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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 여인의 정사 - 13장. 악인은 지옥으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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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봄이었다.

날씨가 점점 화창해지면서 봄꽃들이 다투어 피어났다.


4월 26일, 제 14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실시된 그날은 투표가 무사히 끝날 무렵이 되자 빗발이 추적대기 시작됐다.


1988년 제 6공화국이 탄생된 해였다.

87년 직선제에 의한 대통령 선거가 끝나자 대통령 추임 준비의원회라는 것이 구성되어 활발한 활동을 하면서 제 6공화국에서 일할 각료가 선정되기 시작됐고, 신문지상에 수많은 저명 인사들의 프로필이 오르내리리 는 등 국민적인 관심사가 온통 대통령 취임 준비의원회에 쏠려 있었다.


그러나 88년 2월 25일 대통령 취임식이 끝나자 국민들의 관심은 4.26 총선으로 바뀌었다.

대통령 선거에서 혈전을 치르며 싸웠던 각정당은 마침내 국회의원 입후보자 공천을 끝내고 또 다시 피나는 선거전을 전개했다.


풍원건설 배광표 사장은 씁씁한 기분으로 나날이 고조되고 있는 총선거의 열기를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공천심사에서 탈락했던 것이다.


사무국장 정달수가 약속대로 그에게 지역구를 양도해 주지 않았던 탓이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총재의 핵심 측근인 비서실장 양기철이 '목요회' 멤버가 아닌 그를 패척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러나 실제 내막은 경찰이 풍원건설에 대한 비밀수사를 했던 것이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홍보옥이라는 여자의 연쇄살인 때문이었다.

경찰은 집요하고 세밀한 조사 끝에 풍원건설이 관련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으나, 수사가 공교롭게 공천심사가 한창일 때 진행되는 바람에 그는 공천에서 탈락하고 말았던 것이다.


"정치인은 사생활이 깨끗해야지..."


정달수의 말이었다.


그는 정달수의 말에 어리둥절했다.

그에게 사생활이 깨끗해야 한다고 충고할수 있을 정도로 정달수의 사생활이 깨끗하지 못했기 때문 이었다.

그는 정달수에게 정치자금을 수없이 바쳐온 것이 사실이었다.

정달수는 그 정치자금을 순수하게 그가 소속되어 있는 당을 위해 쓴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사생활을 위해 착복한 것이 허다했다.


정달수는 그것으로 사채놀이까지 하여 명동 사채시장에서 큰 손으로 불려져 왔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었다.

물론 그것은 늙은 구렁이인 그의 마나님이 부린 수완일 것이다.


정치는 권모술수였다.


정달수가 그에게 지역구를 양도해 줄 듯이 꼬리를 친 것은 그의 정치 자금으르 수월하게 얻어쓰기 위한 술수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반대급부가 전혀 없다고 할수 없었다.

배광표 사장은 정달수와 인연을 맺은 뒤 기업을 계속 성장시켰고, 부동산투기로 수백억대의 부를 축적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런 까닭으로 배광표 사장은 국회의원 공천 심사에서 탈락했어도 실망하지 않았다.

기회란 다시 올 것이다.

기회가 올 때 확실하게 그 기회를 잡기 위해 주변을 깨끗하게 정리해 두는 것이 현명한 처신일 것이다.


정달수의 충고는 의미심장한 데가 있었다.


그는 창으로 밖을 내다보았다.

어둠이 내린 창으로 봄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이젠, 완전히 봄이로군...)


그는 담배를 찾아 입에 물고 불을 붙여 연기를 폐부 깊숙이 빨아들 였다가 내뱉었다.


서두를 필요는 전혀 없었다.


미스 장은 완전히 잠을 들어 있었다.

조용하고 규칙적으로 들려 오는 숨소리가 지극히 평화스러워 보였다.

그는 미스장의 어깨를 흔들어 보았다.

미스 장은 그가 다소 거칠게 흔들어도 꼼짝하지 않고 자고 있었다.

이런 상태라면 미스장은 내일 아침까지 죽음보다 깊은 잠을 깨어나지 않을 것같았다.


두 번의 정사, 그리고 두잔의 술...

미스장은 내일 아침 잠에서 깨어나면 그것밖에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그녀는 그가 한 달 전 제주도의 관광호텔 나이트 클럽에서 사귄 여자였다.

그는 처음에 그녀가 나이트클럽이나 디스코클럽을 돌아다니며 춤을 추는 불량 처녀로 생각했다.

엉덩이를 타이트하게 감싼 가죽 스커트, 사과알처럼 작은 두 개의 유방이 봉굿하게 솟아나온 하얀 면셔츠와 가죽조끼는 어딘지 천박해 보이면서도 야릇한 성적 흥분을 유발시키고 있었다.


그날도 그녀는 같은 또래 친구들 5,6명과 어울려 춤을 추고 있었다.

그가 그녀에게 관심을 보이는 척하자 오히려 그녀 쪽에서 눈으로 윙크하는 등 노골적으로 접근해 왔다.


(저것이 돈이 덜어졌나?)


그는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런 부류의 불량 처녀들은 돈이 떨어지면 낯선 남자들과 서슴없이 동침한다는 것을 그도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났다.

여자가 필요하면 웨이터를 통해 콜걸을 부를수도 있었으나 불량 처녀와의 교접은 독특한 경험이 될 것이다.


그는 어렵지 않게 그녀와 합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자정이 지나자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그녀를 거의 껴앉다시피하여 그가 투숙하고 있던 객실로 데리고 왔다.


그는 여자를 눕히고 조끼와 면셔츠를 벗겼다.

여자는 저항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어차피 당할 일이라고 여자가 포기하고 있는 것 같았다.


예상했던 대로 유방은 빈약하기 짝이 없었다.

그는 여자의 둔부를 감싸고 있는 가죽 스커트를 벗겼다.

그러자 말라깽이처럼 가늘고 보잘 것 없는 여자의 하체가 볼상스럽게 드러났다.

그러나 그는 옷을 벗고 침대위로 올라갔다.


"얼마 주실거예요?"


그가 여자의 볼상 사나운 하체를 가린 하얀 천 조작을 벗기려 하자 여자가 두손으로 그것을 움켜쥐고 물었다.


"얼마 주실거예요?"


그가 어처구니가 없어 쓴웃음이 나왔다.

그는 그제서야 조그만한 계집애가 관광지를 철새처럼 떠도는 윤락녀라는 걸 알아차렸다.


"서비스 잘해 드릴깨요"


여자가 백치처럼 웃었다.


"얼마면 돼?"

"많이 주시면 좋죠. 뭐..."


"10만원이면 돼?"

"좋아요."


여자가 눈웃음치며 스스로 팬티를 하체에서 끌어내려 발끝으로 걷어냈다.

그는 여자의 속살을 투박한 손으로 어루만졌다.

여자의 살이 까칠하기만 했다.

그는 맥이 풀렸다.

그는 여자의 살을 만지다 말고 침대 위에 벌렁 드러누워 담배를 피워 물었다.


"왜 그래요?"


여자가 의아한 표정으로 일어나 그를 내려다보았다.


"담배 한 대 피우고..."


그는 내키지 않는다는 뜻으로 그렇게 말했다.


"아저씨 불감증예요?"

"뭐라구?"


"이런 짓 하다 보니까 그런 아저씨 많이 봤어요."

"그렇겠지."


그는 여자를 돌려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이라도 호텔 프론트에 연락하면 팔등신의 미인을 보내 줄 것이다.

그때 여자가 갑자기 그의 아랫배 쪽으로 입을 가져갔다.


"뭘 하는 거야?"


그는 화들짝 놀란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여자는 혀를 이용해 빠르고 부드럽게 그의 하체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나이에 비해 여자는 놀라울 정도로 길고 부드러운 혀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이 한 달전의 일이었다.

그는 서울로 상경할 때 여자를 데리고 있으리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이제 그 기회가 온 것이다.


여자는 백화점에서 유명 브랜드의 옷을 사주고 용돈으로 충분히 대 주자 금세 때깔이 고와졌다.

그는 여자를 거여동 집에서 기거하도록 했다.

그리고 2,3일에 한번 씩 찾아가 밀회를 즐겼다.


그는 TV 스위치를 켰다.


TV는 국회의원 선거 개표 실황을 중계하고 있었다.

벌써 10시가 가까워 지고 있었다.

현재까지 개표상황은 대통령 선거 때처럼 여당이 독주하고 있었다.

그러나 3당의 후보가 압승을 거두고 잇는 지역도 몇 곳 있었다.


그는 미스 장이 덮고 있는 침대 시트를 벗겨냈다.

그러자 미스장의 희고 뽀얀 속살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서울에 올라와 잘 먹고 편히 지내자 미스장은 살결마저 뽀얘지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미스장의 알몸을 시트로 감싸안았다.

그리고는 지하실로 내려가 철제 간이 침대에 미스장을 눕혀 놓았다.

다음에 그는 안 방의 침대를 깨끗이 정리한 뒤 미스장의 옷을 장롱속에 숨겼다.


바람이 이는지 창문이 덜컹대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창문을 흘깃 쳐다보았다.

어쩐지 누군가 들여다보고 있는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어쩐지 누군가 들여다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인적 없는 정원에 백모련이 하얗게 피어 비를 맞고 있었다.


그는 창문을 닫고 옷을 주워 입은 뒤 거실로 나와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이제는 기다리기만 하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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