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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 여인의 정사 - 6장. 미궁 속의 그림자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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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희는 공장을 그만두었다.


경찰은 김민우의 부검 결과 위에서 다량의 수면제 성분이 발견되자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그 사건을 담당한 형사는 관할 경찰서인 서울 강동 경찰서 수사과의 최천식 형사였다.


그는 유가족인 김민희의 진정을 받아들여 김민우의 시체를 무덤에서 파내 과학수사연구소에 부검을 의뢰했다.

그 결과 부검의 위 내용물 중에서 다량의 수면제 성분을 발견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것으로 김민우가 살해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유가족 김민희의 진정이 옳았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그러나 누가 무엇 때문에 김민우를 살해했는지 그 동기가 석연치 않았다.

살인에는 동기가 있어야 했다.

김민우에게는 그럴 만한 동기가 전혀 없었다.


최천식 형사는 그 점이 가장 커다란 맹점이라고 생각했다.

그 동기를 밝혀내지 못하는 한 수사는 언제까지나 공전을 계속할 것이다.


최천식 형사는 먼저 김민우의 주변 인물에서부터 수사를 시작했다.

김민우의 대학생 친구들을 불러 사건 당일의 행적을 추궁하고, 김민우가 차에 치일 때 혹시라도 목격자가 있을지 몰라 탐문을 계속했다.

그러나 1주일 내내 그 수사를 했으나 아무 소득이 없었다.


(이거 완전히 미궁에 빠졌는걸.)


날씨는 점점 추워지고 있었다.

12월이었다.

첫눈이 내린 뒤 영하의 날씨가 열흘이나 계속되고 있었다.

최천식 형사는 이 추운 겨울을 손에 잡히지도 않는 사건과 씨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자 짜증이 났다.


그는 김민희의 집으로 터벅터벅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수사가 풀리지 않을 때는 사건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인물로부터 실마리를 풀어나가야 하는 것이 수사의 기본 상식이었다.


김민희의 집은 경찰서에서 20분 정도 북쪽으로 걸어가야 했다.

그는 해 으름의 빙판길을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조심조심 걸었다.

구두 뒤축이 낡아서 언제 보기 좋게 빙판길에 나뒹굴지 알 수 없을 일이었다.


김민희의 집- 김민우와 함께 두 남매가 자취하고 있던 셋방에는 자물쇠가 굳게 채워져 있었다.


"아주머니!"


그는 불길한 예감을 느끼며 주인 여자를 큰 소리로 불렀다.

그러자 우거지상의 주인 여자가 슬리퍼를 끌고 나왔다.


"이 방에 사는 아가씨 어디 갔습니까?"

"시골 갔어요."

"시골 어디요?"

"그냥 한 달쯤 시골에 가 있다가 온다고 하던데요?"

"언제 갔습니까?"

"사흘 전에요."

"짐은 그대로 있습니까?"

"네. 왜 그러세요?"

"좀 알아볼 게 있어서 왔는데..."

"그럼 경찰서에서 나오셨나요?"

"예. 수사과 최 형사입니다. 어떻게 형사인 줄 아셨습니까?"

"민희가 형사가 찾아올지도 모른다고 열쇠를 맡겼어요."

"그래요?"


그는 담배를 꺼내 입에 물려다가 말고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민희가 열쇠를 맡겼다는 것은 이미 그가 찾아오리라는 사실을 예상하였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의 방을 수색해도 좋다는 무언의 시위이기도 했다.


(영악한 계집애 같으니...)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들어가 보시겠습니까?"

"아니 됐습니다."


그는 고개를 흔든 뒤에 서둘러 집주인 여자에게 인사를 하고 그 집을 나왔다.

마치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세상에 믿을 사람이 없군.)


그는 골목을 한참이나 걸어 나와서야 담배를 찾아 입에 물고 붙였다.

입안이 깔깔했다.

그는 동료들이 자신을 `무대`라고 부르는 사실이 머릿속에 떠올라 또다시 울화통이 치밀어 올라왔다.

동료 형사들의 놀림감이 되지 않으려고 무던히 노력했는데도 또 그런 꼴이 되었다.


(제기랄!)


무대는 중국 4대 기서의 하나인 수호지에 나오는 반편 떡장수의 이름이었다.

천하 요부인 마누라 반금련이 그 지방 부호인 서문경과 놀아나는 것도 모르고 순진하게 떡만 팔고 다니다가 마누라와 왕 노파에게 독살당해 죽은 사내였다.

좋게 말하면 착한 사내였고 나쁘게 말하면 모자라는 사내였다.

그러나 마누라는 절색의 미인 이었다.

세상이 어수선할수록 그런 순진한 사내가 어리석은 반편으로 매도되곤 했다.


"무대가 반편이라도 그런 절색의 미인과 살았으니 행복한 사나이야. 나도 그런 절색의 미녀와 한번 살아 봤으면 좋겠네."


어느 날 수호지의 무대가 화제에 올랐을 때 그는 불쑥 그런 말을 했다.

그러자 사무실에 와 하고 웃음보가 터졌고, 그는 그때부터 무대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얻게 되었다.


김민우의 시체 부검만 해도 그랬다.

교통사고로 처리된 사건을 새삼스럽게 부검을 의뢰하려면 납득할 만한 사유가 있어야 했다.

그런데도 유가족인 김민희는 부검을 해달라고 요구했고, 그가 누누이 부검할 수 없다는 설명을 해도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다.


"가난하다고 해서 부검을 안 해 주는 거예요?"


김민희가 눈물이 그렁그렁하여 그를 쳐다보았을 때, 그는 가슴이 싸하게 저려 왔다.

특히 "가난하다고 해서…."라는 말은 그의 가슴을 비수처럼 찔렀다.


(그래, 부검을 해보지. 유가족이 저렇게 부검을 원할 때는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부검하게 되었다.

그런데 김민희는 부검 결과만을 가지고 잠적한 것이다.


그는 골목 끝에 우두커니 멈춰 섰다.

벌서 어둑어둑 땅거미가 내리고 있었다.

겨울이라 해가 짧았다.

그는 코트의 깃을 바짝 세우고 오던 길로 걸음을 돌렸다.

아무래도 김민희의 방을 수색해봐야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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