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야설

외로운 여자 8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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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을 계속해서 떨어지던 빗방울이 멈추었지만, 흐린 날씨가 이어졌다. 그리고 다시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빗줄기가 쏟아졌다. 날씨가 무더워지더니 여름 장마가 시작된 모양이다.


남편이 집에 들어오는 횟수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언제 들어왔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이다.


문득 지붕에서 떨어진 빗방울로 움푹 파이는 땅바닥을 보며 구멍 뚫려가는 심장의 허전함을 느낀다. 남편을 기다리는 아픔을 현우의 가슴에 안겨 망각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허전한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겠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가슴속을 울리며 메아리친다. 어둠이 짙어져도 빗줄기는 계속됐다.


혼란스러움을 잊으려면 현우가 필요하다. 왠지 근심스러운 표정을 하고 나간 현우가 아무래도 술을 마시고 늦게 들어오려나 보다. 어두워지는 거실에 앉았다가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그때 우당탕하는 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누군가 어둠 속에서 비틀거리며 뛰어 들어온다. 가까이 다가오는 모습을 확인하니 장현우였다.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느껴 밖으로 뛰어나갔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그의 이마에서 피가 흘러내린다.


비에 흠뻑 젖은 그의 옷은 이마에서 흘러내린 피로 얼룩져 있었다. 쓰러질 것 같은 그를 부축하고 다급하게 말했다.



“뭐야? 왜 그래?”


“아…. 죽고 싶어….”



헛웃음과 함께 숨을 길게 내쉬는 그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그를 부축하여 뒷방으로 갔다. 운동화가 물에 흠뻑 젖어 있었다. 구두를 벗기고 방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그가 걸친 옷에서도 물이 줄줄 흘러내린다. 그의 괴로운 표정을 보고 공연히 눈물이 흘러나왔다. 물에 젖은 그의 옷을 하나씩 벗겨냈다. 알몸이 된 그의 모습이지만, 마치 아들의 옷을 벗겨 놓은 심정이었다. 



그의 얼굴에 흘러내린 피를 물수건으로 닦아주었다. 다행히도 그의 이마 상처는 깊지 않았고 흘러내리던 피는 멎어 있었다.



그는 술에 취했으면서도 정신이 드는지 알몸에 운동복 바지와 티셔츠를 꺼내 걸친다. 그리고 휘청거리더니 주저앉아 내 손을 잡고 흐느껴 운다. 그가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물어보지도 않고 내가 저지른 일 때문이라는 자격지심이 든다.


흐느끼던 그가 엉엉 소리를 내며 울기 시작한다. 갑자기 나도 서러워지고 그가 애틋하게 보인다. 방바닥에 앉아 그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



“왜 그래? 말을 해!”


“누님, 나 못 살겠어. 흑흑….”


“뭔데 그래?”



손을 잡고 있던 그가 가슴에 매달리며 흐느낀다. 그의 머리를 안고 쓰다듬었다. 그가 고통스러워하는 이유를 알면 어떤 것이든지 해결해 주고 싶다. 얼마인지 모르지만, 돈 때문이라면 남편과 같이 사용하는 통장에 꽤 많은 금액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증권과 주식 통장도 있다. 소리 내어 흐느끼던 그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한다.



“나 어떻게 해야 해?”


“뭔 말인지 말을 해야 내가 알지….”



현우가 눈물로 가득한 눈동자로 나를 바라봤다. 그의 슬퍼하는 모습은 처음이다. 항상 강하게만 알고 있던 그의 모습을 보니 가슴이 아프다. 측은하고 애처로웠다. 그가 크게 숨을 들이켜고 울먹인다.



“은정이 오빠가 나를 죽인데, 기철이도 같은 배구부 선수인데, 아마 같이 죽일지도 몰라.”


“은정이 오빠가 누군데, 사람을 죽여?”


“그는 우리 캠퍼스 선배인데, 역도 선수 출신이야. 지금은 화이트칼라 조직의 보스야.”


“경찰에 연락하지 그래?”


“아니, 경찰 같고도 안 돼…. 명목상 경비업체를 운영하지만, 형사 끄나풀로도 활동하기에 금방 풀려나고…. 조직을 갖은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는 없어. 이 사실을 아버지가 알면 집에서도 나를 보지 않을 거야. 흑흑…. 죽고 싶어.”



그의 말에 나는 파랗게 질렸다. 일이 이렇게 최악의 사태로 빠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사태의 심각성에 온몸의 피가 쏟아져 내린다. 얼마나 엄청난 일을 내가 저질렀는가를 짐작할 수 있었다.


내 머릿속에는 이 사태를 해결할 방법을 찾느라고 허둥지둥한다. 하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러면 방법이 없는 거야? 여기저기 알아봐.”


“아….”



그는 대답 없이 흐느끼기만 한다. 한동안 흐느끼던 그가 맥없이 방바닥을 쳐다본다. 침묵이 흐른다. 정말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데 답답해서 가슴이 터질 것 같다.


간사한 인간의 본능인가, 여기서 도망치고 싶은 생각도 든다. 그렇다면 현우는 영원히 내 곁에서 떠날 것이고 나는 또 다른 방황의 늪에 빠질 것이다. 나도 울음이 터진다. 그의 양 어깨를 붙들고 울먹인다.



“방법 좀 찾아봐.”


“은석이가 당치도 않은 요구를 하지만, 그건 들어 줄 수도 없고….”


“은석이가 누군데?”


“은정이 오빠.”


“무슨 요구인데? 정말 불가능한 거야?”


“불가능해! 입 밖에 내기도 싫어. 그놈이 미친개처럼 지껄인 그 말….”


“뭔데? 말이라도 해봐.”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오해하지 않을 거지? 차라리 누님이 안 듣는 것이 마음 편해.”


“오해는 무슨…. 말해 봐.”



왠지 그의 말을 듣는 것이 불안했다. 불가능하고 안 듣는 것이 편하다는데 공연히 고집을 부린 것 같다. 그가 대답을 못 하고 충혈된 눈으로 쳐다만 보았다.


무슨 요구인지 몰라도 그의 신중한 표정을 보니 더욱 궁금해서 재차 물었다.



“무슨 요구야? 설마 사람을 죽이라는 것은 아니겠지?”


“정말 오해하지 않을 거지?”


“그렇다니까….”


“그놈이 누님과 자고 싶데….”


“뭐라고?”



말을 듣고 나서야 그가 말하지 않으려는 의도를 알았다. 어이가 없다. 그를 다른 여자에게 빼앗기지 않으려고 저지른 일이고, 미영 마저 제물로 삼은 것이다. 내가 현우의 품에 안긴다고 순결을 잃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남편을 기다리기 위해 허기진 마음을 채울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내 몸을 희생하라는 말이다. 그것은 오직 한 가닥 남은 내 자존심을 버리고 천박한 여자로 전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어떤 결과가 닥칠지 뻔히 알면서도 그와의 연결고리를 끊어 낼 수 없는 나는 중얼거린다.



“그놈이 나를 어떻게 알아?”


“누님도 봤을 거야. 지난번 모임에서….”


“지난번 모임?”


“제일 위쪽에 앉았던 체격이 크고 눈이 왕방울만 한 사람….”



그의 말을 듣고서 기억을 떠올린다. 알 것 같다. 유심히 나를 바라보던 거인 같은 몸에 유난히 눈이 큰 사람…. 징그러운 시선을 받고 소름이 돋던 기억이 떠오른다. 갑자기 한기가 엄습해서 부르르 떨었다. 내게 치욕을 느끼게 하는 현우가 남편만큼이나 저주스럽다.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현우의 뺨을 후려쳤다.



“바보, 멍청이!”


“미안해.”



철썩 소리와 함께 얻어맞은 뺨에 손을 댄 그가 올려다본다. 그의 눈동자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왜 그런지 원망스러워야 할 그의 눈빛이 애잔하고 천진난만해 보인다.


내 안의 나는 그를 결코 떠나보낼 수 없다는 위험한 게임을 할 결심을 한다. 어지러움을 느끼며 혼잣말처럼 내뱉는다.



“언제?”


“나더러 시간과 장소를 정하래….”



그의 주눅이 든 목소리를 들으며 뒤도 안 돌아 보고 방을 나왔다. 왠지 나만의 문을 열고 싶지 않았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밖으로 나왔다. 머리에, 가슴에, 어깨 위에 빗방울이 떨어진다.




비를 맞으니 시원해지는 것 같다. 하지만 가슴속은 답답하다. 빗줄기를 맞으며 한동안 현관 앞에 서 있었다. 갈피를 못 잡은 마음이 비바람처럼 흔들린다.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내가 던진 질문에도 대답을 못 하는 나 자신이 우스꽝스럽다. 



그냥 하루 정도 삶을 포기하고 싶다. 그러면 모든 것이 정리되리라고 생각한다. 처녀도 아니고 마음에도 없는 남자의 욕구를 채워 준다고 순결의 의미가 달라지지 않는다. 변화하는 것이 싫다. 남편을 기다리고 지치면 곁을 지켜줄 현우도 변하지 않고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을 잊고 싶어서 집 안으로 들어가 일찌감치 잠을 청한다. 엎치락뒤치락하다가 수면제를 먹고 잠을 청한다. 언제 잠이 들었는지 모르게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아침에 잠에서 깨 보니 약기운 때문인지 머리가 어지럽고 통증을 느낀다. 잘못된 약 복용은 또 다른 약을 부른다. 두통약을 입안에 털어 넣었다.


 

숙취로 인하여 현우는 아직도 일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뒷방에서는 인기척이 없다. 밤새 비가 내렸는지 정원에는 습한 공기와 물기가 가득하다. 전화벨 소리가 울린다.


얼핏 전화기 앞으로 다가섰으나 우리 집으로 온 전화가 아니다. 현우의 방에서 울리는 벨 소리였다. 전화벨 소리가 끊어진 것으로 보아 전화를 받는 모양이다. 조금 있으려니 그가 가방을 둘러메고 정원으로 나선다.


거실 창문 앞에서 그가 말없이 멈추어 서 있다. 무슨 말인가 하려는 것 같아서 창가로 다가간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침묵을 지키며 운동화 끝으로 땅바닥을 긁적거린다.


그때 서야 그가 내 말을 기다린다는 것을 안다. 무슨 말인가 해야겠으나 용단이 서지 않는다. 아무 말이나 해서 그를 안심시키고 싶어 중얼거린다.



“오늘…. 다섯 시 넘어서….”




더는 대답하고 싶지 않아 돌아섰다. 어차피 닥쳐야 할 일이면 빨리 지우고 싶다. 어떤 준비도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고, 특별한 일자와 시간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오늘 하루를 잊고 싶었다. 지울 수 있다면 달력에서 오늘이라는 날짜를 삭제했으면 좋겠다. 주춤거리던 그가 어깨를 늘어트리고 걸어 나간다.



오늘을 잊으려고 하는데 시간이 갈수록 두렵다. 집안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허둥거린다. 무엇을 어떻게 시간을 기다려야 할지 모르겠다. 멍하니 앉았다가 정원을 들락날락한다.



정오가 한참 지나서야 민호의 점심 식사를 주지 않은 것이 생각났다. 막상 민호와 식탁에 마주 앉았으나 식욕이 없다. 들었던 수저를 놓고 시간을 잊을 수 있는 즐거운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한다.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고 머리가 텅 빈 백지상태이다.



식사를 마친 민호가 같이 공원에 가자고 졸라댄다. 폭발할 것 같은 심정이라서 아무래도 민호에게 짜증을 낼 것 같다. 민호를 데리고 친정집에 가 어머니에게 친구를 만나고 온다면서 민호를 맡겼다. 집으로 돌아와 공연히 옷장을 뒤적인다. 지나간 시절에 입었던 의상들을 들고 지나간 추억을 회상하다가, 그것도 지쳐 옷장을 정리하고 화장대 서랍을 열어 정리한다. 



나 자신을 정리하는 것처럼 꼼꼼하게 물건을 정리하는데, 의외로 많은 시간이 흘러갔다. 거실 벽에 걸린 시계의 초침은 쉬지 않고 달린다. 불현듯 네 시를 지나고 있는 시침을 빼 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재깍재깍하는 시계 소리를 듣고 있노라니 무엇인가에 미치고 싶다. 세면장으로 들어가 세수하고 화장대 앞에 앉는다. 아무런 준비가 필요 없다면서 화장한다. 짙은 아이라인과 검붉은 립스틱으로 나를 감춘다.



대문 열리는 소리에 화들짝 놀란다. 아직은 조금 이른 시간인데 현우가 그놈을 데리고 온 것 같아 심장박동이 빨라진다. 급히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고 나는 더 놀란다.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남편의 모습이다. 남편이 이 시간에 온다는 것은 생각도 못 한 일이다. 현우가 돌아올 시간이 가까웠기에 갑자기 나는 허둥지둥한다. 망치로 얻어맞은 것처럼 아찔하다.



방을 나가서 망부석처럼 서서 현관 입구를 바라본다. 현관문을 열고 남편이 들어오더니 나를 힐끔 쳐다보고는 건넌방 서재로 들어가 버린다.



서재로 들어갔던 남편이 서류봉투 하나를 들고나온다. 아마도 회사에서 필요한 서류를 가지러 온 모양이다. 남편이 오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안도감이 든다. 현관을 나서려던 남편이 뒤돌아서서 얼굴을 찡그린다.



“뭐야! 얼굴 화장이 그게 뭐야? 무슨 무대 배우처럼….”


“무슨 관심이야! 이혼이나 해줘!”



나는 발악하듯이 소리를 질렀다. 폭발 직전이던 심정이어서 누군가에게든지 스트레스를 풀지 않을 수 없었다. 무관심한 남편을 보니 눈물이 맺혔다. 아직 가슴 깊은 곳에는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는 모양이다. 남편이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한 걸음 다가서며 미간을 찌푸린다.



“이제 살림하고 여유 생활하기도 지루한 건가? 그럼, 아이라도 낳아서 키워야 하겠군.”


“이젠 미쳤군.”



나는 코웃음을 쳤다. 남편이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며 상의를 벗어부친다. 집을 나서려던 남편의 행동이 의아스러웠다. 서류봉투와 상의를 소파 위에 던진 남편이 나에게 다가왔다. 남편이 한 번도 나에게 폭력을 행사한 경우는 없었지만 두려웠다. 한걸음 뒤로 물러서는 내 손목을 잡고 침실로 밀어붙인다.



“민호 동생 낳게 해줄 게, 아이 키우는 재미라도 가져봐. 그러면 시간도 잘 가고, 잡생각이 없어질 거야.”


“정말 미쳤군. 이 손목 안 놔?”



나는 그때 서야 남편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손아귀에서 벗어나려는 나를 침대 위에 내동댕이쳤다. 



나둥그러진 내 양손을 붙잡고 자기 바지를 벗어 던진다. 발버둥 치는 나의 치마를 들어 올리고 팬티를 벗기기 시작했다. 조금 있으면 현우가 돌아올 것만 같다. 안간힘을 쓰며 남편에게서 벗어나려고 한다. 그러나 남편의 힘을 당할 수 없었다. 



남편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거부를 하지 않아서인지 순식간에 팬티가 벗겨졌고, 하복부가 허전함을 느낀다. 어느새 자기 팬티를 벗은 남편이 나의 허벅지를 무릎으로 눌러 꼼짝할 수가 없었다. 준비된 안 된 상태에서 남편의 페니스가 음순을 헤집으며 보지 속으로 들어왔다.



“아 앗! 당신 정말 미쳤어? 싫어!”


“넌 내 아내이고, 우리는 민호 동생이 필요해!”



보지 속살이 쓰리고 통증까지 느꼈다. 하지만 이미 남편의 발기된 우람한 페니스가 몸 속 깊이 치밀고 들어왔다. 남편에게 강간당하는 느낌은 자존심 문제여서 불쾌하다. 그러나 현우에게 길든 나의 성감대가 묘한 쾌감을 느낀다. 몸이 지쳐서 축 늘어진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는 현우가 돌아올 것 같은 조바심뿐이다.



남편의 페니스가 거칠게 보지를 유린하는 사이에 몸속에서 샘물이 흘러나왔다. 남편의 엉덩이가 들어 올려졌다가 내리질 때마다 내 몸이 흔들렸다. 그렇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숨을 몰아쉬던 남편이 내 허리를 붙들고 당긴다. 그리고 보지 깊은 곳까지 틀어박힌 남편의 페니스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움이 질 벽을 두드린다. 잠시 숨을 고르던 남편이 내 입술을 찾는다.



고개를 돌리자, 얼굴에 입맞춤하고는 일어섰다.



“건강 조심하고, 예쁜 여자 아기를 낳아 줘.”


“미친….”



생각나는 욕설은 모두 퍼붓고 싶다. 남편이 옷을 들고 방을 나갔다. 



꼼짝도 하기 싫다. 누워있는 자세 이대로 눈을 감고 숨이 멈추었으면 좋겠다. 세면장 여닫히는 소리와 물소리, 이어서 남편의 발걸음 소리가 멀어져 간다.



정적이 깃든다. 눈을 감고 있으니 끝없는 벼랑 밑으로 추락하는 것 같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어지러움을 즐긴다. 나에게 무엇인가 할 일이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눈을 뜨기 싫다. 얼마 동안 누워있었는지 모른다.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흠칫 놀란다. 그때 서야 할 일이 떠오른다. 현우가 왔을 것이다.



식물인간처럼 일어나서 밖으로 나간다. 두 남자가 서 있었다. 현우 옆에 거대한 몸집으로 장승처럼 버티고 서 있는 사나이 모습이 저승사자와도 같다. 그가 은정의 오빠, 은석이라는 놈인가 보다. 놈의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은 커다란 눈동자가 나를 집어삼킬 듯이 바라본다.



갑자기 내가 할 일을 잊어버렸다. 멍청하게 서서 내가 할 일을 그들이 가르쳐 주기를 기다린다. 그러나 그들은 내가 할 일을 스스로 찾기를 바라는 눈치다. 머릿속이 하얗게 변한다.



현우가 앞장서서 걸어간다. 그가 인도하는 대로 유령처럼 그의 뒤를 따라간다. 참으로 신기하게도 나는 걷지 않아도 미끄러져 간다. 현우가 현관문과 방문을 열어 놓고 나를 바라본다.



그의 눈빛에 압도당한 나는 마법에 걸린 정신병자처럼 방 안으로 들어간다. 눈앞이 흐릿하고 현우의 방안에 놓인 침대가 유난히 커다랗게 보인다. 온통 회색 벽으로 갇힌 넓은 공간에 놓인 큰 침대였다.



다소곳이 침대 끝에 앉아 다음에 내가 할 일을 생각하지만, 머릿속이 텅 비었다. 놈이 저승사자처럼 방 안으로 들어오고 방문을 닫은 현우의 모습이 사라진다. 놈이 버티고 서있는 거대한 체격에 방안이 좁게 느낀다.



나를 바라보는 놈의 숨소리가 발정난 짐승처럼 포효한다. 놈이 자신의 옷을 벗어 던지고 원시인처럼 나에게 다가선다.



커다란 손이 침대 끝에 작은 인형처럼 웅크리고 앉은 내 몸에서 옷을 벗긴다. 발가벗겨진 내 알몸이 놈에 의해 장난감처럼 번쩍 들어 침대 위에 눕혀진다. 침대로 올라오는 놈의 체중에 침대가 흔들린다.



나의 알몸을 내려다보는 놈의 입가에 떠오르는 표정이 미소인지 웃음인지 모르겠다. 놈의 손길이 내 알몸을 더듬는다. 곤충을 잡아놓고 관찰하는 것처럼 젖가슴을 쓰다듬고 내려가 음부를 더듬는다.



놈의 입술이 내 입술을 유린한다. 소름이 끼치게 하는 혓바닥이 입술을 헤집고 들어오려 한다. 독사의 혓바닥 같은 놈의 혀에 혼백을 빼앗아 갈 것 같아 입술에 힘을 주고 고개를 돌린다.



입술을 헤집고 들어오려다가 포기한 놈의 혀가 젖가슴에 매달린다. 끈적끈적한 열기를 뿜어내는 놈의 입술이 젖가슴을 탐한다. 젖가슴을 한입에 삼킬 것처럼 덤비던 놈의 입술이 하복부로 향한다. 허벅지를 거쳐 타액으로 음부를 적신다.



혼백이 없는 마네킹처럼 누워있는 나의 머릿속에 남편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리고 잉태하기를 바라며 보지 속에 쏟아 넣은 남편의 정액을 씻지도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놈이 나의 가랑이를 벌리고 음부를 들여다본다. 마치 물고기를 해부하듯이 손가락으로 음순을 벌리고 속살을 문지른다.



마네킹처럼 무감각하게 누워있는 내 머릿속에 안단테의 잔잔한 멜로디가 흐른다. 놈이 황녀의 장군처럼 내 허벅지 사이에 무릎을 꿇는다. 백지상태의 머릿속에 파문이 일어난다.



회색빛 공간을 바라보던 시야에 들어온 거대함 때문이다. 놈의 허벅지에 매달린 페니스는 남성의 심벌이 아니었다. 남자들이 성기를 키우기 위해 수술을 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놈의 페니스에는 무엇을 넣었는지 몰라도 엄청나게 굵었다. 경악스럽고 놀랄 사이도 없었다. 놈의 거대한 몽둥이가 보지를 헤집고 들어왔다.



“악!”



놈을 만나고 나서 처음으로 내 입에서 나온 소리였다. 비명을 들은 놈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자신의 기교와 나를 정복했다는 만족감이었을 것이다. 치골과 골반이 부서지고 보지가 찢어지는 고통을 느낀다. 아기를 분만할 때보다 더한 충격이었다. 머릿밑의 베개를 두 손으로 잡아당기며 입술을 깨물었다.



놈은 내가 쾌감에 못 이겨 고통스러운 줄 아는 모양이다. 젖가슴을 움켜쥐고 보지 속에 틀어박힌 흉물을 돌진시킨다. 젖가슴과 하복부가 터질 것 같다. 놈은 어린아이를 강간하듯 내 몸을 끌어안고 헐떡거린다.



보지 속을 후비는 놈의 페니스가 가속도를 붙여 질주한다. 놈의 거대한 몸집에 깔린 나는 숨조차 쉴 수 없다. 하복부가 터져 버리는 고통을 견딜 수가 없어 외마디를 지른다.



“악! 악!”



고통을 견딜 수없는 나는 점점 몽롱해진다. 마네킹처럼 흔들리는 내 알몸을 붙들고 허덕이던 놈이 눈알을 부릅뜬다. 그리고 놈의 페니스에서 뿜어져 나온 분비물이 보지 속에 넘친다.



놈은 겸연쩍은 미소를 짓는다. 아마도 빨리 사정을 해버린 씁쓸함이리라. 놈은 아쉬운 모양이다.



“에이! 씨….”



시체처럼 누워있는 나의 알몸을 붙들고 안간힘을 쓴다. 그러나 이미 오르가즘을 느낀 놈의 페니스는 임무를 완수하고 줄어든다. 그렇지 않아도 흉물을 받아들이기에 협소한 보지에서 놈의 페니스가 밀려나 빠져 버린다.



놈은 자신의 페니스를 다시 발기시키려고 안간힘을 쓴다. 자기 정액을 뒤집어쓴 페니스를 음순에 대고 마찰을 시킨다.



안타깝게도 페니스가 회생할 기미를 보이지 않자. 포기하고 내 몸에서 벗어난다. 나는 시력을 잃은 시각장애인처럼 놈을 바라본다. 축축하게 젖은 나의 보지를 손으로 쓰다듬더니 일어나서 주섬주섬 벗어놓은 옷을 걸쳐 입는다. 그리고 미련을 버리지 못해 마네킹같이 누워 있는 나의 알몸을 되돌아보면서 방문을 나선다.



이미 오늘 하루를 망각의 세계에 있고 싶었던 나는 내일로 가고 있었다. 치부를 드러낸 알몸을 감추고 싶지도 않다. 더 이상 나에게는 감출 것도 감추고 싶은 사람도 없다. 창문 밖에서 현우와 놈의 대화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마치 동굴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처럼 머릿속에 메아리친다.



육체는 망각의 세계를 헤매지만, 정신은 또렷해진다. 그들이 대화하는 목소리가 사라지고 물방울 소리가 들린다. 방문이 천천히 열리고 현우의 눈동자가 방안을 들여다본다. 겁먹은 소년의 눈빛이었다. 침대 위에 알몸으로 누운 채 꼼짝하지 않는 나를 바라보더니 슬그머니 방 안으로 들어와 침대에 걸터앉더니 중얼거린다.



“미안해! 누님.”


“….”



정신은 또렷한데 현우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단지 아무런 감정도 느낄 수 없는데 눈물이 솟구친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감각에 슬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우가 나의 뺨에 흐르는 눈물을 손바닥으로 문질러 닦아준다. 그의 입술이 내 입술에 와서 닿는다. 언젠가 느꼈던 기억의 달콤함이었다. 그러나 그의 혀가 나의 입술 사이로 들어왔을 때 역한 구역질을 느낀다. 거부감을 느끼는 신음을 그는 성감을 느끼는 것으로 알았든 모양이다. 그는 습한 입김을 젖가슴에 불어 넣으며 입술로 내 젖꼭지를 애무한다.



내 몸의 세포들이 짜릿함을 느껴 돌기를 일으킨다. 내 몸 위에 올라간 그의 가슴에 안기면서 포근함에 젖는다. 언제 옷을 벗었는지 그의 알몸에서 전달되는 따스한 체온이 나를 아늑하게 만든다.



“읍….”



나도 모르게 신음을 흘린다. 그의 페니스가 보지 속으로 들어 온 것이다. 쾌감을 느끼는 순간 이것은 아니라고 나는 외친다. 남편에게 강간당하고, 놈에게 유린당한 내 보지 속에는 두 사람이 쏟아낸 정액이 범벅이 되어 있다.



그것은 잊어버리려는 아픔인데, 아픔 상처의 살갗 속에 현우의 페니스가 비집고 들어 온 것이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해 외쳤다.



“시, 싫어!”


“사랑해. 도희!”



모든 힘을 다해서 그를 밀쳤다. 하지만 나는 지푸라기도 잡을 힘이 없었다. 비명처럼 소리를 질렀으나 목소리는 목구멍에 걸려 사라졌다. 그러나 현우에게 길든 내 육신은 황홀한 쾌감에 젖어 든다.



보지 속으로 파고든 그의 페니스가 율동을 시작했다. 깊고 빠르게, 때로는 좌우로 충돌하며 질 벽에 돋아난 돌기들을 마찰시킨다. 헐떡이는 그의 숨소리에 맞추어 신음을 흘린다.



“아, 아…. 헉헉, 읍….”



두 남자의 페니스에 유린당한 보지가 뒤늦게 몸부림친다. 그는 쉬지 않고 광야를 달리는 종마처럼 질주한다. 보지 속에 뿜어낸 두 남자의 장액과 내 몸속에서 흘러나온 샘물이 엉키어 질컥거리는 소리를 흘려낸다. 차갑던 내 육체가 뜨겁게 달구어진다. 그의 허리를 부둥켜안고 황홀한 희열 속에 젖어 든다.



내 가슴에는 그가 흘린 땀으로 흥건하다. 규칙적인 몸놀림을 하던 그가 내 다리를 번쩍 들어 올린 채 보지 깊숙이 박힌 페니스를 들여다본다. 그리고 페니스를 빼냈다가 저돌적으로 돌진시킨다. 나는 뼈마디가 으스러지는 오르가즘에 진절머리를 친다.



“아흑….”



거친 숨소리를 흘리던 현우가 부르르 떤다. 그의 페니스에서 분출된 정액이 내 보지 속을 뜨겁게 달군다. 쾌감을 못 이겨 상체를 들어 올렸던 나는 기진맥진하여 누워 버린다. 보지 속에 페니스를 집어넣은 상태로 그는 내 가슴에 엎드린다.



그의 맥박 소리와 나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내가 살아있음을 새삼스럽게 의식한다. 지금 이 상태의 고요함이 영원히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아무것도 머리에 떠올리기도 싫고 회색 벽의 동굴 속에 갇히고 싶다. 



적막 속에 흐르는 전등의 전류 음마저도 소란스럽다. 그런데 신경을 거슬리는 소리가 들린다. 현우의 휴대전화 벨 소리였다. 기절했던 사람처럼 내 몸 위에 엎드려있던 그가 몸을 일으킨다.



보지 속에 담겨 있던 그의 페니스가 빠져나가며 묘한 소리를 낸다. 침대를 벗어난 그가 휴대폰을 집어 들고 통화를 하는 그의 얼굴이 일그러지면서 옷을 걸쳐 입는다. 그를 쳐다보면서 왠지 불안해진다. 



통화를 끝내고 주춤거리면서 뒤돌아보는 그의 표정은 몹시 긴장되어 있다.



“미안해, 급한 일이 생겨서….”


“…?”



방문을 닫은 그가 뛰어나가는 발걸음 소리가 멀어져 간다. 



벌레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고요함이 찾아든다. 모두가 떠나버린 빈 곳에 내동댕이쳐진 거 같은 허탈감이 엄습한다. 또다시 어디선가 안단테 멜로디가 들리는 것 같더니 미친 듯이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는 광란의 멜로디가 들린다. 내 심장은 분노로 들끓어 오른다.



내 몸속에 욕정의 분비물을 쏟아낸 남자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들의 심장에 칼을 꽂고 싶은 분노가 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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