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야설

청춘예찬 32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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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부-정체를 드러내는 시련들.


 


 


 


"하아..."

 


승민은 무겁게 한숨을 푹 하고 쉬었다. 아직까지도 긴장이 풀리지 않는 것만 같다. 처음본 그녀의 아버지는 상상조차 할수 없는 카리스마를 내뿜고 있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리더의 여유마져 느껴졌다. 늘상 형준과 비슷한 성격을 가진 자신의 아버지와는 차원 자체가 다른 모습이다.



-사실 난. 자네가 채윤이와 만나는 것을 별로 바라지 않아. 그리고 덧붙여서 자네가 별로 맘에 들지 않아.-


 

채윤의 아버지인 한 사장이 했던 말이 계속해서 머릿속에 울린다. 차라리 상욕을 하면서 자신을 후려쳤다면 이렇게까지 기분이 무겁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는 신사적이었으며 결코 부자라고 해서 자신을 무시하는 투로 말하지 않았다.

나이가 있는지라 자신에게 하대를 했지만 그 말투는 매우 정중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그의 말은 무언가의 강압적인 힘이 느껴졌다.


 


'역시 부자들은 뭔가 달라도 다르구나.'


 

예전에 승민은 두바이에 건물을 올린, 말그대로 세계적인 부호들을 다룬 영상을 본적이 있었다.

피부색도, 국적도 모두 다른 그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던 것은 냉정하고도 날카로운 눈매였다.

그때 영상으로만 보던 그 눈빛을 실제로 직격으로 얻어맞은 승민에게는 잠시간의 혼돈상태가 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면...내가 채윤이와 어울리는 면이 뭐가 있을까.'


 

딱하나 있다면 전공뿐이다. 키만 좀 멀쩡한거 빼고는 지극히 평범한 자신과, 과연 단점이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채윤. 생각만 해도 언벨런스하다.

그 현저한 격차때문에 자신은 처음에 채윤이 자신을 좋아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얼마나 부정해 왔던가. 

게다가 집안만 봐도 그렇다.역시나 지극히 평범한 소시민 가정인 자신의 가정과, 자세히는 모르지만 엄청 부유해 보이는 채윤의 집안을 비교 하는거 자체가 정말 우스운 일이다.

차라리 드라마처럼 남자가 지나치게 좋은 집안이고, 여자가 평범하거나 혹은 가난한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라면 승민은 이렇게 고민하지 않을 것이다.



 






우우우웅...


 

휴대폰에서 요란하게 진동이 울린다. 휴대폰을 들어보니 채윤의 전화였다.상념에 젖어있던 승민은 후다닥 귀에 갖다 대었다.



"여보세요?"


-오빠. 어디에요?-


"나..학교 근처야."


-아까 메세지 보냈는지 답장도 없고 해서요.-


"핫! 미안! 몰랐나봐..지금 어디야? 글루 갈게."


-오빠 뒤에 있어요.-


 

승민은 잠시 멍해져 있다가 황급히 등을 돌렸다. 뒤에서 폴더를 닫고 있는 채윤의 모습이 보인다. 그녀 답지 않은 실없는 장난에 승민은 피식 웃어버렸다.



"근데...너 왜 학교에 있는거야? 온다는 말 없었잖아."


"바보같이 책을 놓고 와서...다시 챙겨왔어요. 어차피 방학때도 학교 도서관은 이용하겠지만..방학때는 사물함 비워줘야 하거든요."




그녀의 갈색가방엔 꽤나 두꺼운 전공서적이 몇권이나 들어있는지 그 무게때문에 축 늘어져 있었다. 승민은 얼른 가방을 빼앗아 들었다.



"괜찮은데.."


"무겁잖아 바보야. 이런건 남자가 하는...헉!"



자신의 어깨에 걸었다가 탈골의 위협을 느낀 승민은 옆에서 채윤이 쿡쿡 거리며 웃자 짐짓 먼산을 바라보며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자세를 고쳐잡았다.

부실한 자의 슬픔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광경이었다.

 


"근데 왜 그렇게 어깨가 축 쳐져서 걷고 있었던 거에요?"


"아...뭐..별거 아니야."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웃는 승민을 채윤은 고개를 갸웃하며 바라보았다.


 

"밥은요? 먹었어요?"


"응? 아..아직 안먹었네 그러고 보니."


 

채윤이 싱긋 웃더니 승민의 옆에 붙어섰다.



"저거 기억나요?"


"응? 뭐가?"


 

그녀가 가리킨 곳. 후문에 위치한 조그마한 분식집이었다. 대학가 근처라 깔끔한 인테리어지만 식당 내부는 아주 작은 곳이었다.그리고 그 곳은 '공대인의 밤'에 채윤과 식사를 한 곳이기도 하다.



"오빠가 그때 사줬잖아요."


"아...맞아.기억난다."



승민은 살짝 웃었다. 그러고보니 학교 근처, 곳곳에 그녀와의 기억이 잠들어 있다. 강의실이며, 이제는 앙상하게 뼈만 남은 연구실은 물론, 앞에 보이는 2층짜리 호프집에서는 위기 일발의 채윤을 형준과 함께 구출한 적도 있었다.



"간만에 먹고 싶어요. 이거 사줄거에요?"



채윤이 그렇게 말하는데 어느 남자가 안사주겠는가. 아마 금가루 뿌린 떡볶이라도 장기를 떼어 파는 한이 있더라도 남자라면 누구나 힘차게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래. 나도 배고프다."



이제는 전혀 어색하지 않게 그녀가 손을 잡으며 따라들어왔다. 방학시즌이 슬슬 시작되려 하니 가게 안은 한산했다. 채윤과 걸을 때마다 '저 미녀옆에 있는 짐승은 뭐지? 애완 동물인가?'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을 숱하게 받았던 승민에게는 간만에 편안한 식사가 될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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