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야설

청춘예찬 35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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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야야. 그거 들었어?"

 

"뭐 말하는거야?"


"공대 여신있잖아...납치 당했었데."


"뭐? 진짜?"


"그래 임마. 사진과에 오덕후 같이 생긴애한테...뉴스에도 났어."


"헐.."


 

방학때 계절학기를 들으러 나온 학생들 사이에서, 점점 소문은 부풀려지고 부풀려져서, 공대여신에 대한 설화마져 탄생할 지경이었다.



"근데...그 여신 남자친구가 구했다더라."


"뭐라? 여신이 남친이 있어?"


"그렇다니까."


"헐..누군지 졸라 부럽다..."


 

남학생들은 한숨만을 푹푹쉬며 고개를 저었다. 상상속의 여친이었던 채윤에게 임자가 있다는 소문은 단 며칠만에 일파만파 퍼져버린 것이다.

게다가 소문이란게 무서운건지, 그 남친은 엄청나게 잘생긴 데다가 똑똑한 수재이며, 나아가 싸움실력을 겸비한 완벽남이라는 현실과 현저하게 동떨어진 소문마져 방학중인 캠퍼스내에 공공연히 나돌았다.



'자..잘생긴데다가 똑똑하고 싸움도 잘한다고?'



승민은 옆에서 이야기하는 학생들을 보며 좋아해야할지 창피해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목 뒷부분이 아직도 욱신욱신 거렸지만, 일은 일단락 마무리 되었다. 

하지만 학교에 일이 있어 잠시 들렸던 승민은, 커피 자판기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시러 갔다가 학기중에 펑펑 논 댓가로 계절학기를 듣고 있는 학생들 틈바구니로 과장된 자신의 무용담을 들어버린 것이다.



"야. 말도마. 그 사진과 아이가 칼을 들고 덤볐는데, 270도 돌려차기로 턱을 날린다음 안경을 벗기고 잔인하게..그 뭐더라..아무튼 약품을 눈깔에 부어버렸다더라."


"와..역시 여신의 남자친구로구만."


"....."



승민은 더이상 들을수가 없어 황급히 커피만을 뽑아들고 자리를 떴다.

이상한 소문이 나버린것은 그에게있어 그 닥 유쾌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승민은 웃었다. 

곧 채윤을 만나기 때문이었다.


동철의 사건 그 이후로, 둘은 더더욱 가까워졌다. 김실장이 부른 경찰덕분에, 동철은 현장범으로 검거되었다.

채윤을 향한 관찰일기와, 누가봐도 스토커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 방안에 가득한 그녀의 사진. 그리고 결정적으로 승민을 후려친 방망이 까지, 증거는 압도적이라고 할만큼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때문에 승민과 채윤도 경찰서에 출두해야만 했지만, 이상스럽게 경찰이 그 둘에게 물어보는 질문은 극히 적었고, 조사는 엄청 빨리 끝났다.



'조금..미안하긴 한데..'


잘은 모르지만, 동철은 아마 실명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상황일 것이다.

그의 잘못한 사랑의 결과로 이런 파국으로 치달은 것이겠지만, 승민과 채윤에게 있어서는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더더욱 돈독해지는 계기가 된것이나 다름없었다.



'오예. 오늘은 운이 좋은데.'


 

기다림없이 한번에 지하철을 탔고, 승민은 약속장소까지 딜레이 없이 다이렉트로 가는 행운을 잡았다.


 

-우리 내일은 하루종일 데이트해요.-


 

별 이야기도 아닌데,  사귀는 사이니 당연한 것인데, 채윤의 말에 승민은 몹시 떨렸었다. 오늘은 처음으로 하루종일 이것저것을 해보기로 마음먹은 승민이었다.



'다행이다.채윤이가 괜찮아서..'



사실 그런일을 겪으면 그 누구라도 정신적으로 충격이 있기 마련이거늘, 채윤은 별거 아니라는듯 털고 일어났다. 아니, 오히려 승민을 보는 시선에는 더더욱 애정이 깃들어 있었다.

그것은 눈치 제로인 승민이 보기에도 확연히 티가 날 정도였기 때문에, 그는 오히려 이런 큰 일을 겪고 난 지금이 너무나 행복했다.



'모든게...계속 이렇게만 흘러갔으면 좋겠다...'



승민은 덜컹거리는 지하철 문쪽에 기대서서, 문득 지난날을 회상해보았다.

물론 얼마 살지도 않았지만,단연코 지금 처럼 행복했던 기억은 없었다. 

짝사랑이라는, 정확히 말하자면 뒤에서 지켜보기만 하던 학창시절을 거쳐 대학시절까지, 자신을 추켜세워주는 천재라는 호칭이 반해서 그는 너무나 외로웠다.

가슴뛰는 사랑은 상상속에서나 가능했고, 짝사랑하던 여자가 자신에게 매달리고 자신은 그것을 딱 잘라 거절하는 허황된 꿈도 질리도록 꿔봤다.


하지만 분명 자신의 삶은 대학시절의 마지막자락에서 급격하게 바뀌었다.

물론 자잘한 사건들이 머릿속에 맴돌긴 했지만 가슴뛰는 사랑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대상은 너무나 아름다운 자신의 후배였다.



-이번역은.....-



그녀를 생각하고, 상념에 빠져있다보니 어느덧 약속장소인 번화가로 들어와 있었다.

늘상 상상속에서 채윤을 꺼내볼때마다, 시간은 이렇듯 대책없이 빨리 지나가곤 했다. 오늘도 예외는 아닌듯, 승민은 스스로도 놀란 표정을 지으며 기대있던 곳에서 몸을 일으켰다.




'다들...커플들 뿐이네.'



하지만 예전처럼 씁쓸하지 않았다. 이제는 겨울이 무섭지 않다. 

크리스마스에도, 이제는 어떤 장면이 나올지 뻔히 그려지는 나홀로 집에 역시 혼자 궁상맞게 보지 않아도 되었고, 하루가 멀다하고 여자를 만나제끼는 형준을 부러워 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리고 이제 곧 자신의 힘으로 돈을 버는 날이 올것이다.

혹자는 너무 평범하지 않나 하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승민은 너무나 행복했다.

각자 연인의 손을 잡고 떠들고 웃으며 걸어가는 커플들 속에서 승민도 얼른 자신의 짝을 만나기 위해 걸음을 서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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