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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 여인의 정사 - 10장. 수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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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긴부츠를 신었고 깡총하게 허벅지가 드러난 가죽 미니 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머리는 남자들처럼 상고머리였고, 검은 스웨터에 검은 가죽 자켓을 걸쳐 입어 가슴과 둔부가 유난히 둥글어 보였다.


여자는 껌까지 질겅질겅 씹고 있었다.

이내 여자가 시체 가까이 이르렀다.

여자는 먼저 질겅질겅 씹고 있던 껌부터 퉤하고 뱉었다.

여자의 눈빛이 크게 흔들이고 있었다.

그러나 여자는 좀더 시체 가까이에 접근했다.

여자는 의외로 심장이 튼튼한 것 같았다.

여자는 시체의 가슴과 복부의 낭자한 핏자국을 보았고 부릅뜬 눈을 보았다.

시체는 핏자국마저 보기 흉하게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강도를 당했나?)


여자는 공연히 꺼림칙하여 서서히 뒷걸음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개천둑에 올라서자 빠르게 걸음을 놀려 개천둑에서 사라졌다.


오후가 되었다.

겨울 햇살이 한결 따뜻해지자 아이들이 개천둑으로 몰려나왔다.

방학 중인 아이들은 하루에 한 번씩 개천둑에 몰려나와 놀았는데 그날도 아이들은 불장난을 하기 위해서 부모 몰래 성냥까지 훔쳐 가지고 나왔던 참이다.


그러나 그날은 불장난을 할 수가 없었다.

짚단을 모르어 갔던 아이 하나가 시체를 발견했고, 신고 정신이 투철한 아이들은

파출소로 달려가랴, 마을에 소문을 내랴 눈코 뜰 사이 없이 바뻤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신고에 의해 파출소에서 출동한 순경들은 먼저 시체부터 살펴보았다.

그리고 가슴과 복부의 핏자국으로 살인사건이라는 것이 명백해지자 즉시 보고했다.


본서의 수사과 형사들은 순경이 보고한 지 15분쯤 지나서 들이 닥쳤다.


그때쯤엔 이미 마을에서 구경꾼들이 몰려나와 현장이 어수선했다.

형사들은 먼저 구경꾼들을 통제하고 시체부터 검시했다.

그리고 현장 주변을 샅샅이 수색했다.

혹시나 피해자를 살해한 흉기라든가 유류품이 남아 있지 않을까 해서였다.

그러나 현장엔 피해자의 유류품이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최천식 형사가 살인 사건 소식을 듣고 그 현장에 도착한 것은 그로 부터 한 시간쯤 지났을 때의 일이었다.

그는 지난 밤 새벽3시까지 논현동 일대의 유흥가에서 강철구를 찾아 헤매다가 본서로 돌아와 숙직실에서 퍼질러 잤었다.

그는 눈을 뜨고 수사과 사무실에 나왔을 때는 형사들이 모두 사건 현장에 출동해 사무실이 텅 비어 있었다.


"어떻게 된거야?"


그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현장 조사가 모두 끝나 있었다.


"살인사건입니다."


이형사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말했다.

최천식 형사는 비탈로 내려가 시체를 덮은 하얀 천을 벗겼다.

뜻밖에 눈을 부릅뜨고 죽은 시체는 그가 그렇게 찾아 헤매던 강철구였다.


"이거 강철구 아니야?"


그는 놀라서 이형사를 쳐다보았다.


"강철구요?"

"순천파 일꾼이야."


"그래요? 잘 되었군요.

그렇잖아도 시체의 신원이 파악도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었는데..."

"유류품이 없었나?"


"신원을 파악할 만한 건 아무 것도 없습니다."

"어떻게 죽었어?"


"칼입니다. 예리한 흉기로 가슴과 복부를 난자당해..."


이형사가 시체에 덮여 있는 천을 모두 벗겨냈다.

그러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시체의 나신이 그대로 드러났다.

시체는 하늘을 향해 반듯하게 눕혀져 있었다.

팔목과 발목 언저리에 퍼렇게 피멍이 들어 있는 것으로 보아 오랫동안 묶여 있었던 모양이다.


"신발은?"

"없습니다. 살해해서 여기다가 버린 모양입니다."


"옷은 누가 벗겼지?"

"사진 찍느라고 벗겼습니다."


살인사건이 발생하면 증거를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어 두는데 처음 발견된

상태에서부터 옷을 모두 벗긴 뒤까지 수십장의 사진을 찍어야 했다.

강철구의 시신도 그런 까닭으로 옷을 무두 벗겼다는 얘기 였다.


최천식 형사는 강철구의 시체에 천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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