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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의 하루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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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이와 석이는 첫 시간이 끝나자마자 키득거리며 복도로 나왔다. 이미 그들 주위에는 영웅담을 듣고 싶어 하는 녀석들이 한 무리 모이고 있었다.


"야! 봤니? 봤어? 뭐 입었냐? 어떤 거 입었데?"


"몰라, 어두워서 아주 속까지는 안 보였어. 그래도 진짜 빵빵하더라, 그 여자…. 스타킹 신은 게…. 어휴…."


그들은 잠깐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처지가 됐다. 나머지 남학생들은 입맛을 다시며 자기에게 그런 기회가 없었음을 아쉬워하거나 혁

이와 석이 같은 대담함에 탄복하고 있었다.


잠깐의 무용담을 신나게 펼치고 있는 혁이의 팔뚝을 석이가 끌어당겼다. 그러고는 마치 무슨 비밀 이야기를 할 듯이 섞은 혁을 복도 한구석으로 끌고 갔다.


"야! 그거 갖고 왔냐?"


"왜? 뭐?"


"바보야, 오늘 음악 시간 있잖아. 이따 점심시간 전에…."


"아! 그거? 물론 있지!"


혁이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알았다는 듯이 바지 주머니에서 주섬주섬하며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은 다른 게 아니라 딱 손바닥만 한 크기의 거울이었다. 거울이 반짝이며 그 깨끗한 면을 드러내고 있었다.


"킥킥! 좋았어! 이따 빌려줘야 해!"


"알았어! 인마!"


그들 둘은 무언가 음모를 꾸미는 사람들의 그것처럼, 비열하고 의미심장하게 미소를 띠며 교실로 다시 들어갔다.


수업 시간에도 혁이와 석이는 책상 밑으로 몰래 거울을 건네며 교복 자락으로 연신 거울 면을 닳도록 문지르며 닦았다. 그러고는 자신들 나름의 치밀한 준비에 소릴 죽여 키득거리고 있었다.


한편, 숙은 피아노 의자를 창문가에 끌어다 놓고 두 시간 가까이 멍하니 앉아 있었다. 다 식은 커피잔을 쥐고 창밖을 내려다보는 그녀의 머릿속은 자꾸만 지하철 안에서의 사건 아닌 사건이 떠올라 맴돌고 있었다.


다른 어느 누가 그 일을 당한다고 하여도 분명 그것은 불쾌한 경험이 분명했다. 그러나 생각을 거듭할수록 그녀는 마지막 순간에 느꼈던 자신의 야릇한 감정과 달아올랐던 흥분을 떨쳐낼 수가 없었고, 그때마다 그녀의 치마 위에 단정히 모아져 놓여있던 손길은 자신도 모르게 허벅지 사이 하복부를 지그시 누르고 있었다.


자신이 흥분했었다는 사실에 생각에 미치자, 작은 한숨과 함께 몸이 떨려왔다. 다시금 아까부터 젖어있던 엉덩이 사이 팬티 부근이 뜨끈해지는 기분이었다.


"맙소사….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지금…."


어느새 치마 틈 속으로 끼워져 있던 자기 손을 발견하고 그녀는 화들짝 놀랐다.


"안돼, 안돼…."


그녀는 생각을 털어내려는 듯이 고개를 흔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초인종이 수업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음악책과 악보들을 챙기며 몸을 일으킨 그녀는 허둥지둥 수업 준비를 시작했다.


3학년들의 수업 시간은 무언가 맥이 빠진 느낌이었다. 연합고사다, 내신이다, 이런 것들이 중요해져 버린 3학년에서는, 학생들은 그저 신나게 노래

를 부르고, 피아노 소리나 듣는, 반쯤은 노는 시간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숙 역시도 어느 정도 그런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래서 절반쯤의 시

간은 악보 그리기로, 절반쯤은 가곡 합창 등으로 때우고 있었다. 


오늘 그녀는 가뜩이나 의욕이 없는 마당에 칠판에 악보를 그리고 한 시간 내내 베끼게 할 작정이었다. 그런데 분명 모두가 풀린 기분으로 수업을 받는 것은 아니었다. 적어도 두 명에게는 그랬다. 다름 아닌 혁과 석은, 얼토당토않은 질문으로 음악 선생의 시선을 유도할 계획으로 거울을 책상 아래 단단히 숨겨 쥐고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사실을 알 리가 없는 숙은 그저 음악실 장의자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질문을 받거나 진도가 안 나가는 학생에게 직접 시범을 보여 주거나 하고 있었다.


음악실의 의자는 네 명씩 앉는 장의자가 두 줄로 길게 늘어서서 배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 의자들은 번호순으로 앉게 돼 있었기에, 보통 교실과는 달리 혁이와 석이는 따로 떨어져 있었다. 즉 분단의 중간쯤에서 혁이는 가장자리에, 석이는 반대쪽 분단의 안쪽에서 두 번째에 끼어 앉아 있었다.


천천히 한 줄씩을 지도하고 있는 숙이 자기들 쪽으로 가까이 오자, 그들 둘은 치열하게 눈빛으로 사인을 보내고 있었다. 그들은 열심히 무언의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숙이 그들이 앉아 있는 곳으로 다가서고 있었다. 결국, 거울을 가지고 있는 혁을 위해 석이 먼저 질문을 하기로 했다.


"저, 선생님, 이 못갖춘마디는 어떻게 그려요?"


석은 짐짓 진지한 척 숙을 향해 물었다. 당연히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있는 녀석들이었기에, 그려놓은 악보가 보기 좋을 리 만무했다.


"이런! 엉망이네!…."


석의 손에서 볼펜을 건네받은 숙이 숫제 그의 공책에 처음부터 다시 그려주기 시작했다. 줄의 중간에 앉은 석의 위치로 인해, 숙은 자연스럽게 책상 모서리에 앞으로 기댄 채 몸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더할 나위 없는 찬스였다.


그런 자세 때문에 숙은 자기 허리 아래는 살필 수 없었고, 더군다나 앞쪽으로 잔뜩 상체를 수그리고 허리를 뺀 그녀의 치마 뒤쪽은 거의 허벅지 중간까지 드러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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