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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토리야설) 일탈을 꿈꾸며,,,, - 4부 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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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 비 오는 날은 브람스 음악을 들어보세요.



늦은 아침 현정의 콧노래 소리에 깨어났다.

그녀는 샤워를 했는지 화장대에서 젖은 머릿결을 말리다가 내가 깨어나자마자 커튼을 젖혔다.

유리창 너머론 비가 내리고 있었다.

거울에 비친 그녀의 눈망울은 맑았는데, 간밤에 밤새도록 격정에 흐느끼던 그녀의 모습은 간데없고

지금은 23살의 푸릇푸릇한 청순미가 돋보이는 얌전한 여자로 변해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친 아내는 홍조를 띠었는데 간밤의 섹스가 만족했었나보다.

우린 호텔 아래층 식당에 가서 브런치(아침 겸 점심)를 먹고 오늘의 계획을 세웠다.

원래대로라면 내가 구매자를 만날 때 그녀 혼자 뉴욕 시내 관광을 갈 예정이었지만

비가 주룩주룩 온종일 내릴 것 같아 관광을 취소하고, 나와 행동을 같이하기로 했다.

그녀는 티셔츠에 노란 카디건을 걸치고 청바지를 입고서 동행했다.


적당히 솟은 가슴과 긴 다리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우린 엘로우캡을 타고 파크 애버뉴의 구매자의 회사에 도착했다.

43층의 그 빌딩은 외벽이 온통 유리로 장식되어 있어서 시선을 확 끌었다.

입구에서 도어맨에게 내 이름을 말하고, 선약이 되어있다고 하자 친절하게도 42층을 눌러 주웠다.

고속으로 부드럽게 엘리베이터는 올라갔다.


알렉스 트레이드 컴퍼니라고 금박이 박힌 사무실을 들어서니, 확 트인 공간에서 10여 명의 직원들이 바쁘게 일하고 있었다.

사장실은 43층이었는데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었다.

여비서에 의해서 사장실에 안내되었는데, 그곳에는 브람스의 음악이 감미롭게 흘러나왔다.

오늘같이 비 오는 날은 참 듣기 좋다는 엉뚱한 생각을 했다.


의자에 앉아있던 40세 초반의 백인이 자리를 박차고 반갑게 맞이했다.

자신은 여기 사장이고 "알랙시노 아리고"이고 "알렉스"라고 불러 달라고 했다.

그리 크지 않은 키에 갈색 머리, 다부진 체격의 전형적인 이태리계 미국인이었다.

난 "강봉구"라고 소개했고(그 부분에서 그는 나보고 다짜고짜 한국 갱이냐고 물어봐서 의아해했는데

내 성 kang 가지고 한 농담이라서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아내를 소개할 때는 미스인지 알았는데 실망했다며 눈을 찡긋거렸다.


테이블에 앉아 내가 가져온 속옷샘플을 보여주며 상담에 들어갔는데 알랙스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정색하며, 자기네는 우리 제품이 어제 일본 세일즈맨이 가져온 향기 나는 고급 속옷에 비하여

별 특징이 없다고 지적해 주었다.

아마도 일본회사와 1차로 200만 불 정도로 시작해서 연 1000만 불 정도까지 거래량을 늘릴 거라고 했다.

목이 바짝 달은 나는 우리 회사 신제품의 특징에 대하여 설명했는데

단순히 입는 속옷이 아니라 이성을 유혹하는 페로몬 향수보다 3배 정도 강한 향수가 첨가되어서

상류층을 공략하는 데 최적의 속옷이라고 설명하였다.


그의 눈이 관심을 보이는 걸 보고 난 얼른 노트북을 꺼내 모델들이

각종 속옷을 입고 포즈를 취한 동영상 CD를 보여주려고 했다. 하지만 어쩌랴.

그 CD는 흠이 났는지 재생 불능 표시만 떴다.

이런 경우는 참 난감했다.

내 설명을 뒷받침해야 할 동영상 CD가 다 날아 가 버렸으니 거래가 깨지는 건 십중팔구이리라.


회사는 국내 경기 악화로 지금 자금줄이 막혀 힘든 상황인데

이번 상담을 성공시키지 못하면 은행에서 압류가 들어올지 모른다는 소문이 돌았다.

난 아버지의 간곡한 요청으로 부사장의 자격으로 세계적인 유통망을 가진 알렉스의 회사로 납품 상담을 하려고 했건만.


난 이 상황을 알렉스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샘플로 가져온 속옷 등을 내 아내 현정이가 입고서 자기한테 보여주면 구매를 결정하겠노라고 했다.

난 아내에게 이 상황을 설명하고 모델이 되어 주기를 간곡히 부탁했다.

이 건을 성공시키면 차기 주주총회에서 내가 사장이 유력시되지만

만약 실패하면, 회사는 도산할지 모른다며 나를 위해서 꼭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망설이던 그녀는 결심을 굳힌 듯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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