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야설

청춘예찬 29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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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썅! 깜짝 놀랐잖아 자식아!"


"아..예.죄송합니다."


"거 색기 남들 죽을때 안죽고 이런 비수기에 죽어서 오냐?"


"네?"

 


알수없는 노인의 말에 승민은 고개를 갸웃했다. 노인은 늘어지게 긴 하품을 하더니 옆에 있는 청년의 옆구리를 발가락으로 툭툭 건드렸다.



"야.명부 줘봐."


"아 넵!"

 


그는 고개를 꾸벅 숙이더니 노인에게 엄청나게 두꺼운 책을 건냈다. 전화번호부 보다 족히 10배는 두꺼워 보이는 무식한 책의 두께에 승민은 입을 쩍 하고 벌렸다.



"너 이름이 뭐냐?"


"아...우승민 인데요."


"어라? 이름은 안 촌스럽네?"


"...종종 듣곤 합니다."



노인은 돋보기 안경을 쓰고는 두꺼운 책자를 뒤적거린다.

 


"혹시...올해 서른 두살된 부산사는 우승민이냐?"


"아..아닌데요."


"흠..그럼 요놈도 아니고...너 어디 사냐?"


"아..뭐 지금은 학교 근처에 삽니다만.."

 


승민은 본인역시 이유를 모른체 열심히 자취방 주소를 그 노인에게 설명해 주었고, 그 노인은 연신 미간을 찡그려가며 명부를 들여다 보았다.



"어라? 없는데? 야. 이거 어떻게 된거냐?"

 


노인은 옆에 서있는 청년을 향해 돌아보며 물었지만 그는 어리버리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저도...잘.."

 


"하긴 니미 니가 아는게 뭐있냐? 옆에서 후까시나 잡을줄 알지...아 씨바! 이럴줄 알았으면 명부를 진작에 컴퓨터로 바꾸는 건데!"



승민은 앞에서 온갖욕을 퍼부으며 신경질을 부리는 노인을 보며 잠시 멍해져야만 했다. 도대체 자신은 여기서 뭘하고 있는건지 당최 알수가 없었다. 한참이나 진상을 피우던 노인은 다시한번 찬찬히 명부를 살펴보았다.

 


"야.아무리 봐도 이녀석 죽은놈이 아닌데."


"네? 그럼 여기 어떻게 왔답니까?"

 


"그걸 내가 어찌 알아 임마.뭐 가끔씩 엄살 심한 애들이 의식을 잃으면 일로 오곤 하는데 이 놈도 고 케이스 인거 같은데...야 저쪽에 생자 명부좀 줘봐."

 


"넵!"

 


청년은 그 노인의 충실한 부하인 듯 발이 안보이게 뛰어서는 방금전 명부보다 족히 다섯 배는 두꺼워 보이는 명부를 들고 왔다.

키 작은 노인이 그 무식하게 큰 책을 온몸을 비틀어가며 보는 것은 정말 보는 승민에게도 안쓰러운 장면이 아닐수 없다.

 


"어디보자...우승민..우승민...헛! 여깄다!"

 


노인의 말에 청년도 살짝 고개를 빼고는 명부를 들여다 보았다.

 


"흠..어디보자..사진을 보니 이 녀석이 맞구만 그래. 이거봐. 아직 여기 오려면 몇십 년은 이른 녀석이잖아...어라? 가만..."

 


노인은 책을 한참이나 들여다보더니 갑작스레 승민을 팍!하고 노려보았다. 날카로운 눈빛에 승민은 움찔하며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이...이자식..."

 


노인의 입술이 희미하게 떨린다. 승민은 자기도 모르게 긴장해서는 꼴깍하고 침을 삼켰다.

 


"조..졸라 부러운 운명을 갖고 있잖아..."

 


갑자기 험악한 얼굴이 울상이 되어버리는 노인을 보며 승민은 순식간에 벙찐 표정이 되어버렸다. 옆에서있던 청년도 노인옆에서 무언가를 읽어내려가더니 갑자기 눈물을 질질 흘리기 시작한다.

 


"으흐흑!거..겁나 부럽다!"

 


"그치! 그치 !아 씨바..이런 인생이면 나도 살아보고 싶어..아 씨바..."

 


노인은 청승맞게 비단 두루마기 앞섬으로 눈물까지 닦아대며 부러움과 시기, 질투가 뒤섞인 눈으로 승민을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 알수 없는 이 상황에 승민은 그저 머리만 긁적일 뿐이었다.

 


"이 씨바..난 살아생전에 여자 두세 명밖에 못 사귀어 봤는데 이자식은 아주 설탕물에 파리 꼬이듯이 꼬이네.."

 


승민은 한숨을 푹 쉬었고, 노인은 약간은 민망했는지 몇번 헛기침을 하고는 근엄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뭐...여튼 넌 아직 여기 올 놈이 아니야. 벽에 똥칠할 만큼 살다 와라 자식아. 알았냐?"


"네?"

 


뭐라 대답하려던 승민은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노인이 손가락을 자신의 이마에 데었기 때문이다.

 


"얼른가. 난 자던 낮잠 다시 자야하니까."


 


따아아악!

 


청명하게 울리는 노인의 꿀밤소리와 함께 ,승민은 알수 없는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려 가는 느낌을 받았다.




'으으으..여기가...'



갑자기 눈이 환하게 밝아진다. 꿈이었다. 그것도 아주 괴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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