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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 여인의 정사 - 9장. 제 1의 살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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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구가 눈을 뜬 것은 한밤중이었다.

머리가 뻐개어질 듯이 아파 눈을 뜨자 사방이 깜깜해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어둠 속에서 눈알을 굴려 보았다.


머리가 빙글빙글 도는 것처럼 어지러웠다.

등은 푹신했다.

그는 순간적으로 여자의 침대에 자신이 누워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전등은 꺼서 방안이 자세히 보이지 않았으나 화장대와 장롱 따위가 어슴푸레한 박명 속에서 보였다.


머리가 여전히 뻐개질 듯히 아팠다.

그는 오른손을 들어 이마를 만지려고 하다가 흠칫했다.

오른손 팔목이 나이론줄에 묶여 침대 귀퉁이에 매어져 있었다.


오른손뿐이 아니었다.

그의 왼손과 양다리의 발목도 나이론줄로 꽁꽁 묶여 침대 네 귀퉁이에 매어져 있었다.

그는 마치 침대위에 네 활개를 펴고 누운 꼴로 사지가 묶여 있었던 것이다.


그는 허겁지겁 몸을 뒤틀며 나이론줄에서 팔과 다리를 뽑아보려고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나이론줄은 뜻밖에 견고하게 그를 옭아매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게 무슨꼴인가. 이 계집이 무슨 장난을 하려고 나를 침대에 묶어놓은 것일까.

그는 머릿속에서 그런 생각을 굴리다가 피식 웃었다.

그를 묶어놓은 여자가 변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포르노 비디오에서 종종 그런 장면을 보았었다.


남자가 여자를 발가벗겨 침대에 묶어 놓고 채찍으로 때린 뒤 그 짓을 하거나 반대로 여자가 남자를 그렇게 할때도 있었다.

어느 경우이거나 내용은 조잡하고 저급했다.

그리고 그런짓으로 흥분이 고조된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는 일이었다.


(그래, 어떻게 하나 두고 보자...)


그는 씁쓸하게 웃고 눈을 감았다.

여자가 변태라는 것은 조금 의외의 일이었다.

그러나 세상은 다양하니까 이상한 짓을 좋아하는 여자 하나쯤 있을 법했다.

여자가 침실로 들어오는 기척이 들렸다.

그는 재빨리 눈을 떴다가 감았다.

어두워서 다행이었다.

여자는 그가 잠에서 깨어난 것을 모를 것이다.


그는 눈을 감은 채 여자가 부드러운 손으로 옷을 벗겨 주기를 기다렸다.

그런 일을 한 번도 해본 일이 없는데도 야릇한 흥분이 혈관을 팽창시키고 있었다.


여자가 침대 위로 올라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침대가 출렁하고 흔들 렸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끈적끈적한 것이 그의 입을 덮어 버렸다.


(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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