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야설

숙의 하루 -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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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너, 너 뭐야, 뭐한 거야!"


허둥대며 제 자세로 돌아오려 낑낑 몸을 가누는 석에게 숙이 비명을 지르듯이 소리쳤다.


"와…. 하하…."


그제야 다른 녀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석 못지않게 놀란 것은 그녀였다. 숙은 다급히 시선을 돌려 주변을 살핀 후에야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차렸다. 학급의 모든 시선은 석이 보다도 숙에게 전부 집중되고 있었다. 당황한 그녀는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졌다. 그녀는 황급히 석에게 말했다.


"너, 너…. 당장 교무실로 따라와!"


그녀는 더욱 큰 목소리로 떠나갈 듯 웃어대는 학생들을 뒤로하고 음악실문을 열고 허둥지둥 밖으로 나갔다. 자신도 모르게 치맛자락을 부여잡고 끌어당기며….


석은 고개를 푹 수그리고 그녀를 따라 나왔다.


숙은 아직도 누군가가 자신의 치마 속을 훔쳐보는 것 같은 기분에 치맛자락을 연신 끌어 내리며 빠른 걸음으로, 교무실로 향했다. 녀석이 한 행동보다도 자신의 은밀한 곳을 드러내놓고 들켰다는 수치심 때문에 귀밑까지 발갛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만약에 무언가 안 입거나, 부실하게 입기만 했어도 적나라하게 보이고 말았을 것으로 생각하니 몸이 떨렸다.


한 선생은 마침 수업이 없어 한 손에 몽둥이를 든 채 2층의 복도를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그때 위층에서 웃음소리와 함께 시끌벅적한 소음이 요란하게 들려왔다. 소란의 진원지가 음악실 주변임을 발견한 그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조용히들 안 해! 이놈들!"


갑자기 몽둥이를 들고 나타난 한 선생에, 음악실 안의 분위는 일순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뭐야? 선생님은 어디 갔어? 반장! 무슨 일이야?"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주춤거리며 일어난 반장에게서 자초지종을 보고받은 그는 야릇한 미소를 띠었다.


"그래? 그랬단 말이지…. 좋아! 떠들지 말고 자습해라! 알겠나! 반장!"


한 선생은 용감하게 여선생의 치마 속을 훔쳐본 놈이 어떤 녀석일까 궁금해하며 교무실로 내려갔다.


숙은 교무실에 와서도 창피한 듯,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씩씩거렸다. 주변 노처녀선생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됐지만, 지금 그녀의 기분은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아니었다. 석이는 잠자코 고개를 숙인 채 그녀의 책상 앞에 서 있었다. 


그녀도 처음 당하는 일이라 무얼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다. 일단 교무실까지 불러 세우기는 했지만, 자신의 치부를 드러낸 당혹감에 얼른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무, 무릎 꿇어!"


"예."


석은 잠자코 숙의 지시에 따랐다. 잘못 남자 선생들에게 넘겨지는 날에는 곱게 넘어갈 거 같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바람은 곧바로 무너지고 말았다.


"너냐? 선생님 치마 속 들여다본 놈이…."


숙은 화들짝 놀랐다. 어느새 한 선생이 쫓아와 능글맞은 미소를 띠며 몽둥이로 녀석의 머리를 톡톡 두들기고 있었다.


"너냐? 음악 선생님 치마 들춘 게!"


"예."


숙은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선생님들이 다 모인 교무실에서 이렇게 크게 말하다니…. 


교무실의 모든 눈초리가 그녀에게로 향하면서 조금 전 음악실에서와 똑같은 여기저기서 웅성거렸다.


그녀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제 교무실 안에서 고개조차 못 들 것 같았다.


"선생님…. 이 녀석은 나한테 맡겨요."


숙의 대답이 나올 새도 없이, 한 선생은 석의 뒷덜미를 쥐고 교무실에서 끌고 나갔다. 마치 자기가 백마 탄 기사처럼 그녀를 구해주기라도 할 듯이 의기양양하게….


예상대로, 한 선생이 석을 끌고 간 곳은 학생부실이었다.


"엎드려!"


퍽퍽, 몇 대인지 세지도 못할 매질이 끝나고 나서야 석은 간신히 몸을 일으키도록 허락받았다.


"저기서 무릎 꿇고 반성문 쓰도록 해."


엉덩이가 화끈거려 엉거주춤 쪼그린 석의 무릎 앞에 볼펜과 종이 몇 장이 던져졌다.


"전에도 쓴 적 있지? 그런 식으로 오늘 수업 끝날 때까지 계속해."


이건 약과다. 담임에게 넘겨지면, 거기서도 똑같은 일이 오늘 하루는 종일 반복될 것이었다.


시간은 어느새 점심시간을 넘기고 있었다. 그제야 생각난 듯, 한 선생은 전화기를 집어 들고 중국집에 음식을 주문했다. 그리고서 그는 담배를 물며 지나가는 말처럼 물었다.


"그래…. 무슨 색이었냐?"


"예?"


"음악선생…. 안에 뭐 입었더냐?"


"아, 예…. 거, 검은색이요."


"그래? 뭔데? 팬티야, 거들이야?"


"저…. 잘 모르겠는데요."


"비치더냐?"


"아. 아니요."


석이는 남자 선생님에게서 이런 질문을 받을 것은 예상하지 못했는지, 매 맞은 고통에 인상을 찡그리면서도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한 선생은 피식거리고 있었다.


"그래. 까만색이란 말이지."


그러던 그는 뭔가 어색한 느낌에 짐짓 다시 엄숙한 목소리로 돌아갔다.


"야, 자식아!, 여자들은 원래 다 똑같은 거야! 벗겨 놓으면…. 나중에 다 알게 돼 인마. 뭘 벌써 알려고…. 얼른 그거나 써!"


그러나 석은 고개를 돌리던 한 선생의 입가에 띠는 야릇한 미소를 놓치지 않았다.


"야! 어떻게 됐냐?"


하루 종일 학생부실에서 시달리다가 나온 석이를, 그래도 친구라고 혁이 가방을 챙겨 기다리고 있었다.


"사흘 동안 계속 학생부 와서 반성문 백 장씩 쓰란다."


아직도 엉덩이가 화끈거려 절룩거리는 석을 대신 가방을 메어주며 혁이 들뜬 목소리로 물었다.


"야! 봤냐? 봤어? 까만색 맞지?"


"그래. 나도 봤어. 선생들도 전부 그것만 묻더라."


석은 언젠가는 오늘 이 사건을 복수하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계획을 실현하겠다고 다짐했다.


"꼭 만지고 말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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