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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 여인의 정사 - 6장. 미궁 속의 그림자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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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김민우의 죽음을 자세히 알아봐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비로소 어두워지는 창을 내다보았다.

창밖엔 흰 눈이 소리 없이 내리고 있었다.


(죽음이란 정말 허무해...)


아파트 잔지이기는 하지만 눈이 내리는 풍경은 아름다웠다.


보옥은 창가에 가까이 가서 눈이 내리는 아파트 단지를 내려다보았다.

가장 궁금한 것은 김민우의 죽음이었다.

그녀는 그 죽음에 대한 의문을 심부름센터를 통해서 알아내기로 했다.

심부름센터는 전화번호부를 찾아보면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이튿날 그녀는 전화번호부를 찾아 침실에서 가장 가까운 심부름센터에 그 일을 맡겼다.

심부름센터는 의외로 세 시간 만에 그 일을 해냈다.


김민우는 11월 30일 술을 마시고 귀가하다가 집 근처 골목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사고 차량은 뺑소니를 치고 목격자도 없는 상태라 경찰은 단순 뺑소니 사고로 처리했다는 것이다.


(김민우는 누군가 자신을 미행하고 있었다고 했는데, 교통사고라는 것은 어딘지 좀 이상해...)


누군가 술에 취한 김민우를 일부러 치어죽일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녀는 다시 심부름센터에 용역을 주어 김민우의 집 전화번호를 알아냈다.

그것도 의외로 간단한 일이었다.

심부름센터가 관할 경찰서 교통과에 전화하자 담당 경찰관이 매우 친절하게 김민우의 집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었다는 것이다.


그녀는 김민우의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김민희는 공장에 나가고 집에 없었다.

전화를 받는 분이 어머니 되시냐고 묻자 집주인이라고 쌀쌀맞게 대꾸했다.

그녀는 김민희가 다니는 공장 위치만 겨우 물어보고 말았다.


김민희가 다니는 곳은 봉제공장이었다.

저녁 6시가 조금 넘자 퇴근하는 여공들에 섞여 김민희가 도시락 가방을 어깨에 메고 나왔다.


"웬일이세요?"


민희는 아직도 슬픔에 잠겨 있는 표정이었다.

그녀는 민희를 그 근처의 다방으로 데리고 갔다.


"오빠의 죽음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그래요."

"전 아무것도 몰라요."

"오빠의 일기장 봤죠."

"네"

"거기 보면 누군가 오빠를 미행하고 있다고 했어요. 누군가 오빠를 미행하다가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도 몰라요."

"그럼 경찰에 신고해야겠군요."

"그럴 필요는 없어요. 오빠가 그날 어떤 술집에서 술을 마셨는지 그것만 알면 돼요."

"불야성이라는 술집예요."

"불야성?"

"논현동에 있는 고급 룸살롱예요."

"어떻게 그걸 알죠?"

"오빠 주머니에 그 술집 성냥이 들어 있었어요."

"오빠는 돈이 많았나요?"

"무슨 뜻이죠?"

"대학생이 그런 술집에서 술을 마시려면..."

"제가 줬어요. 오빠가 꼭 필요하다고 해서요."


민희가 입술을 깨물고 있다가 톡 쏘듯이 내뱉었다.

그녀에게 불만이 있는 듯한 말투였다.


"형제가 많아요?"

"없어요. 오빠뿐이었어요."

"부모님은?"

"저를 심문하시는 거예요?"

"심문이 아니고 내가 필요해서 그래요."

"안 계세요. 두 분 다 돌아가셨어요."

"그럼 경제적으로 좀 어렵겠군요. 내가 도와 드릴까요?"


보옥은 진심으로 말했다.


"웃기지 마세요!"


민희가 입술을 비틀며 쏘아붙였다.

마치 보옥이 가소롭다는 표정이었다.


"난 진심예요."

"필요 없어요!"

"오빠에게 내 얘기 들었어요?"

"대충이요"

"그럼 내가 정체 모를 사내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다는 사실도 알겠네요?"

"그런 얘기를 듣지 않았으면 부인과 이렇게 마주 앉아 있지도 않을 거예요."

"우리 가정을 짓밟은 놈들과 오빠를 죽인 놈들이 한 패인지도 몰라요. 경찰에 오빠의 부검을 한 번 의뢰해 봐요."

"뭐라구요?"

"오빠가 아무리 술에 취했다고 해도 교통사고를 당한다는 것은 이상하지 않아요?"

"의사가 검시했어요. 교통사고를 당한 상처 외에는 별다른 상처가 없었어요! 칼에 찔린 상처도 없고 목이 졸린 흔적도 없었대요!"

"오빠가 룸살롱 불야성에서 수면제를 탄 술을 마셨을 수도 있잖아요?"

"그 술집에서 왜 그런 짓을 해요?"

"오빠가 그 술집에 가서 술을 마신 이유와 같겠죠. 오빠는 왜 그런 고급 술집에 가서 술을 마셨을까요?"

"몰라요. 오빠 나름대로 무슨 까닭이 있었겠죠."

"그러니 한 번..."

"안 돼요! 오빠가 젊은 나이에 죽은 것도 억울한데 그 시체에 칼을 대게 할 수는 없어요! 그리고 오빠는 이미 땅속에 묻혔어요!"

"민희 씨!"

"이런 일로 두 번 다시 나를 찾아오지 마세요!"


민희가 자리를 차고 벌떡 일어나 다방을 나갔다.

명랑한 처녀였다.

보옥은 다 식은 커피잔을 앞에 놓고, 깊은 무력감을 느꼈다.

그러나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녀는 어떤 일이 있어도 김민우의 죽음을 밝혀내리라고 생각하면서 천천히 커피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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