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야설

거미 여인의 정사 - 8장. 미행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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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구는 여자가 다방에서 완전히 나간 뒤에야 담배를 피워 물고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여자가 돈이 있는 것은 틀림없어...)


그러나 묘한 여자였다.

순진한 듯하면서도 닳고 닳아 있었고 약한 듯하면서 강했다.


(이름이 홍보옥이랬지...)


그는 눈을 지긋이 감고 생각에 잠겼다.

이름 외에 여자는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않았으나, 그는 여자에게 자신도 모르게 끌려 들어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여자는 이상한 흡입력을 갖고 있었다.

그는 커피값을 계산하고 다방을 나왔다.

골목 입구에 스포츠카가 세워져 있었다.


그는 그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때 후출그레한 쥐색 코트를 입은 사내가 그를 향해 걸어왔다.

그는 사내에게 길을 비켰다.

조직에 몸을 담고 있는 그로서는 드문 일이었다.

상대방이 길을 비키지 않으면 주먹을 휘둘러서라도 길을 비키게 했던 그였다.

그런데 순간적으로 사내에게 자신이 먼저 길을 비켰던 것이다.

사내는 그만큼 그에게 위압감을 주고 있었다.


"강철구지?"


길을 비킨 그에게 사내가 다시 앞을 막아섰다.

최천식 형사였다.


"누구신지...?"


강철구는 공연히 겁먹은 표정으로 사내를 쳐다보았다.


"서까지 같이 가야겠어."

"서라니요?"


"경찰서, 임마!"


최천식 형사가 강철구를 윽박질렀다.

강철구는 가슴이 철렁했다.


"김민우 알지?"

"모릅니다."


강철구가 재빨리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그때서야 비로소 논현동부터 그를 따라오던 중형택시가 생각났다.

그는 암담했다.

그러나 이대로 끌려갈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김민희는?"

"모릅니다."


"한 번도 본 일이 없어?"

"없습니다."


"11월 30일에 뭐 했어?"

"11월 30일이요?"


"그래, 뭐 했어?"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강철구는 대꾸하면서 재빨리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행히 형사는 일행이 없는 것 같았고 스포츠카까지는 2,30보도 되지 않았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골목엔 인적도 거의 없었다.


"잘 생각해 봐!"


최천식 형사는 눈을 부릅떴다.

여차하면 한 대 갈길 듯한 기세였다.


"글쎄요. 너무 오래 전의 일이라..."

"삐딱하게 놀지 마."


"왜 이러십니까? 제가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다고 이러십니까?"

"뭐?"


"민주 경찰이 우격다짐으로 이러는 거 아닙니다."


그는 능청을 떨었다.


"좋아. 가서 얘기하자."

"어디요?"


"어디긴 어디야, 경찰서지...!"


형사가 그의 등을 떠밀었다.

그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형사의 가슴패기를 오른쪽 팔굽으로 힘껏 내질렀다.

형사가 헉! 하고 헛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면서 가슴을 움켜쥐었다.

강철구가 재크 나이프를 꺼내 찔러 버릴까 하는데 형사가 비틀거리며 앞으로 꼬꾸라졌다.

급소를 얻어맞은 모양이었다.


강철구는 재빨리 차로 뛰어가 시동을 걸었다.


최천식 형사는 그때까지 골목에서 꼼짝하지 않고 가슴을 움켜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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