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야설

창녀를 위한 소나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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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거울 앞에서



"너 같은 부류를 너무 잘 알아.

40대가 될 때까지 아까의 그 퍼질러진 두부 같은 아줌마들처럼 몸이 축축 늘어지면, 그때서야 남편이나 들들 볶으면서 밤마다 자위하고 있을 거야. 

아니면 시장바구니는 카바레 입구에 맡겨두고 늦바람 부는 추한 중년 부인이 되어 있거나. 

이렇게 탄력 있고 훌륭한 몸을 그렇게 망가지도록 방치하는 건 죄악이야. 섹스에 눈을 뜨면 그땐 이미 늦어 있을걸."


"그래서 나보고 너처럼 나이 어린 남자애들하고 그런 짓을 해야 한다는 거니?"

"아니, 네가 섹스를 너무 모르는 것 같아서 알게 해주려는 거야"


"그렇게 해서 네가 얻는 이득은 뭔데?"

"이득?"


미선인 눈을 반짝이며 허리를 서서히 세웠다.

내가 앉은 소파에 바짝 엉덩이를 밀착시키고 내 눈을 들여다보았다.


맑고 투명한 미선이의 두 눈을 마주 볼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미선인 내 무릎에 팔을 얹고 얼굴을 가까이 가져왔다.

향긋한 내음이 내 신경을 자극하고 있었다.


그녀는 내 목을 부드럽게 쓰다듬다가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자연스럽게 미선의 입술과 내 입술이 맞닿게 되었다.


너무 놀라서 나도 모르게 숨을 멈추었다.

그녀는 선이 분명한 입술로 내 아랫입술을 지그시 눌렀다.


"내가 사랑하는 법을 알려줄게. 내가 살아가는 방식도 알려주고 싶어. 난 네가 마음에 들어."


그녀는 내 귀에 대고 낮게 속삭이듯 말하며 귓볼을 살짝 깨물었다.

한줄기 전율이 내 몸을 휘감고 있었다.


전혀 예기치 못한 내 몸의 반응이었다.

나는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몸을 경직시키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


미선인 팔을 움직여내 목을 끌어안으며 귀에 뜨거운 입김을 불어 넣었다.

전신의 털이 곤두서는 느낌이었다.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거실의 천장이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나는 짜릿한 쾌감을 부정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미선의 손이 내 스커트 밑으로 파고들었다.

얇은 레이스로 된 팬티 위를 그녀의 손가락 끝이 장난치듯 넘나들었다.

그녀의 혀끝은 내 목덜미를 감미롭게 애무하고 있었다.



"싫어!"



남편에게서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감각이 눈을 뜨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나는 당황했다.


외치듯이 소리를 지르며 현관 쪽으로 자리를 박차고 달려갔다.

진희는 건너편 식탁 의자에 앉은 채로 흥미롭다는 듯 우리를 구경하고 있었다.


"네 몸이 원하고 있잖아! 죽을 때까지 석녀로 살래? 네 몸이 불쌍하지도 않니? 

네 남편 몰래 바람을 피우라는 얘기가 아니야! 

잘 생각해보면 금세 알 수 있을 거야. 

인생은 즐거운 거라고! 너는 네가 만든 유리성에 갇혀서 스스로 목을 졸라대고 있는 거야."



미선이 말하는 것을 들으며 도망치듯이 한걸음에 집으로 돌아왔다. 아직도 심장이 뛰고 있었다.


`맙소사. 그 여잔 레즈비언이었잖아!`



신음이 새어 나왔다.

난생처음 느껴본 짜릿한 전율이 같은 여자에 의해서라니!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현관에 달린, 네 개의 자물쇠를 남김없이 잠가 버렸다.

수치감과 이율배반적인 쾌감이 교차하고 있었다.



'왜 나한테 이런 일이... '



미선이 영욱을 데리고 와서 벌였던 행각이나 내게 했던 행동들이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짐작을 할 수 없었다.


영욱에게 했던 경우를 보면 레즈비언은 아니다.

그렇다면 뭘까.

내게 했던 그 키스는. 단순히 나를 놀리려고 했던 것일까?

아니면 말로만 듣던 양성(兩性)애자인가?



시계를 보니 어느새 남편의 퇴근 시간이었다.

하지만 저녁을 준비할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내 눈은 나른함으로 젖어있었고 나도 모르게 자꾸만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나는 한숨을 쉬며 침실에 걸린 전신 거울 앞에 섰다.

곧게 뻗은 두 다리. 봉긋하게 솟아오른 가슴.

아직 탄력을 유지하고 있는 엉덩이. 밉지 않은 얼굴이 흥분을 억누르지 못하고 무방비한 표정을 드러내고 있었다.


`내가 석녀라고? 내가 석녀라면 그 여잔 변태야. 정신병자라고. 나쁜 계집! 신경 쓰지 말자.`


그러나 뇌에서 지껄이는 소리는 몸까지 전달되지 않은 모양이다.


갑자기 벌거벗은 내 몸을 보고 싶었다.

나는 아주 천천히 스커트의 지퍼를 내렸다.


다리 선을 타고 촉감 좋은 분홍 스커트가 방바닥을 향해 까무러치고 있었다.

얇은 하얀 색 티셔츠도 망설임 없이 벗어 던졌다.

검은 망사의 브래지어와 요란한 레이스로 장식된 검은 색 팬티만이 내 몸 위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엄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란 티를 내기 위해 내 취향을 무시하고 산 옷이었다.

지금 당장 불태워 버린다 해도 조금도 아깝지 않았다.

하지만 속옷만큼은 그에 반발이라도 하듯이 일부러 최대한 야한 것을 선호했다.


물론 남편과의 잠자리에서는 아무 소용도 없었다.

남편은 내가 어떤 속옷을 입었든 한 번도 눈여겨볼 겨를도 없이 일을 치르곤 했기 때문이었다.


심장이 뛸 때마다 매끄러운 가슴살이 작게 부풀었다가 가라앉았다.

손이 떨리고 있었다.

브래지어에 달린 호크를 풀었다.


나는 재빨리 두 손으로 가슴을 움켜쥐었다.

한동안 뭉클한 그 감촉을 음미하듯이 가만히 쥐고만 있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꼭 알맞은 크기가 손에 한가득 잡혀 들어왔다.


`내가 왜 이러지?`


남편의 전유물로 된 내 가슴.


거센 성욕의 분출로 남편은 내 젖꼭지를 아플 만큼 빨아대곤 했었다.

그때마다 자지러지는 듯한 내 비명을 그는 신음이라고 착각하고선 오만한 비웃음을 흘렸었지. 어리석은 남자.


손을 떼어내자 탐스러운 젖가슴이 남김없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연 분홍빛 젖꼭지가 부끄러운 듯이 움츠리고 있었다.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 팬티를 벗기 위해 손을 가져갔다.

약간의 망설임이 일렁였다.


`이런다고 해도 달라질 건 하나도 없어. 아까의 일로 나는 지금 제정신이 아닌 거야.`


멋대로 생각해버리면 그만이었다.

내 몸에 호기심을 갖는 게 죄악은 아닐 터였다.


결심이 서자 조심스럽게 팬티를 잡아 내렸다.

헝클어진 음모가 도발적인 모습으로 거울 안을 장식하고 있었다.

나는 군살 없는 허리와 배를 쓰다듬었다.


`이곳을 미선이가 만지고 있었지?`

`남편이 만졌을 때는 징그럽고 소름 끼쳤는데 왜 그 애가 만졌을 때는 그렇게도 흥분이 되었을까?`

`자칫하면 젖은 팬티를 들킬 수도 있었어.`



음모를 쓰다듬으면서 미선이 애무했던 목덜미와 귓불을 서서히 거슬러 올라가 어루만졌다.

짜릿하진 않지만 감미로운 촉감이 전해지고 있었다.

나쁘지 않은 기분이 파도처럼 잔잔하게 밀려오고 있었다.


손끝으로 아랫입술의 도드라진 부분을 문질렀다.

혀끝을 말아 윗입술을 핥았다. 침으로 촉촉하게 젖은 입술. 미선이가 영욱의 딕을 빨던 장면이 떠올랐다.


현기증이 일어날 것 같았다.

남편이 때때로 요구했던 펠라티오. 하지만 나는 무시해버리기 일쑤였다.

한낱 남편의 성적 노리개로 취급받는다는 생각을 떨쳐버리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미선인 오히려 즐거워 보였어.`


내게 남자의 딕은 공포감을 안겨주는 무기의 하나였지 결코 쾌락의 도구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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