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야설

청춘예찬 31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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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안녕하세요."



승민은 약간은 얼빠진 인사를 하고 있었다.

 


"갑작스러웠겠지. 채윤이에게 남자친구가 생긴거 같아서, 본이 아니게 조사를 했어. 이 점은 사과하지. 학교에 오면 승민군을 볼수 있을까 해서 왔는데, 공교롭게도 만났구만."


"아..아..예.."

 


승민은 안절부절 못했다. 이렇게 타의적으로 채윤의 아버지에게 인사를 하게 될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거두 절미하고...자네 때문에 채윤이가 유학을 가지 않았다지?"

 


승민은 목뒤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전혀 위협적인 말투도 아니었고, 그저 평상적인 투였지만, 그의 말에는 알수없는 힘이 깃들려 있었다.

게다가 저 강인한 눈빛. 승민에게는 '니가 순진한 내 딸내미 꼬드겨서 인생 조지게 하려고 하는 그 쉽색기냐?'라고 묻는 것과 같은 엄청난 데미지였다.

 


"아..그것은...."

 


승민은 정신이 없었다.어떻게 알았을까. 채윤의 성격에 그것을 아버지께 말했을리 만무하다.

사실은 그때 공항에서 승민오빠..라고 부르는 채윤을 통해 김실장이 샅샅히 조사한 결과였지만, 승민이 그것을 알 턱이 없었다.

 


"승민군에 대해서 알아보니, 대학가에서는 평판이 좋더구만. 꽤나 그쪽 방면에서는 수재로 유명하기도 하고."


"가..감사합니다."


"그런데 말이야. 딸가진 부모의 마음이라는건...그런게 아니야."

 


차분하고, 다분히 신사적인 말투지만 뭔가 우직함이 깃들여 있는 말투였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난 내 딸이 미국에서 공부를 해서, 당당하게 성공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남자에게 휘둘려서 유학을 포기하는 그런 바보가 아니라. 무슨말인지 알고 있나?"


"네.알고 있습니다."

 


승민은 대답은 했지만 눈앞이 캄캄해지는것이 느껴졌다. 채윤의 아버지, 그러니까 한사장의 말투가 위압적이고 강압적이어서가 아니다.

입장바꿔 생각을 해봐도, 그에게는 아마 자신이 딸을 방해하는 장애물정도로 밖에 느껴지지 않을것만 같아서이다.



"똑똑한 친구라 잘 알거라 생각해. 난 자네를 무시하거나 이런것이 아니네. 다만, 정말 채윤이를 생각한다면, 그렇게 책임질수 없는 행동은 하지 않았으면 해."


"그것은....그런것이 아닙니다."

 


승민은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머릿속이 복잡했지만, 그는 속으로 크게 심호흡을 하며 말을 이었다.

 


"채윤이의 꿈에 대해서 알고 계십니까?"


"뭐..라고?"

 


한사장은 역으로 질문하는 승민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을 받아내고도, 승민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에게 있어서는 엄청난 용기가 아닐수 없었다.

 


"항공 엔지니어...입니다. 채윤이 정도라면, 굳이 미국을 가지 않아도 그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나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지."


"네? 무슨 말씀이신지.."


"그 아이가 항공엔지니어를 원할지 모르지만, 난 그 이상을 원한다는 뜻이야."


"그건...채윤이의 꿈입니다."


"똑같은 말을 계속 시키는 건가."


"아뇨. 채윤이와..진로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신적 있으십니까?"

 


그는 아무말 하지 않고 묵묵히 승민을 바라보았다. 승민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채윤이 역시 아버님이 무슨 길을 원하고 계시는 지 모릅니다. 대화가 없으니 그렇게 어긋난 것일지도 모릅니다."


"우리 가족의 이야기를 그렇게 듣는건 조금 불쾌한데."

 


"죄송합니다. 하지만 대화를 하지 않으시면...그러지 않으시면 아마 계속 채윤이와 어긋나실 겁니다.

미국행을 포기한것은...제 책임이 아니라고는 말씀 못드립니다. 하지만...채윤이 스스로 그걸 원하고 있습니다.

항공 엔지니어가 되어서, 국내 최고 1인자가 되는것...그것을 채윤이가 원하고 있습니다."



어디서 나온 용기일까. 승민은 말을 뱉어놓고도 맹랑한 자신의 발언에 미친듯이 후회를 하고 있었다.

그런 그를 바라보는 한사장의 표정은 눈에 띄게 경직되어 있었다.

 


"우승민군....이라고 했지."


"네."


"사실 난. 자네가 채윤이와 만나는것을 별로 바라지 않아. 그리고 덧붙여서, 자네가 별로 맘에 들지 않아."



직설적인 그의 말에 승민은 당황하기 시작했지만, 그는 정작 신경도 쓰지 않는듯 말을 이었다.

 


"하지만. 자네 말대로 대화할 필요성은 있어보이는군. 그 후에, 조금더 지켜봐야겠지만..."


"아..."

 


지켜본다는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승민은 자신도 모르게 그의 말을 곱씹고 있었다.

 


"시간 내줘서 고맙군. 다음에....보도록 하지."

 


승민은 몸을 일으키는 그에게 정중히 인사를 했고, 그는 눈빛으로 그것을 받아주며 출입구를 나섰다.

승민은 그가 나가자마자 식은땀을 닦으며 다리가 풀려버린듯 쇼파로 털썩 주저앉으며 한숨을 푹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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