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야설

(쓰리섬) 김 과장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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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에 늦은 시간에 도착한 나는 김 과장이 나의 부서의 젊은 친구의 시달림을 받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직장의 많은 사람이 그와 가까이 지내려 접근하는 것을 아는 나에게, 그것도 젊은 친구가 그에게 시비를 거는 것은 의외였다.


나는 다른 자리에 앉아 그들을 살폈다. 언뜻 보아서도 술에 취한 젊은 친구가 말도 되지 않는 소리로 그를 괴롭히고 있었다.

김 과장이 다음에 부장으로 승진하는 것이 말이 안 된다는 주장이었다.


사실 김 과장의 부장 진급은 놀랍도록 빠른 것이었다.

그러나 김 과장은 우리 회사 창업주의 조카로 아들이 없는 회장을 대신해 차기 경영자가 되기 위해 경영 수업을 받는 중이었고,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젊은 친구가 배경이 있는 놈만 진급이 빠르다고 대드는 것은 웃기는 일이었다. 그 젊은 친구는, 솔직히 말하자면, 차기 실세가 될 그에게 아부해서라도 친해지고 싶으나 그것이 여의찮아 보이자 차라리 바른 소리를 한답시고 그에게 대드는 객기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나는 젊은 친구의 알량한 정의감이 불쾌했다.

냉철히 살펴볼 수만 있다면 위선보다 위악이 더 가증스러운 법이다.

내일이면 그는 김 과장에게 손이 발이 되도록 빌 성격이 틀림없었다.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나까지 끝까지 모르는 척할 수는 없어 젊은 친구를 끌어내 먼저 집으로 보냈다.


자리에 돌아오는 나를 김 과장이 같이 자리할 것을 권했다.

우리는 말없이 소주만 마셨다.

그는 조금 전의 일은 이미 모두 잊은 듯이 담담한 표정이었다.

술을 마시면서도 전에 아내와 있었던 일이 자꾸 떠올랐지만 나는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우리 이제 갑시다."라고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서는 그는 생각 이상으로 취해 있었다.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청거리는 그를 내가 잡았다.

나는 택시를 잡아 그를 보내려 하였으나 방향이 같아 같이 타고 말았다.


집까지는 먼 거리가 아니었지만, 그는 많은 말을 했다.

남이 생각하는 것처럼 자신이 실세가 아니라 영원한 후보일 뿐이라는 얘기도 한 것 같았다.

그가 일본으로 떠난 지금 생각해 보면 그의 말은 모두 사실이었다.


집에 다 온 그는 나에게 집에서 한 잔 더 하자고 권 했다.

너무 늦은 시간이어서 망설이는 나에게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권했다.


나는 그를 따라 그의 집에 갔다.

그의 아내와 아이들이 일본에 가고 지금 집에는 아무도 없다는 말에 쉽게 그의 말을 따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가 일본에서 대학원 과정을 마치고 대기업 경제 연구소에 근무하다가 최근 입사하였으며 경영자의 인척이라는 사실 정도는 송년 모임 이후에 알게 되었지만, 송년 모임 밤에 보인 그의 행동으로 그의 정체에 대한 나의 호기심을 몹시 자극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집은 역삼동, 우리나라에서는 아마도 가장 땅값이 비싼 곳에 있었다.

그러나 집은 그리 크지 않았고 밤에 보아도 다소 낡아 보이기까지 하여 주변의 다른 집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초라해 보일 지경이었다.


그리 크지 않은 거실은 잘 정리되어 있었다.

내가 앉은 자리에서 맞은 편으로 거실의 벽에 흑백의 큰 브로마이드가 걸려있었다.

그것은 젊은 여인의 상반신을 찍은 사진이었다.


여인은 반쯤 돌아서 한쪽 젖가슴과 그 위의 작은 꼭지를 실루엣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사진을 열심히 바라보는 나에게 김 과장은 "사진이 마음에 드세요?"라고 물어 왔다.


나는 다시 한번 사진을 들여다보다가 사진 속의 여인이 그의 부인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김 과장은 나의 잔에 술을 따르며 자기가 찍은 거라고 말했다.

나는 애써 태연히 "정말 부인이 미인이십니다."라고 말했다.


김 과장은 "다른 사진도 보여 드릴까요?"라고 말하며 방 안으로 들어가 앨범을 갖고 나왔다.

나는 그가 갖고 온 앨범을 무릎 위에 펼쳤다. 그리고는 그야말로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사진첩 속에는 김 과장의 아내가 알몸으로 있었다.

나는 그 사진을 못 본 척하며 다음 장을 넘겼다.

잘못하여 둘의 은밀한 사진에 끼어들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다음 장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사진에는 그녀의 치모까지도 엿보이는 사진이었다.

더 이상 들추지 못하고 나는 고개를 들어 김 과장을 바라보았다.

사진첩이 바뀐 것 같다고 말하려 했으나 목이 막혀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나에게 나쁜 짓 하다 들킨 어린애를 바라보듯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계속 보라고 손짓했다.


정말 보아도 되느냐고 김 과장에게 다시 한번 물었다.

김 과장은 "집사람이 아마추어 모델이었습니다."라고 자랑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나는 다음 장을 열어 보았다. 그리고 또 다음 장도.

거의 모든 사진이 부인의 알몸을 찍은 것이었다.

어떤 사진은 야외에서 찍은 것도 있었다.

우리나라는 아닌 것 같았다.

야외 온천에서 찍은 사진에는 그녀의 치모가 물에 젖어 있었다.


나는 그에게 일본에서 찍은 것이냐고 물었다.

그는 자기 집사람 이 실은 일본인으로 일본 유학 중에 만났다고 했다.


사진첩 밑의 나의 몸이 충혈되기 시작했다.

나는 들키지 않으려 사진첩으로 그것을 지그시 눌렀다.

입술이 타올라 술잔을 들어 단숨에 마시자, 술이 넘어가는 소리가 꼴깍하고 나는 것 같았다.


다음 앨범은 사진이 더 야했다.

그 사진은 주로 몸의 일부분을 클로즈업시킨 사진이었다.

싸구려 포르노처럼 추한 장면은 없었어도 내가 아는 사람의 알몸을 본다는 것은 큰 자극이 되었다.

어떤 사진은 그녀 배꼽 훨씬 아래에 있는 작은 점까지 생생히 보여 주었다.


그 사진첩을 다 보는 데는 30분 정도 걸렸던 것 같았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처음부터 다시 한번 보고 싶었으나 점잖지 못한 짓인 것 같아 그만두었다.

"대단하십니다."라고 말했으나, 나 자신도 무엇이 대단하다는 것인지 모르며 한 소리였다.


술에 취한 김 과장은 졸고 있는 것을 확인한 나는 특히 끌렸던 몇 장의 사진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사진 대부분이 사진작가에 의해 찍힌 듯 그리 야한 것은 아니었으나 하나의 사진만은 그렇지 않았다.


그것은 근거리에서 찍은 것이었다.

나는 그것이 침실에서 부부 행위 도중에 남편이 아내를 내려다보고 위에서 아래를 찍은 것으로 짐작했다.

반쯤 감겨 있는 그녀의 눈매로 그것을 추측할 수 있었다.


팽창한 몸이 불편하여 자세를 고쳐 앉으며 다시 한번 큰 소리로 "정말 부인이 미인이십니다."라고 크게 말했다.

졸던 김 과장 이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눈을 떴다.

자기를 의식하지 않고 내가 사진을 볼 수 있도록 그가 조는 척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그 순간에 들었다.


나는 시간이 너무 늦어 집에 돌아가야겠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김 과장도 더 이상 나를 막지 않았다.

대문 앞에서 그는 다음에 또 만나자고 말했다.

그리고 지나가는 말처럼 나만 좋다면 더 재미있는 것도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가 나에게 말은 하지 않았었지만 무언가 빚진 기분 속에서 지내다 오늘 나에게 빚잔치를 한 셈이라는 생각이 든 것은 간신히 합승한 택시 안에서였다.

그리고 내가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는 나의 아내를 그와 공유한다고 해도 하나도 아쉬운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 것도 그때였다.

주책없는 나의 물건은 택시 안에서도 사정없이 팽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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