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야설

청춘예찬 33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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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무슨 인사를 드린다고.'


 

그 심부름이란 즉슨, 자신의 아버지의 미국친구를 만나서 인사를 드리라는 것이었다. 

미국의 유명 제약회사의 총수이자, 경영인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인물이었지만, 형준에게는 그저 자신의 귀찮게 하는 '아빠친구인 아저씨'에 지나지 않았다.



'여긴가?'


 

딱봐도 기를 죽이는듯한 으리으리한 건물이었다. 

솔직히 이 쪽 방면으로의 진출을 생각하고 있는 형준에게는 더 없이 좋은 인맥이 될 지도 모르는 일이었지만, 사실 남의 도움으로 뭘 하는것을 싫어하는 그는 이런 아버지의 심부름이 썩 맘에 들지 않았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리셉션에 있는 백인여성이 형준에게 물었다. 그가 동양인인 것을 보고는 약간은 신경써서 천천히 영어로 말하고 있는 것이 형준에게도 느껴진다.



"한국의 박 형준이라고 합니다만. 사장님과 약속이 있습니다."



리셉션 데스크의 백인여성은 생각 외로 유창하게 구사하는 형준의 영어에 살짝 놀란 표정을 짓더니 미팅 명단을 꺼내 그의 이름을 확인했다.



"ID가 있으시면 보여주시겠습니까?"

 

 

ID, 즉 신분증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기껏 회사주제에...라고 생각하며 형준은 신분증명을 할만한 것을 꺼내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13층으로 가시면 됩니다."

 


그는 살짝 그녀에게 목례를 하고는 엘레베이터에 올랐다.




 

'정말 으리으리하게 크구만.'


 

왠만해선 잘 놀라지 않는 그지만, 정말 입이 떡 벌어질만한 큰 회사였다.


 


띵동.

 


지문하나 안 묻은 듯, 금색으로 번쩍거리는 엘레베이터문이 열렸다. 아마도 회사의 수뇌부인 모양인 듯, 그 층에 또 한 개의 리셉션 데스크가 있었다.





'어라? 동양인?'


 

멀리서 리셉션에 서있는 여성을 본 형준은 눈을 살짝 크게 떴다. 분명 백인은 아니었다. 국적은 알 수 없었지만, 그녀는 동양인이 틀림없었다.


 



'오호....'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을 때, 형준의 눈이 살짝 놀라움으로 물들었다. 그녀가 눈에 띄는 미인이었기 때문이었다.

단정하게 틀어올린 긴머리. 전체적으로 세련된 이목구비가 묘하게 서구적이면서도 동양적인 미인상을 자아내고 있었다. 

게다가 정장 위로 보이는 그녀의 곡선은 비록 데스크에 가려져 상체밖에 보이지 않았지만,형준의 '이성감지 세포'는 활발하게 움직이며 그에게 A급 여성!이라는 신호를 보내주고 있었다.


 


"무슨일로 오셨는지요."

 


너무나 깨끗한 영어발음. 형준은 뭐라고 대답하려다가 힐끔 그녀의 정장 상의에 달려있는 사원증을 바라보았다.

 


-Chief of Presidential Secretary Yoon ji park-


 



'한국인?'


 

분명히 비서실장 박윤지라고 써있었다. 형준은 영어로 대답하지 않고, 슬쩍 한국말을 꺼내들었다.


 

"한국분이신가 봐요?"

 


형준의 말에 그녀는 깜짝 놀라더니 이내 자신의 사원증을 인지하고는 차분히 말을 이었다.


 

"아..네 맞습니다만. 사장님과 약속을 하셨습니까?"

 

"네.박형준이라고 합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재빨리 목록을 확인하는 그녀. 형준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숱하게 많은 미인을 봐왔지만, 간만에 자신을 혹하게 하는 상대가 나타난 것이다. 그녀는 리스트를 확인하더니 공손하게 말했다.



"한국의 박교수님 자제분이시군요. 그런데 지금 사장님이 회의중이시라서.."


"아..이런.약속시간 보다 좀 빨리왔다 싶더니만."


"안에서 기다리시겠어요?"


"아뇨. 여기서 기다리죠뭐."


"네?"


"심심하잖아요."


 

그녀는 어이없다는 듯 웃어버린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아버지의 심부름에 짜증이 확 났었던 형준은 왠지 이곳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네?"

 


윤지는 갑작스런 그의 질문에 황당해 하면서도 대답했다.


 

"미국 나이로 스물다섯입니다만."

 

"와우. 저랑 동갑이시네요."

 

"그런가요?"

 


윤지는 건성으로 대답하고는 다시금 리스트를 바라보며 추후 스케쥴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런 큰 회사 비서실장을 하기엔 어린 나이같은데...실력이 대단하신가 봐요?"


"실력이요? 그런거 없어요. 배우자를 잘 만났을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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