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야설

(3섬야설) 인도에서 만난 남자 - 4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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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여름날 일과를 마치고 마시는 맥주는 늘 나를 깨어나게 한다.


"캬~ 좋다."


그나마 제법 넓은 반항기 처자들 방에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다.

케이는 벌써 반항기 처자들에게 둘러싸여 질문 공세를 받고 있고 은혜는 예비 군바리들에게 찝쩍거림을 당하고 있었다.

구석에서 형님들과 술을 마시고 있으려니 그동안 다른 사람들과 떨어져 행동하던 부부가 다가온다.


"안녕하세요. 박인범이라고 합니다."

"최은영이에요."


그와 그의 부인이 다소곳이 인사를 한다.

뭐 잡다한 이야기를 한다.

그들은 결혼 칠 년 차고 대학 일 학년 때 사고를 쳐서 결혼해서 지금 아이가 하나 있다는 둥, 남자 쪽이 좀 여우가 있어서 레스토랑을 하나 물려받았다는 둥,

좀 권태기가 온 것 같아서 서로 자극을 주려고 왔다는 둥.

뭐. 우리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형님들은 명퇴하고 뭘 할까 하는 찰나에 머리 식히러 왔다는 둥.


뭐. 여기서 내 이야기를 빼놓고 안 할 수가 없어서 조금만 이야기하게 되었다.

결혼 이 년 차고, 아직 아이는 없고, 얼마 전에 홧김에 회사를 때려치우고 장사나 할까 하다가 아내가 여행이라도 다녀오라는 권유에 이렇게 오게 되었다고.

술이 어느 정도 오르자 형님들이 다시 소주를 풀기 시작했다. 도대체 얼마나 꿍쳐서 오신겨?

서로의 가족사진을 보여 주기도 하고 나도 내 아내의 사진을 보여 주었다.


우리 이쁜이는 별명이 미스 서울이다.

키는 165 정도이지만 지성적이고 상큼한 이미지로 나이는 나와는 조금 차이가 있어서 이제 28이다.

아직도 밖에서 껄떡대는 놈들이 많아 언제나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부인이 미인이시군요. 원래 인도로 오신 분들은 대개 한국에서 한 개 정도의 고민을 가지고 옵니다."


갑자기 끼어든 케이가 사진을 한참 보다 우리 이쁜이 칭찬을 하더니 다른 사람들의 고민을 뭉뚱그려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 멤버를 보시면 알죠. 권태기 부부. 예비 군바리. 나이 삼십에 직장 때려치우고 여행길에 오른 누님들, 그리고 명퇴당하신 형님들,

그리고 비밀스러운 고민의 은혜까지"


"여행한다고 해서 고민이 해결되지 않습니다. 단지 잠시간 망각할 수 있고 또 좀 더 냉정히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죠.

뭐 어쨌든 내일의 일정이 있으니 천천히 고민하시고 오늘은 이만 자리를 물렸으면 합니다."


그가 일어서 나가자 은혜가 그녀를 둘러싼 예비 군바리들을 물리치고 케이를 따라 나간다.

부부도 따라 나가다가 남편인 인범 씨가 케이에게 잠깐 이야기하자고 자기들의 방으로 데리고 가자 은혜도 케이의 옷자락을 잡고 따라간다.


잠이 오지 않았다.

목도 마르고 해서 물을 사러 나가는 길에 부부의 방에 흐느끼는 교성이 나지막이 들려왔다.

권태기라더니 좋은 시간을 보내는 모양이군.


물을 마시고 담배를 연이어 태우다 방에 올라가는 길에 부부의 방에서 케이와 은혜가 나오는 것을 보았다.

케이와 눈을 마주치자 케이가 눈인사를 하고 자신들의 방으로 들어간다.


방으로 들어오니 형님들은 이미 잠과 술에 취해 곯아떨어져 있었다.

혼란스러운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분명 내가 들은 건 성행위 때의 교성이 틀림없었다. 근데 왜 케이와 은혜가 그 방에서?

문을 열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케이의 방앞에 이르러 망설이고 있었다. 뭐라고 물어볼까?

근데 은혜의 울먹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케이의 저음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그냥 방에 돌아와 뒤척이고 밤을 지새웠다. 은혜가 담배를 애처롭게 피우던 모습이 떠올랐다.


"케이 이 개새끼"


무턱대고 케이가 미워졌다.


****************************


아침을 먹고 오늘은 뉴델리로 가기로 했다. 다른 팀들은 오늘 올드델리로 간다고 했다.

예비 군바리 들과 은혜에게 같이 가기로 청하려고 하자 은혜는 피곤해서 쉬다가 점심이나 먹으러 잠깐 티벳탄 꼴레니에 가보겠다고 했다.


"일곱 시 기찹니다. 여섯 시까지는 꼭 돌아와 주셔야 합니다. 늦어도 기다려줄 수 없습니다."


대통령궁과 2차대전 참전 기념비를 보면서도 내 정신은 딴 데 가 있는 듯했다.

일행에게 피곤해서 숙소로 돌아간다는 양해를 구하고 릭샤를 잡아서 티벳탄 꼴레니를 외쳤다.


생각보다 티벳탄 꼴레니는 작았다.

중국의 박해에서 망명 온 티베트 인들의 거주지라서 그런지 마치 한국인인듯한 얼굴이 내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주었다.

은혜를 찾으러 돌아다니다 갑자기 이게 무슨 짓인가 싶기도 하고

막상 만난다고 해도 생판 남인 내가 무슨 말을 하겠느냐는 생각에 돌아오려다 배도 고프고 해서

구석진, 여자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을 듯한 조그만 식당으로 들어갔다.


"어쩐 일이세요? 오후에는 델리대학으로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


은혜가 반가운 듯 인사한다. 주위를 둘러보니 케이와 인범, 운영 부부도 있다.

케이가 의자를 하나 더 가지고 와달라고 부탁하자 종업원이 의자와 메뉴판을 들고 왔다.


"우리도 조금 전에 왔습니다. 뭐 식사나 같이하시지요. 거기 모모가 우리나라 만두와 비슷하고 꽤 맛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찐 걸 추천합니다만"


케이가 여전히 싱글거리며 한다.


" 뭐 그러지요"


생각보다 더 맛이 있었다.


" 주위에 여기보다 깨끗하고 화려한 곳도 있던데 왜?"


그렇게 케이에게 묻자 케이는 자신에게 이런 곳이 더 편하다고 한다.


"제가 아직 나이트도 한번 안 가 봤다면 믿겠습니까?"


하~ 이 사람도 우리 이쁜이과 인가 보다.

우리 이쁜이도 나이트라면 눈부터 찡그리고 가끔 데이트할 때도 누런 벽지 찢어진 곳에서 탕과 소주를 기울이는 걸 즐긴다.

자기는 이런 곳이 훨씬 마음이 편하다고.

원래 그 대학 출신이 그런가?


"여기까지 찾아오신 거로 봐서 어제 대충 눈치는 채셨겠지만."


인범 씨가 눈치를 보며 이야기를 꺼낸다. 밤새 혼란스럽던 본질에 가까워지려고 한다.


"제가 케이씨에 부부 상황에 대한 도움을 조금 부탁드렸습니다. 은혜 씨는 참관만 했고요."

",,,,,,"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아서, 뭐 그렇게 생각하셔도 별로 문제 되지는 않습니다만 저희 사생활이니 이해를 해주십사 하구요."

"스와핑인가요?"


언젠가 친구들이나 인터넷을 통해 접했던 단어다.


"정확히는 3섬이었죠. 은혜 씨는 단지 관전만 했던걸요."

"뭐 누구나 사생활은 보장받아야 하죠. 단지 저는 함께 여행하는 처지에 있어 누군가와 서먹한 관계로 있고 싶지 않아서

또 누군가가 상처받는다면 안될 것 같아서요. 지나치게 관심을 두었다면 사과드립니다."


케이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내 귀를 스치고 지나간다.


"좋아할 만하군요."

"네?"

"아. 미인 부인을 두실 만하시다고요."

"무슨?"


케이는 더 이상 나와 이야기하지 않고 이만 일어나가겠다며 자신 분의 돈을 탁자에 놓고 나가자 은혜도 그를 따라 나갔다.

남겨진 우리는 서먹하게 있다가 답답해진 마음에 내가 말을 꺼냈다.


"시간도 많은데 간단히 술이나 한잔하죠? Two bottle of beer. please."


그들의 대답을 들을 여가도 없이 주문을 하고 종업원이 맥주를 가져오자 그들의 잔에 따르고 마시기를 종용했다.


"도움은 되던가요?"


낮술에 쉬이 취기가 올랐다. 슬그머니 어제 일을 꺼내었다.


"네? 아! 예 평소 보다 훨씬 자극적이고 좋았어요. 자기도 좋았지?"


인범 씨가 은영 씨에게 질문하자 부끄러운 듯 고개만 숙이고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하하. 여기서 우리가 하는 이야기 들을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인도잖아요.

사실 저도 결혼한 몸이라 우리 마누라가 혹시나 권태기를 느끼면 어떡하나 걱정도 되고요."


내가 편하게 하려고 의도적으로 오버하면서 말을 유도하고 있었다.

술을 더 시키고 취기가 어느 정도 오르는 듯 은영 씨가 입을 열기 시작했다.


"케이씨는 무척이나 매력적이죠. 처음 봤을 때부터 한번 안겨보고 싶다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케이씨는 무척 다정하고 자극적이더군요.

물론 기교도 뛰어나고요. 아주 자극적이고 만족스러웠어요, 그가 처음에."


숙소에 들어와서 샤워하면서 은영 씨의 말을 계속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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