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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 여인의 정사 - 14장. 최후의 심판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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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배광표 사장에게 몇 말씀 여쭤 볼 시간을 주십시오."

"무엇을 물어보려는 거요?"


"허락합니다."


노영국 판사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배광표 사장님!"


홍보옥이 증인석에 앉아 있는 배광표 사장을 똑바로 노려보았다.


"배광표 사장은 돈을 벌어서 모두 어디에 쓰십니까?"

"무, 무슨소리요?"


"도대체 벌어서 죽을 때 가져갑니까?"

"배사장님! 배사장님은 무엇 때문에 돈을 긁어모으려고 혈안이 되셨습니까?"


"이건 인격 모독이요! 난 정당한 방법으로 돈을 벌었소."

"그렇습니까? 그럼, 양혜숙, 강철구, 김인필, 박재만을 시켜 우리 가정을 짓밟은 것은 돈 때문이 아니었습니까?"


"나, 난 그런일이 없어...! 이 여자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배광표 사장의 얼굴이 울긋불긋해지면서 홍보옥을 잡아 먹을 듯이 노려보았다.


"그럼 우리집안에 철천지 원한이라도 있다는 말입니까?"

"원한도 없고 그런 일을 시킨 적도 없소! 난 사업가일 뿐이오."


배광표 사장이 재빨리 냉정을 회복하여 대꾸했다.

그는 홍보옥 살인 사건의 증인으로 소환된 것이 무엇인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지워 버릴수가 없었다.


"배광표 ! 죽은 양혜숙에게 돈을 지급해 무엇 때문입니까?"

"무슨 돈을 지급했다는 거요?"


"적을 때는 기백만원부터 많을 때는 수천만원까지 지급하지 않았습니까?"

"그, 그런 일이 없어..."


"배명환 경리부장을 증인으로 신청할까요?"

"그, 그건 양혜숙이 운영하던 룸살롱 불야성의 운영자금이었어!"


"사건 당일 양혜숙에게 운영하던 룸살롱 불야성의 운영자금이었어!"

"사건 당일 양혜숙에게 지급할 목적이었던 3억원도 말입니까?"


배광표 사장의 얼굴 근육이 푸르르 떨렸다.


"그건...양혜숙이 나와의 관계를 청산하기 위해서 달라고 했던 거야."

"4월 26일 날이요?"


"그렇소!"


배광표 사장의 얼굴이 핼쓱하게 질렸다.


"돈을 지급했습니까?"

"만나지 못했소!"


"그럼 그 돈을 어떻게 했습니까?"

"..."


"정치 자금으로 했습니까?"

"말할 수 없소! 당신이 나를 신문하고 있는 거요?"


"양혜숙을 만나지 않았다고 했지요?"

"그렇소."


"사실입니까?"

"그렇소. 왜 같은 것을 두 번씩 묻는 거요?"


"그런데 이 사진은 무엇입니까?"


홍보옥이 푸른 수의 속에서 사진 한 장을 꺼냈다.

그것은 배광표 사장과 양혜숙이 거실 소파에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는 사진이었다.


"죄송합니다만 이 사진을 재판장님께 좀 전해 주십시오."


홍보옥은 서기에게 말했다.

서기는 재판장을 흘깃 쳐다보고 재판장이 고개를 끄덕거리자 홍보옥에게서 사진을 받아 재판장에게 공손히 넘겼다.


"음, 4월 26일 날짜까지 찍혀 있군. ...이런 사진이 또 있소?"

"예."


"그렇다면 모두 증거물로 제출하시오."

"예."


홍보옥이 다시 푸른 수의 안에서 사진 열다섯장을 꺼냈다.


재판장은 그 사진들을 배석 판사들과 함께 오랫동안 들여다보았다.

그리고는 잠시 귀엣말을 나눈 뒤 무겁게 입을 열었다.


"증인 배광표을 양혜숙의 살인 혐의로 법정 구속한다. 적용법률은 형법 제X조 X항..."


그 다음의 말은 들리지 않았다.

뜻밖의 사태에 방청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배광표 사장이 발작을 일으키듯 마구 고함을 질렀기 때문이다.

그러나 억센 교도관들이 팔을 꺾고 수갑을 채우자 짐승처럼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다.


"어떻게 이런 사진을 입수했소?"


오후 재판이 속개되자 재판장이 따뜻한 눈빛으로 홍보옥을 보고 물었다.


사진은 배광표 사장과 양혜숙이 거실에서 술을 마시는 장면부터 수표를 건네는 장면, 양혜숙이 안방에 들어가 눕는 장면, 배광표 사장이 양혜숙을 침대 귀퉁이에 묶는 장면, 허리띠로 때리는 장면, 나이프로 찌르는 장면이 모두 찍혀 있었다.


"먼저 증거물부터 확보하는 게 좋겠어요."

"증거물?"


"배광표 사장이 양혜숙을 살해할 때 쓰인 흉기, 허리띠, 양혜숙의 피 붐은 옷 같은거 말예요."

"그렇지!"


재판장이 무릎을 치듯 탄성을 내뱉고 휴정을 선언한 뒤 증거물을 확보해 오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 일은 다시 홍보옥 사건을 전담했던 최천식 형사에게 배당되었다.

최천식 형사는 배광표 사장을 경찰서 취조실로 끌고 와 심문을 했다.

배광표 사장은 모두 것이 수포로 돌아갔다고 생각했는지 순순히 양혜숙을 사실을 시인하고 증거물들을 묻은 장소를 자백했다.

그곳은 당나무골 야산이었다.


최천식 형사는 그곳에서 양혜숙을 살해할 때 쓰인 허리띠, 나이론줄, 나이프, 신발, 옷, 피 묻은 침대의 시트 등을 찾아냈다.

그것으로 양혜숙의 살인범이 배광표 사장이라는 증거물까지 확보한 셈이었다.

다음날 최천식 형사는 구치소 미결수 감방으로 홍보옥을 찾아갔다.


"그 사진을 어떻게 입수했는지 가르쳐 줄수 없겠소? 도대체 누가 그 사진을 찍었소?"

"김순만이라는 대학생이요."


홍보옥이 시니컬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학생은 배광표가 양혜숙을 죽이는 것을 목격하겠군!"

"아뇨."


"무슨 소리요? 목격하지도 않고 어떻게 그런 사진을 찍었단 말이요?"

"그 사진은 조합된 사진예요."


"그 사진은 배광표 사장과 양혜숙의 사진 몇장으로 구해서 얼굴을 오려 가지고 붙여서 찍은 거예요.

그러니까 남자 한사람이 배광표 사장이 양혜숙을 죽이는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을 찍어서 얼굴을 오려내고 배광표 사장의 얼굴을 오려 붙인 뒤 다시 찍은거예요.

양혜숙도 마찬가지예요.

자세히 보면 사진이 좀 엉성한데 가 있어요."


최천식 형사는 설레설레 고개를 흔들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 수가 있을 건인가.


최천식 형사는 그토록 교묘하게 배광표 사장을 덫에 건 홍보옥에게 감탄을 금할 길이 없었다.


"남자는 누구였소?"

"배명환 부장이요."


"여자는?"

"제가 했어요."


최천식 형사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제 그는 홍보옥에게 더 이상 궁금한 것도 없었고 물어볼것도 없었다.

사건은 완전히 결말이 난 셈이었다.

이제 그들이 지은 대가에 대해서는 법이 준엄한 심판을 내릴 것이다.


그는 홍보옥과 헤어져 천천히 구치소 복도를 나왔다.

그의 발자국 소리가 쇠창살이 유난히 많은 긴 복도를 공허하게 울리고 있었다.


1989년 2월 배광표에게 사형이 선고되었다.

홍보옥은 그 다음 달인 3월에 역시 사형이 선고되었다.

그리고 배광표는 그해 9월에, 홍보옥은 그해 11월에 각각 교수형이 집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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