸다.

얼떨결에 반갑게 인사를 했지만, 뭔가 복잡한 속내가 있어 보이는 아내와 필립 장이었다.

그가 사라진 후에 아내는 테이블에 있던 레드 와인잔을 들어서 단숨에 들이켰다.

뭔가 목이 타는 모양이었다.

나는 연어 카나페를 하나 찍어서 아내의 입에 넣어주었고, 아내는 그걸 낼름 받아서 입에 넣었다.

솔직히 씁쓸했다.


그가 누구인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내가 그의 성기 끝에 입을 맞추고 있는 사진이 존재한다는 것이 씁쓸하고 속상했다.


물론 그 사진을 아내에게 보낸 필립 장이, 조금 전에 본 그 필립 장이 아닐 가능성도 있었다.

그건 모르는 일이니까 말이다.

동명이인은 이 세상에 널리고 널렸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어찌되었든…그런 팩트는 존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모르고 결혼한 것이 아니었다.

아내 입으로 결혼 전에… 미스 시절에 난잡하게 놀았다고, 과거가 많다고 나에게 다 털어놓고 결혼을 반대하고 나를 밀어내려고 했었던 아내였었다.


나는 져지가 되어야만 했다.

이 상황에 대한 재판 결과를 내 스스로 내려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아내는 이노센트였다. 철저하게 무죄였다.

결혼 전에 화끈하게 놀았던 것은 죄가 아니었다.

그때는 내 여자가 아니었으므로…내 기분이 씁쓸하기는 하지만 아내는 이노센트였다.


하지만 정말 상상도 못 했었다.

필립 장이라는 인간이 저 군의관일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었던 상황이었다.

그가 아내를 딜라일라라고 불렀었다.

그건 또 무슨 의미일까?

아내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았지만, 오늘 아내가 너무 흥겨워 보였기 때문에 차마 아내에게 내가 궁금한 것들을 물어 볼 수가 없었다.

내 맞은 편 자리에서 와인잔을 손에 들고 연회장의 중앙 무대에서 피아졸라의 탱고 음악을 신명 나게 연주하고 있는 실내악단을 바라보고 있는, 아내의 옆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화사하고 아름다웠다.

아내 나이 서른일곱 살 이었다.

서른일곱의 나이에도 저렇게 화사하고 아름답다는 것이 정말 너무 좋았다.

내가 아닌 다른…더 능력 있는 남자에게 시집을 갈 수도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안 해 본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내라는 여자…내 아내,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사혜연이라는 여자는 정말 사랑스럽고, 나에게는 최고의 아내였지만, 알게 모르게 흠결이 있는 여자인 것을…

나는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니 흠결이라는 표현은 쓰면 안 되는 것이었다.

그건 흠이 아니었다.


솔직히 블링블링한 외모에 비해서, 아내는 뭐랄까, 그냥 너무 알맹이가 없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냥 블링블링한 외모 그거 하나뿐이었다.

내 주제에 감히 아내를 그렇게 생각해도 되는가 하는... 스스로 비판을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지만…솔직히 나니까 그러는 것이었다.

나는 평생 사혜연을 지킬 유일한 남자이니까 말이다.


아내는 적어도 자기 자신의 주제와 분수는 정확하게 알았었던 것이었다.

더 좋은 조건의 남자에게 시집을 가지 않고…나에게도 오지 않으려고 했었던, 

결국…끈질긴 나의 구애 공세에 굴복하기는 했었지만, 아내는 적어도 자기의 현실은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런 점에서 나는 아내를 존경한다.


아내는 머리가 나쁜 여자가 아니었다.

내가 아닌 다른 나이브하고 조건 좋은 남자에게, 자기 입으로 나에게 말을 했었던 난잡했었다고 하는 그 과거들을 완전히 감쪽같이 숨긴 채로 결혼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었다.

실제로 그런 여자들이 많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아내는 그러지 않았다.

나는 그런 아내의 선택을 존중했고…또 고마웠다.


아내의 입술이 필립장이 보낸 이메일 속의 사진에서 남자의 성기에 그러니까 필립장으로 예상되는 남자의 성기에 닿아있는 것을…

내가 왜 이렇게 심각하게 생각하는가라는 그런 자성의 생각이 퍼뜩 들었다.

왜냐하면 아내는 스스로 난잡했었다고 나에게 여러 번 고백을 했었고, 남자관계가 수도 없이 많았다는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내 청혼을 거절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거 모르고 결혼한 거 아니었다.


그래도 좋다고…

그래도 내가 행복하게 해 주겠다고…

그렇게 앞뒤 안 가리고 쫓아다녔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피식 웃음이 터졌다.


난 아직도…

결혼 4년차인 아직도 아내를 너무 많이 사랑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앞으로 필립장의 그 사진은 호기심 정도에서만 생각을 해야지 더 깊은 몰입은 내 정신건강에 별로 안 좋을 것 같았다.


공짜 와인은 참 술술 잘도 넘어갔다.

끝없이 먹을 수 있는 공짜 와인에, 안주로 먹을 수 있는 몇몇 고급 안주류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아내에게 아까 보았던 그 군의관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은 게 참 많았다.

그 인간이 진짜 필립장인지 확인을 할 길이 없었다.

아니 내가 확인하고 싶은 건 단 한 가지였다.

아내에게 그 사진을 첨부한 이메일을 보낸 것이 그 군의관…

그 필립장이 맞는지를 물어보고 싶었는데 그걸 차마 입에 올릴 수가 없었다.


물론 조금 전에 스스로 다짐을 했듯이…

이 모든 것은 호기심 충족 차원에서이지…

아내를 쥐 잡듯이 잡기 위해서 그러는 건 절대로 아니었다.

여기서 포지션을 잘못 취하게 되면…

아내의 노트북 아니 그걸 넘어서 아내의 이메일 계정을 내가 훔쳐본 것이 발각 되니까 말이다.


결혼 이후에 그런 비열한 행동을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부부 사이에도 지킬 것은 분명하게 있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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