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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 여인의 정사 - 9장. 제 1의 살인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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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천식 형사는 후줄그레한 코트 주머니에서 두 손을 찌르고 논현동 4거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날씨가 찌푸퉁했다.

하늘은 금방이라도 눈이 내릴것처럼 음산한 잿빛을 하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아직도 명치 끝이 땡기듯 아펐다.

특히 몸을 심하게 움직일 때가 그랬다.

어제 아침에 강철구라는 놈에게 팔 뒤꿈치로 얻어맞은 탓이었다.


(걸리기만 해봐라!)


그는 명치 끝을 지그시 누르고 허공을 노려보았다.

땅거미가 어둑어둑 내리고 있는 번화가의 거리에 인파가 들끊고 있었다.


그는 인파를 따라 느릿느릿 걸었다.


시경에 강철구의 차를 수배해 달라고 의뢰했으나 시경에서는 강철구의 차를 찾지 못했으니 아직도 아무 연락이 없었다..

그의 여동생을 가장하고 이형사에게 강철구의 신상을 알아낸 김민희에게서도 그 뒤로는 한 번도 연락이 없었다.


(김민희는 왜 강철구의 신상을 알려고 했을까?)


그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김민우의 죽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김민우의 부검을 강력하게 요구하던 김민희의 태도도 석연치 않았다.

김민희는 무엇인가를 알고 있으면서도 숨기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는 그것을 오랜 수사 경험에 비추어 추리해 보았다.


김민우가 강철구에 의해 살해되고 김민희가 그것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김민희는 누군가에 의해 제보를 받고 강철구를 추적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김민희는 강철구가 잘 나타나는 논현동 유흥가를 맴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강철구는 무엇 때문에 김민우를 죽였을까?)


그것이 가장 이해할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는 강철구가 소속되어 있는 '순천파'에 은밀히 사람을 넣어 김민우와 강철구와의 관계를 캐 보았으나 순천파는 김민우의 죽음에 직접 개입한 흔적이 없었다.


(어쨌든 논현동 유흥가를 샅샅이 뒤져야 해...)


그는 이미 논현동 일대의 비상근무 중인 경찰에 김민희와 강철구의 소재도 갑호 비상이 걸려 있었다.


그는 룸살롱 불야성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이제 곧 어두워질 것이다.


김민희는 아파트 입구에서 택시를 내렸다.


그녀는 택시 요금을 지불하자 서둘러 보옥의 아파트로 뛰어 올라갔다.

보옥으로부터 이틀만에 전화가 걸려와 그녀에게 빨리 아파트로 오라고 했던 것이다.

이유는 말하지 않았으나 어딘지 모르게 목소리가 초조했다.


보옥은 아파트의 거실 소파에 혼자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요?"


민희는 현애자의 연락을 애를 태우고 기다리고 있던 참이었다.

그런데 보옥이 한가하게 술을 마시고 있는 것을 보자 짜증이 났다.

마치 보옥에게 이용당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러잖아도 아일랜드 여관에서 현애자의 연락을 기다리며 궁리가 많았던 그녀였다.


오빠의 느닷없는 죽음, 부검, 그리고 보옥과 함께 강철구라는 인물에 대한 추적...

그녀는 그런 일들이 과연 온당한 일인가 하고 몇번 이나 되풀이하여 생각해었다.

오빠가 강철구, 또는 제 3의 인물을 그녀들이 추적한다는 것음 곰곰 생각해 보니 온당한 일이 아닌 것 같았다.

설령 오빠를 살해한 범인을 찾아 복수를 한다고 해도 오빠를 살아 돌아오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세상엔 법이 있고 법을 집행하는 경찰도 있었다.

그들에게 오빠를 살해한 범인을 체포하게 하고 교수대로 보내는 일을 맡겨야 했다.


그녀는 보옥의 길에 가담한 일을 후회했다.


"한 잔 마시겠어?"


보옥이 그녀를 향해 술잔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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