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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 여인의 정사 - 5장. 거미 여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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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소장이 새삼스럽게 거수경례하고 물러가자 토목기사들도 우르르 따라갔다.

그는 10분 남짓 포크레인이 판자촌을 부수는 것을 둘러보고 현장을 떠났다.


"동숭동."


그는 운전 기사에게 목적지를 지시했다.

동숭동 대학로 뒷골목에 정치인들이 모이는 아담한 사우나가 하나 있었다.

그는 그곳에서 거물 정치인 정달수 의원과 만나기로 했다.


내년 4월이면 국회의원 총선거가 시행될 것이고 1월이나 2월쯤엔 공천심사가 있을 예정이었다.

이미 당내에 조직강화특위가 구성되어 활동하고 있었다.

위원장은 3선의 국회의원으로 총재의 오른팔이나 다름없는 사무국장 정달수였다.

선거가 임박해지면 공천심사위원회가 또 구성되어야 하겠지만, 사실상의 공천심사는 조직강화특위가 하는 것이다.

국회의원이 되려면 어떠한 일이 있어도 정달수의 눈에 들어야 했다.


정달수는 이미 한 시간쯤 전에 도착해 있었다.

사우나를 마치고 휴게실에서 맥주를 마시는 중이었다.


"어서 오시오, 배 회장."


그가 옷을 벗고 휴게실로 들어서자 정달수가 너털거리고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그는 황송한 듯이 허리를 숙이고 정달수의 손을 두 손으로 잡았다.


"늦었습니다. 의원님."

"사업에 항상 바쁘시니까... 어서 목욕부터 하시오."

"아닙니다. 목욕이야 맨날 하는 거 아닙니까?"

"그래도 왔으니 해야지... 그동안 나는 안마나 받고 있겠소."

"그러시겠습니까? 스페셜 안마는 받지 마십시오."

"뭐 좋은 일이라도 있소?"

"제가 의원님을 위해 따로 준비한 여흥이 있습니다."

"그래요? 그거 아주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


정달수가 껄껄거리고 웃으며 의자에서 일어나 지하실을 향해 걸어갔다.

지하의 룸들은 모두 안마실이었고, 언제나 팔등신의 젊은 여자들이 손님들의 안마를 해주기 위해 색등을 켜고 대기하고 있었다.

정달수는 그곳에서 안마를 받으려는 것이었다.

그는 정달수가 지하실로 완전히 내려가자 휴게실에서 나와 탕으로 들어갔다.

탕은 손님도 많지 않았고 물도 깨끗했다.


그가 정달수와 인연을 맺은 것은 3년 전의 일이었다.

국회의원 정달수가 같은 고향 출신이라는 것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으나 막강한 실력자라는 것은 전혀 몰랐었다.

어느 날 정달수의 비서관을 통해 정치자금 헌금을 제의받았을 때 그는 미련 없이 3천만 원을 선뜻 내놓았다.

물론 정달수와 같은 정치인을 알아두는 것은 사업상 나쁘지 않으리라는 영악한 계산이 선 뒤의 일이었다.


"의원님께서 식사나 한번 같이하시자고 합니다."


그 후 정달수로부터 한번 만나자는 전갈이 비서관을 통해서 왔다.

그는 흔쾌히 정달수를 만났다.


"배 회장님께서 보내 주신 돈은 궁하던 참에 잘 썼습니다."


정달수는 그가 대표이사일 뿐이라고 해도 굳이 회장으로 불렀다.

몸집이 비대했으나 눈이 조그만 사내였다. 그러나 신자유당의 지략가였다.


"사업하는 데 어려운 점은 없소?"

"건설은 모든 게 다 어려운 형편입니다."


그는 은행의 융자가 어렵다는 것과 공사를 끝낸 아파트가 준공 검사가 나지 않아 골치를 썩이고 있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사업한 지는 얼마나 되었소?"

"20년 정도 됩니다."

"그런데 아직도 중소기업 규모요?"

"재무 구조는 건실한 편입니다."

"배 회장이 욕심이 없으신 모양이군."

"욕심이야..."


그날은 그런 정도로 예기가 오고 갔다.

그러나 이틀 후 불합격 통지를 받았던 준공검사가 하자 공사를 하지 않았는데도 합격했다는 통보가 오고, 은행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 융자받아 가라고 해 그는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쳤다.


(권력이란 이런 것인가...!)


모든 것이 일사천리였다.

사소한 문제는 정달수에게 직접 부탁할 필요도 없이 비서관에게 전화 한 통만 하면 즉시 해결되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그의 기업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배 회장도 국회의원 한 번 하셔야지..."


어느 날엔가 정달수가 뜬금없이 그런 말을 했다.


"국회의원이요?"


그는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어 정달수를 멀뚱히 쳐다보았다.


"이젠 국가를 위해서도 봉사하셔야지."

"제가 어떻게 감히..."


그것은 꿈도 꿀 일이 아니었다.


"돈만 벌면 뭐가 되는지 아시오? 축생이 되는 거요, 축생!"


축생이라면 짐승이라는 뜻이었다.


"저 같은 게 국회의원을 할 수 있겠습니까?"

"이렇게 고지식하다니까!"


정달수의 말은 언제나 선문답을 하는 것처럼 답답했다.

그러나 정달수의 비서관을 넌지시 불러내어 물어보자 모든 것이 확실해졌다.

정달수는 돌아오는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선거 대책본부장을 맡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자신의 선거구를 관리할 수가 없어 전국구로 출마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정달수가 그동안 갈고 닦은 선거구는 그 지역 출신의 참신한 경제인에게 인계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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