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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 여인의 정사 - 11장. 제 2의 살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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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옥은 시간이 30분쯤 지나자 계산을 치르고 불야성을 나왔다.

그리고 누군가 따라올수 있도록 걸음을 떼어 놓았다.

뒤는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다.


보옥은 논현동 4거리 못 미쳐 택시를 타고 장충동으로 가자고 운전기사에게 행선지를 말했다.


택시기사는 아무 말 없이 악셀레이터를 밟았다.

50대의 늙그수레한 사내였다.


보옥은 택시가 출발하자 백밀러를 흘깃 쳐다보았다.

을씨년스러운 빙판길에 베이직색 승용차 한 대 가 따라오는 것이 보였다.


(역시!)


보옥은 회심의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장충동의 3류 호텔 앞에서 택시를 내렸다.

택시 요금을 지불하면 흘깃 뒤를 돌아보자 베이직색 승용차도 서행하여 가까이 오고 있었다.


그녀는 호텔 안으로 또박또박 걸어 들어갔다.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미행자는 스스로 찾아 올 것이다.


그녀는 프론트에서 열쇠를 받아들고 805호실로 올라갔다.

이미 준비는 완벽하게 되어 있었다.


객실로 들어가자 보옥은 창가로 걸어가서 호텔 광장을 내려다 보았다.

베이지색 승용차에서 내린 사내가 초조한 듯 호텔 광장을 서성거리고 있었다.

그는 코트를 입고 있었는데 깃을 바짝 세우고 이었다.


그녀는 커튼을 여미고 불을 켰다.

그리고는 가방에서 나이론줄, 재크나이프, 곤봉, 가스총을 차례로 꺼냈다.

그녀는 그것들을 침대밑에 숨겨 놓고 욕실에 들어가 수건에 물울 적셔 가지고

나와서는 주머니에 가루약을 한 봉을 꺼내 골고루 뿌린 뒤 덮어놓았다.

그 다음엔 욕실 앞에 옷을 모조리 벗어놓고 욕실에 들어가 샤워기를 틀어놓았다.

목욕을 하고 있는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서였다.


마침내 준비가 다 되자 그녀는 가스총을 들고 거실 소파에 앉아서 기다렸다.

그녀는 나신이었다.

그러나 춥지는 않았다.


그녀는 불까지 끄고 거실 소파에 앉아 담배를 피워 물었다.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그녀를 미행한 사내는 그녀가 잠들기를 기다려 침입해 올 것이다.


그녀는 담배를 두 대나 거푸 피웠다.

마음이 진정되지 않고 있었다.

시간은 몹시 더디게 흘러갔다.


새벽 1시쯤의 일이었다.

그녀가 쏟아지는 잠을 간신히 억제하고 있는데 문고리에 키를 꽂고 돌리는 듯한 미세한 금속성이 들려왔다.

그녀는 재빨리 거실 소파에 일어나 가스총과 곤봉을 들고 문 옆에 붙어 섰다.


이내 자물쇠가 풀리는 듯한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살그머니 열렸다.

코트를 입은 사내였다.

보옥은 숨소리까지 죽이고 벽에 바짝 붙어 섰다.

사내는 조심조심 문을 닫고 욕실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사내를 향해 가스총을 겨누었다.

사내가 욕실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사내의 손에 예리한 과도가 들려 있었다.

사내는 욕실 앞에 우두커니 서 있다가 발치에 벗어져 있는 그녀의 옷을 주워 들었다.

그리고는 과도를 시험이라도 해 보는 것처럼 조각내기 시작했다.


보옥은 그때 가스총의 방아쇠를 힘껏 당겼다.

그러자 피융하는 소리와 함께 매캐한 가스가 사내를 덮었씌었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사내가 얼굴을 감싸쥐고 켁켁거리기 시작했다.


보옥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곤봉으로 사내의 뒤통수를 힘껏 후려쳤다.

그러자 사내가 억 하는 소리와 함께 앞으로 꼬끄라져 일어나지 못했다.


마취제를 묻힌 수건을 이용할 필요도 없었다.

보옥은 서둘러 사내의 발과 손을 나이론 줄로 묶었다.


망치는 눈을 뜨고 몸을 움직여 보았다.

손과 발이 꽁꽁 묶여 있어 몸을 움직이기가 여의치 않았다.

게다가 입에 테이프까지 붙여져 있어 소리를 지를 수도 없었다.


그는 공포에 짓눌린 채 여자를 응시했다.

여자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여자의 손에는 그의 허리띠가 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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