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야설

첫 사랑, 첫 혼외정사 - 4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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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밍키넷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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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대니가 돌아온 지 이틀 차 되는 날, 주희는 가슴 윗부분이 적절히 드러나고 적절히 속이 비치는 길쭉한 H형 이브닝슬립을 입고 귀여운 디자인의 팬티를 입었다. 그리고 준영과 만날 때 정도는 아니지만 적절히 분도 바르고 컬러 립글로스를 바른 채 저녁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대니는 그녀의 그런 모습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다. 



“어디 나가니?” 


“왜 그렇게 생각했어?” 


“메이크업했잖아” 


“그럼, 이 옷 입고 어딜 나갈 수 있을 것 같아?” 


“Are you playing upon word? (말장난하고 있는 거니?)" 



대니는 약간 썰렁하다는 듯이 영어로 반문했다. 주희는 그가 영어로 대답한 문장도 썩 좋은 의미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물론 그보다 더한 복장과 메이크업으로 나갈 수 있는 곳이 있지만 그녀는 그런 생각조차 그땐 떠올리지 못했다. 



185에 가까운 키에 100킬로에 가깝게 걸맞게 적절히 비대해진 대니는 160의 키에 50킬로가 채 안 되는 주희의 몸 위에 포개어져 있었다. 그는 머리에 땀을 흘리며 성기를 넣었다 뺐다 하면서 피스톤 운동을 했지만 그것뿐이었다. 



주희는 팔다리를 벌린 채 그의 성기가 들어오면 들어오는 대로, 빠지면 빠지는 대로 그대로 두고 어둠 속에서 눈만 껌뻑거리고 있었다. 서로 간의 밀어는 없었다. 대니는 남편의 의무감이라기보다는 일주일 동안 섹스를 참은 것을 보상하려는 듯이, 혹은 고환 속에 가득 찬 정액을 뽑아내려는 본능대로 움직이는 것으로 보였다. 



“악! 헉! 헉!” 



주희의 신음은 그녀의 질벽과 질구에 가해지는 물리적 압박에 반응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대니가 사정하는 순간 그녀는 이제 끝났다는 생각에 안도하였다. 그리고 대니가 그녀의 몸에 그대로 엎어져 그녀의 몸 위에서 쉬는 순간, 그의 몸무게에 실린 압박감을 참아 견디고 있었다. 



몇 초간을 숨을 몰아쉬던 대니는 정신을 차린 듯 몸을 일으켜 서로의 성기가 이탈되자 물컵을 비우고, 옆으로 쓰러졌다. 준영이를 만나고 일어난 그녀의 일신상 변화는 아니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하는 그녀의 부부관계는 이런 식의 진행과 마무리로 끝났다. 하지만 아까 섹스를 시작한 직후의 대니의 말과 태도는 준영과 확실히 대비되는 것이었다. 



“아…. 너 아까 입술에 립글로스인가 뭔가 발랐다더니 끈적끈적한 게 그거구나? 그리고 얼굴이 왜 이리 미끄러워? 화장 여태 안 지웠어? 화장하고 자면 나도 묻고 별로 필링이 안 좋아.” 



외도 경험에서 얻은 교훈으로 그녀는 예쁘게 화장하고, 화려한 의상을 입었지만,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핀잔과 꾸중뿐이었다. 



그렇게 며칠이 더 지나갔다. 토요일이 되어 대니는 인근 승마장에 말을 타러 갔다. 그녀도 승마를 배우긴 했지만 그리 즐기지도 않았을뿐더러 남편 대니와 함께 어울리는 승마동호회원들도 거의가 백인이었다.



아무리 영어 잘하고, 겉으로 친한척하고 그들의 문화에 젖어보았자 진짜 동료로 백인들이 받아주지는 않는다는 건 상식에 속했는데, 증권이나 금융 쪽 종사자들이라 서로 정보를 얻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주희는 펑퍼짐한 반바지에 민소매 셔츠를 입고 이불을 털고 있었다. 2천5백 제곱피트(70평)의 넓이에 이층에만 방 네 개가 있는 단독주택은 손이 많이 가지만 무엇보다도 두 식구가 서로 소통하고 살을 부대끼기엔 공허한 곳이다. 진공청소기로 카펫을 빨아들이는 것은 남편 대니가 어제저녁에 이미 다 해버렸을 뿐 아니라 샴푸 소독까지 해버렸다. 



대니란 남자가 나름대로 집안일을 도와주는 것이 쓸만하다는 것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일주일 전 이 시간에 하이웨이를 타고 라구나비치를 내려가던 생각이 잠깐 스쳤지만, 머리를 흔들어 치웠다. 그때 집 전화벨이 울렸다. 콜러 아이디를 확인해 보니 뉴욕 인근에 사는 시부모님이었다. 



“네, 어머님.” 


“그래, 대니는 승마하러 갔다면서?” 



그가 전화해서 알았을까, 아니면 시어머니가 그에게 극성맞게 전화해서 알았을까. 



“이번에 대니가 출장 와서 들렀는데 보니깐 지난번에 왔을 때보다 십 파운드는 찐 것 같더라. 네가 건강관리를 잘해주는 거니, 안 해주는 거니? 석 달 사이에 그 정도 찌려면 매일 점심을 패스트푸드로 때워야 겨우 그리된다는데.” 



“저도 신경 많이 쓰고 있어요. 근데 그 사람 일하는 곳이 엘에이 다운타운인데 근방의 한국 음식점이 없는 데다가 도시락 싸서 다니는 거 싫어하니 미국 음식만 먹게 된대요. 저녁이라도 슬림하게 해주려 하는데도 길이 멀어 늦게 들어와 배고프다니 그리할 수도 없고요. 그래도 운동이라도 하니….” “네 책임은 하나도 없는 듯 말하는구나? 그 아이가 점심은 그냥 대충 때운다던데 그게 패스트푸드일지 아니? 그걸 네가 확인한 게 아니잖아? 너한텐 그냥 안심시켜 주느라고 말했겠지.” 



시어머니는 주희의 말을 차단해 가면서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말을 계속 진행했다. 



이런 식으로 가끔 시어머니가 전화해서 은근히 신경을 긁긴 했지만, 이번에는 좀 사태가 심각한 듯했다. 그리고 남편이 출장 겸 뉴욕에 갔을 때 본가에 들러 아내인 주희에 대해 어떻게 전했을까. 물론 대니가 주희 욕먹을 말을 한 것은 아닐지라도 시어머니가 여러 가지 정황을 꿰맞췄을 수도 있겠다. 



“작년에 대니가 살찌기 시작한 건 딱 그때부터였어. 자라면서 비만 체질이라 매사 조심시키고, 운동도 보내고 했지. 한동안 관리가 잘되는 듯했는데 갑자기 스트레스가 있는 거니? 네 몸은 처녀 안 부럽게 날씬하게 관리하면서 배우자 건강관리에 소홀한 것 같아서 말이야. 은행에 일하러 나가는 건 내가 말을 안 하겠지만, 남들처럼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것도 아니고…. 뭐, 안되는 것만 이야기하지 말고,…. 주부가 몸매 날씬하고 예쁘다고 누가 상 주는 것도 아니고, 네가 제일 신경을 써야 할 일은 가장의 건강관리야.” 



“네, 어머님…. 명심할게요....” 



주희는 시어머니와의 통화가 끝나자, 가슴이 떨리기 시작했다. 



남편의 비만화도 그녀의 탓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그의 체질 때문이고 시어머니도 약간의 비만이 있었다. 또 아이가 없는 것, 솔직히 말하면 그녀도 아이를 원하지는 않았지만, 남편이 더 지독할 정도로 아이를 싫어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시어머니는 주희의 책임으로 몰아치고 있었다. 



냉장고를 신경질적으로 열어젖히고 Coor-Light 캔맥주를 꺼내 벌컥벌컥 마시고 나서야 안정이 되는 것 같았다. 



“대니…. 자기 엄마한테 전화 왔었다.” 



초저녁에 남편이 돌아오자, 그녀는 그가 벗는 트레이닝복을 챙기며 대화를 시작했다. 



“자기 승마간거 아시더라.” 


“응, 아침에 전화 와서 승마 간다고 했지.” 


“맨날 밖으로 돈다고 뭐라 야단 안치셔?” 


“뭐, 운동 잘하라고 하시던데?” 



주희는 시어머니가 당신의 아들에게는 그토록 관대했다는 게 놀라웠다. 운동은 좋지만, 주말에 남편이 밖으로 하루 종일 도는 것에 대해 제지하지 않았다는 것에 부아가 치밀었다. 



사실 시어머니는 주희를 처음부터 좋아하지 않았고, 초창기에 적극적으로 결혼을 반대했다. 유학하러 와서 학교 입학은 안 하고 의도적으로 시민권 배우자를 구한다는 의혹이 첫 번째 이유였다.



둘째는 연상이라, 지금은 어여쁜 줄 모르지만 나이가 들면 신랑보다 늙은 모습이 확연히 드러난다는 것…. 그리고 전공이 미술이라 지식적인 면이 많이 딸릴 것이며 그나마도 다른 일을 하고 있으니, 원래의 전공도 태만했으리라는 것…. 마지막은 미모가 너무 뛰어나서 외간 남자에게 유혹받을 거라는 것이었다. 



“자기 살찌웠다고 그러시더라. 패스트푸드 먹지 말고, 기름기 있는 거 먹지 말고, 운동 좀 하라고….” 


“알았어…. 그래서 오늘 운동하고 왔잖아” 


“운동? 자기가 하루 종일 바깥으로 돌면서 즐기면 나는 뭐가 되는데? 집 지키는 집사야?” 


“아이고, 왜 그러니? 새삼스럽게…. 너도 hobby 만들어서 즐기면 되잖아?” 


“대니…. 우린 부부잖아. 주말 말고 낮에 함께 보낼 시간이 어디 있어?” 


“이봐…. 왜 그래? 널 어린애처럼 늘 봐줘야 해? 주말에 네 얼굴만 쳐다보고 있어야 하냐고…. 하고 싶은 일이나 해야 할 일이 많잖아? 너도 horse riding 할 줄 아니깐 따라와.” 


“순전히 남자끼리 즐기다가 맥주나 마시고 들어오는 거 재미없어…. 그걸 매주 간다고 하면 싫어….” 이런 식의 다툼이 몇 번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늘 그들의 대화는 평행선을 그었다. 다툼을 그만둔 것은 해결을 보아서가 아니라 서로가 귀찮아서였고, 해결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절망의 표현이기도 했다. 



“그리고, 아이 문제도 나더러 문책하시는데, 솔직히 자기가 더 싫어하잖아? 내가 어머님께 대니가 더 싫어해서 안 낳는다고 말할 순 없잖아?” 


“마미가 빨리 애 낳으라고 보챌 분은 아니야.” 


“뭐, 아이도 안 키우면서 신랑한테 신경도 별로 안 쓰냐고 그러시는데, 그게 그 말씀이지 뭐….” 


“내가 알아서 할게, 걱정하지 마. 그건 내가 마미한테 말할 거야. Don't worry about her ment!" 


“왜 여기서 말 끊어? 끝까지 가보자, 우리…. LA로 와서 우리끼리 사는 거, 우리끼리 사이좋게 잘 지내고 싶었어…. 아이 가지는 거, 자기가 더 싫어하기도 했지만 나도 자기 한 사람한테만 충실해지려 한 거야. 근데 맨날 자기는 밖으로 돌면 난 뭐가 되냐고….”



낮부터 맥주 세 캔을 마시고 들어왔다는 대니도 화를 내기 시작하며 영어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주희는 쉽게 알아듣지 못했지만, 그의 분위기면 대충 어떤 말인지를 알았다. 



MBA 출신의 남편 대니의 논리는 비록 화를 다스리지 못한 상태에서도 정연했다. 그리고 그는 샤워실로 들어가면서 문을 꽝하고 닫아 버렸다. 



주희는 얼굴을 파묻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만약 그가 준영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를 떠올려 보았다. 아마도 준영이라면 그렇게 밖으로 돌지도 않았겠지만 자기의 책임을 먼저 떠올렸을 거라고 생각해 본다. 



남편 몰래 준영이라는 남자와 혼외정사를 경험하고 왔지만, 이것은 순전히 다른 문제였다. 가능하면 주희는 준영이를 그리워하여서도 남편에게 떳떳하지 못한 외도는 더 이상하지 않으려고 했다. 



또 결혼생활이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여자가 외도에 이끌리면 걷잡을 수 없고, 그 끝을 알 수도 없고, 혹시 알 수 있다고 하더라도 결과가 별로 좋지 못하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외도는 한 번으로 만족해야 한다고 준영과 헤어지고 돌아온 다음 날 아침, 질을 씻으면서 각오한 바였다.



그저 가끔 전화 통화나 하면서 스트레스나 풀만한 관계로 만들 수만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후 준영과 전화 통화를 마칠 때 일방적으로 말하고 끊은 것도 그런 의도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준영에게 재차 사랑 고백을 받았을 때 마음이 흔들린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 후에 그녀에게 던져진 것은 냉엄한 현실이었다. 당장 남편 대니, 일, 살림, 며느리 노릇을 감당하며 준영을 계속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근무시간에 동료들과 어울려 도시락을 까먹으면서 수다를 떨다 보면 늘 똑같은 시간에 전화하러 가는 건 눈치가 보이기도 했고, 말 많은 여자들 사이에 안 좋은 소문도 퍼질 수 있었기에 준영과 통화 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두 달이 지나는 동안 주희는 은행에서 텔러일을 하며 아침저녁에는 남편의 시중을 들고, 집 안 정리와 살림살이…. 이전의 생활과 달라진 일이 없는 생활을 했다. 



여전히 그녀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그녀를 향해 돌아눕고 입을 맞추며 팬티를 끌어 내리는 남편 대니의 행위를 거부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 차원의 적극성은 잃어버린 지 오래였다. 준영과는 상관이 없었지만, 준영과의 외도를 경험하고는 더더욱 남편과의 성관계는 형식적인 것이 되어 버렸다. 



그러다가 뉴욕에서 시어머니가 단독으로 날아왔다. 시아버지를 대동하지도 않은 채였고 몇 주 머물다 간다는 것이었다. 평소보다 식사를 신경 써야 하겠지만, 퇴근 후 그녀의 시어머니를 차에 태우고, 마트에 가서 시어머니가 사들이는 식재료를 지켜봐야 했고, 시어머니가 만드는 밥을 먹은 적이 많았다. 하지만 시어머니의 행동은 ‘내가 하는 거 보고 배워….’라고 시위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지금까지 뭐라 안 하고 그냥 지내왔다만…. 올해 네 나이가 몇이니?” 


“서, 서른둘이에요….” 



그녀가 한두 살 연상이라는 이유로 결혼을 반대했던 시어머니의 입에서 나오는 나이 이야기는 그녀의 역린을 건드리는 것이었다. 



“뭐든지 때가 있는 거란다. 지금 넘어가면 아이 낳기도 힘들고, 기형아나 유산 같은 거…. 임신도 날짜 맞춘다고 해서 다 되는 것도 아니고…. 네가 대니랑 동갑인 서른 살만 되었다고 하더라도 좀 참아보겠고, 이십 대 후반이라면 몇 년은 더 기회가 있겠지만 말이다.” 


“어머님 말씀 잘 알아듣겠는데요, 제 뜻대로 안 낳는 건 아니에요. 대니가 아이를 싫어한다고 저한테 말했기 때문에, 전 그 사람 뜻에 따르는 거예요.” 


“정말 남자가 아이를 원치 않으면 본인이 정관을 묶어 버리던지 콘돔을 쓰겠지. 그런데 너희 화장실에 있는 피임약은 뭐니? 그건 여자가 더 원치 않는다는 거 아냐?” 



주희는 당황하면서도 화가 치밀어 올랐다. 어느새 부부 욕실까지 뒤지다니, 아무리 시어머니라도….



“내가 스물일곱, 네 나이에 결혼했는데 한번 유산하고 서른한 살에야 대니를 낳았지. 그 후에도 또 유산했고 결국 단념했어…. 더 늦어 후회하지 말고, 피임약 다 갖다버려…. 아이 들어서면 막상 싫다 싫다 하던 남자가 더 좋아하게 되어 있어….” 


“어머님 말씀 잘 새겨듣겠어요. 하지만 저도 대니한테 물었지만, 이 사람은 한사코 반대해요. 이 집의 가장이 대니지, 제가 아니잖아요…. 제가 순종할 수밖에 없잖아요….” 



주희는 일부러 남편 대니가 들으란 투의 목소리로 시어머니에게 항변했다. 



“마미... 그건, To be frank, I didn't want a child…. I told her. But actually….” 


"대니! 이건 여자끼리 하는 대화니깐 너는 나중에 네 색시랑 따로 이야기하렴….” 



주희가 깜짝 놀란 것은 didn't라는 과거형으로 남편이 말한 것이고, actually라는 애매모호한 ‘지금’이란 의미가 무엇인지에 놀랐다. 하지만 그다음 엄마의 명령에 얌전히 침실로 들어가던 남편의 행동이었다. 그러자 시어머니는 더욱 기세등등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너, 나이 어린 남편이라고 무시하는 거니?” 


“네? 그 말씀이 무슨 뜻인지…. 제가 대니를 무시한다니요?” 


“그런 식으로 말이야…. 네가 남편을 가장으로 여기는 거니? 너 보통내기가 아니구나. 너희 둘만 있을 때 네가 어떻게 하는지 대충은 짐작이 간다.” 



주희는 드디어 눈물이 터져 나왔다. 자기의 말뜻을 그렇게 황당하게 곡해하는 시어머니의 태도, 그리고 시어머니의 명령에 쏙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남편의 태도에 더욱 그랬다. 



“그런 식으로 남편을 자기 뜻대로 조종하고 아이도 안 낳고 편하게 살려는 게 요즘 젊은 여자들의 트렌드라더니, 설마 너도 그럴 줄은 몰랐다.” 


“흑흑흑…. 전 그런 뜻으로 말씀드린 게 아니에요. 대니한테 물어보세요. 제가 저 원하는대로 모든걸 하려고 했는지….”  



주희는 억울하고 분하고 서러운 마음으로 거의 한 시간 가깝게 시어머니에게 호통과 꾸중을 들으며 고개를 들썩이고, 눈물을 흘렸다. 선 자세로 꾸중을 들은 탓에 다리와 무릎이 후들거리고 있었다. 



“너, 뉴욕에 살 때의 행실도 내가 알아. 오래전에 너 수술한 것 생각나지? 그래서 이 시어머니한테 한참 야단맞은 거 기억하니? 그건 여자가 적극적이지 않으면 못 하는 거야!” 


“어머님…. 흑…. 그건, 그건 제 뜻이 아니었어요. 도리어 피임 잘못했다고 대니 한데 야단까지 맞았다고요….” 


“똑같이 말대답하는구나?! 그래, 대니가 시켜서 중절했다고 말하겠지?” 



그녀는 뉴욕에서 신혼을 지내던 1년 차의 어느 날 임신한 것을 알고 남편 대니에게 전화로 알렸을때, 대니는 도리어 역정을 내며 당장 수술을 하라고 야단 조로 이야기한 것을 기억한다. 주희는 입술을 깨물며 산부인과 수술대에 올랐지만, 그 사실을 시어머니가 어떻게 알았는지 주희에게 야단을 쳤다. 그 이후로 주희는 대니를 닦달해 LA로 사는 곳을 옮긴 것이다.



시어머니로부터 꾸중을 듣고, 그녀가 침실로 갔을 때 그래도 남편 대니는 침실의 푹신한 의자에 앉아 졸린 듯 고개를 뒤로 젖히고 있었다. 주희는 얄미운 마음이 들어 휑하고, 화장실로 가서 얼굴을 씻었다. 



“마미 화를 돋우지 마…. 내가 알아서 할게.” 



주희가 화장실에서 나오자 대니가 한 말은 판에 박힌 이야기였다. 다행히 시어머니는 이틀 후 비행기를 타고 뉴욕으로 날아갔다. 



“내가 Daddy한테 Mommy 좀 데려가달라고 했어. 그러니깐 너도 마미한테 조심해….” 


“내가 어머님한테 뭘 어떻게 했다고 그래?” 


“휴…. 됐어…. 그만해….” 



남편이 알아서 해준다는 것이 아버지한테 매달려서 어머니를 데려가게 한 것이라, 급한 불은 껐지만, 근본적인 게 해결된 건 아니었다. 



어느 날 뜻하지 않게 그녀에게서 메일이 왔다. 그녀의 넋두리와 상황이 논리적으로 연결된 건 아니었지만, 편지 속의 상황을 떼어 맞추어보니 딱 위의 상황은 그대로 팩트였다. 그녀는 나를 통해서 해방을 느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주희를 만난 지 2개월 만이었다. 그러고 나서 다시 점심때 드문드문 통화를 했다. 



그녀의 전화 속 말투와 분위기는 나로 인해 밝아졌다가 갑자기 어두워지기를 반복했다.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배부른 투정이나 하는 바람기 있는 유부녀라고 잠깐 생각했던 것을 후회했다. 



사실 평면적인 스펙으로만 본다면 그저 경제적으로는 쪼들리지 않고, 집 있고, 신경 쓸만한 애물단지(자녀)도 없고, 학벌 좋고 직업 좋은 남편 두고 있고, 본인도 소일거리가 있는 여자였기 때문에 내 탓은 아닐 것이지만, 함부로 상대를 재단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지금 그녀를 감싸주고, 그녀의 편이 되어줄 사람이라곤 나밖에 없었다. 



저녁때 휘트티스 센터에서 나와 옷을 갈아입을 때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놀랍게도 주희의 휴대폰 번호였다. 가슴이 쿵쾅거리는 것을 짓누르며 옷을 챙겨입고 센터 밖으로 빠져나왔다. 미국 서부는 대도시라도 지역이 지나치게 방대하고 넓은 데 반해 인구밀도가 낮아 기지국이 충분하질 않아 실내 통화가 잘 안되기 때문이다. 



“어, 준영 오빠! 왜 안 받았어요? 모처럼 전화했는데 오빠가 나한테 삐친 줄 알았네요.” 


“미안하다. 운동 중이어서 못 받았어….” 


“오빠…. 저 사랑한다던 말씀, 지금도 유효해요?” 


“그럼 당연하지…. 사랑해! 주희야…. 널 사랑해….” 


“후후. 오빠 고마워요…. 혹시 주말에 시간 있으면 저 좀 먼 바닷가에 데려다주실 수 있어요?” 


“네가 원하면 어디든지 갈 수 있지….” 



그녀의 일방적인 이별 통보에 대해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떠볼 요량도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정말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서일까. 무엇보다도 주말과 먼 바닷가라는 말에 가슴이 설레어왔다. 하지만 먼 바닷가를 논하기엔 기혼녀인 그녀의 처지가 녹록지 않을 것이다. 



“근데, 주희는 나 따라서 거기까지 갈 여유는 되니?” 


“그저께 남편이 동부 출장 갔어요. 솔직히 3일만 있어도 되는데 시부모님댁에서 며칠 더 지내면서 아들 노릇도 해드린다네요. 필요도 없는 휴가를 삼일이나 더 냈어요. 전 어차피 여기에 일도 있고 하니깐 못 따라갔고요. 아마도 남편이 엄마 마음 풀어주느라고 그런 거 같아요….” 


“그렇구나…. 그럼, 주희는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뭐 해?” 


“그냥…. TV 보는 것도 지겹고, 밀린 빨래 끝나고 이렇게 오빠한테 전화해서 수다 떠는 거예요….” 


“그래. 그러면 이번 주 토요일에 조금 일찍 만나자. 열 시쯤에 Burbank의 그 장소 어때?” 



나는 기쁜 마음에 들떠, 먼 곳으로 가는 시간을 앞당긴다기보다는 그녀를 빨리 만나고 싶은 마음에 그렇게 말해버렸다. 하지만 그녀의 반응은 의외였다. 



“오빠는 아직도 여자를 잘 모르는구나…. 여자 한번 데이트하려면 화장하는 시간만도 얼마나 오래걸리는데요….” 



나는 그녀가 트레이닝복으로 나와도 반길 예정이었는데 여전히 예전의 약속을 기억하고 실행하는 그녀에게 감격했다. 



“그래 그럼 화장하는 시간까지 하면 얼마나 걸릴 것 같니?” 


“음…. 그건 쉽게 예측할 수 없군요. 제가 주소 드릴 테니까 오빠가 우리 집으로 오실래요? 점심 식사하시고 1시쯤이면 될 것 같아요. 집 앞에서 전화하시면 돼요.” 



그날의 통화가 목요일이었는데 토요일까지의 시간은 정말 하루가 수개월로 느껴졌다. 나는 인터넷을 뒤져 괜찮은 여행지로 Pits mo Beach를 선정했다. 그녀가 나름 비취 마니아니깐, 그리고 동부 출신이라 캘리포니아의 아름다운 해변에 환상이 많으리라 생각했다. 



식사 후에 만나자는 것은 아예 그날을 넘기자는 뜻이 아닐까 하고 해석해 본다. 하지만 나 혼자 먹는 점심은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그녀가 사는 지역은 놀랍게도 비교적 부촌으로 알려진 내륙 쪽 가까운 동네였다. 아파트 건물의 5층 높이는 될만한 굵직하고 넓은 야자수들이 길 양쪽에 늘어선 가운데 중간에는 경비초소마저 있었는데, 입구 쪽은 차단기가 내려져 있었다. 나는 거기에 일단정지를 한 뒤 경비원의 검문을 받아야 했다. 



“Good Afternoon, Sir, what place are you going to now?” 


“Yeah, Street Number 71066.” 



경비원인 중년의 뚱뚱한 흑인 여성은 내가 준 번지수를 입력한 뒤 일부로 확인 조로 무언가를 물었다. 



“Who are you to visit?” 


“hmm, Mrs. Joohee Cho, ma'am” 


“I'd like to what is the name of the householder at that home, sir(내게 필요한 것은 그 집의 세대주 이름입니다)” 


“Hmm... Mr.Cho!”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안타까운 표정을 짓는다. 



“Unfortunately, you won't pass through if you let me know that householder's full name. (안타깝지만 세대주의 전체 이름을 대지 못하면 통과가 안 됩니다)” 



그때 그녀의 이름이 대니라는 것이 생각났는데, 대니는 원래 애칭 겸 약칭이다. 그렇다면 전체 이름은 대니얼일 가능성이 높았다. 



“Mr. Daniel Cho?!” 


“Perfect! Thank you!” 



나는 약간의 의문형으로 자신 없이 답했지만, 그 흑인 경비원 여는 환성을 지르며 컴퓨터에 뭔가를 입력하였고, 곧 차단기가 올라갔다. 



일부로 곡선을 준 듯한 1차선 차도를 돌아 그녀가 알려준 번지수를 찾아내는 데 몇 번 실패하다가 겨우 한 집 앞에 도착했다. 



인도와 인접한 잔디밭을 건너면 철제 현관문에 그녀가 알려준 번지수 71066이가 붙어 있었지만, 잔디밭 앞쪽에 철제로 된 우체통에도 번지수가 표기되어 있었고, 그 숫자 밑에 “Daniel Cho”라는 이름이 새겨진 판텔이 붙어 있었다. Danny가 Daniel의 약칭이고, 조주희라는 그녀의 성이 남편 성을 딴 것이라면 그 집이 확실했다. 



2600 sq라고 했으니 한국식 평수로 단독 70평형의 이층에 방 네 개가 있고 목욕탕만도 세 개가 있었다. 나는 주희가 소용에 닿지도 않을 목욕탕 세 개의 욕조와 변기를 닦고 있었다니, 작은 콘도 하나 장만할 능력 없는 가난뱅이 주제에 그녀를 걱정하고 있었다. 



Garage는 이미 열려 있었는데 그녀가 타는 2000년식 풀옵션의 연한 실버 색상의 혼다 어코드 EX와 그녀 남편의 차로 보이는 지붕 커버가 열린 채로 주차된 BMW3 계열의 컨버터블과 아직 타이어의 흙 자국을 씻어내지 않은 도요타의 FJ크루져(오프로드용 SUV)가 서 있었다. 그 집 주인의 취미를 일부러 알려주고 있는 듯했다. 



여기에 비하면 나는 새 차지만 혼다 시빅을 애지중지하면서 타고 있었다. 차의 소음과 진동을 그녀는 어떻게 참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거라지 안쪽의 문이 열리면서 한 여인의 자태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 내가 지난번 쇼핑몰에서 사준 하의실종 레깅스용 미니원피스! 미끈하게 드러나는 허벅지 라인과 밝게 빛나는 하체의 살결! 적절히 디자인이 가미된 얇은 윙을 상체에 걸치고 길쭉한 행 모자를 쓰고 커다란 선글라스를 쓴 여인…. 그리고 빨간색이 강조된 립스틱을 바른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여자…. 비록 긴 머리는 아니었지만, 끝에 웨이브를 준 머리카락은 두 달 전과는 달리 진한 보라색 빛이 나는 염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주희는 양손에 두 개의 대형 백과 더불어 작은 루이뷔통 보스턴백을 들고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사전에 조작했는지, 그녀가 차고 바깥으로 나오는 순간부터 흰색 셔터가 천천히 내려왔다. 나는 차 문을 열고 나가 섰지만 마치 결혼식장에서 신랑이 신부를 기다리는듯한 자세로 얼어붙어 있을 뿐이었다. 



“오빠…. 약속 잊은 거 있지요?” 


“그게 뭔데?” 


“이래서 남자들이란, 흥! 집 앞에 와서 전화한다고요…. 기다린다 못해서 제가 나왔어요. 여자가 꼭 그렇게 하도록 놓아두실 거예요?” 


“아…. 내가 집을 못 찾아서... 게다가 그 흑인 여자 경비원이 뭘 그렇게 꼬치꼬치 캐묻던지….” 


“됐어요. 내 이름으로 뭘 확인한다고…. 여자 이름이 문패에 새겨지는 거 봤어요? 정말 오빤 숙맥 같아요.” 



그녀는 더 이상 내 변명을 들으려 하지 않은 채 내 차 뒷문을 열고, 가방을 넣었다. 



나는 옆문을 열어 그녀가 타도록 도와주었다. 그녀가 모자와 선글라스를 벗자, 그녀의 얼굴이 완전히 드러났다. 주희는 볼멘소리로 나한테 항변했다. 



“여인이 자리에 앉을 땐 치마를 펴 잡아 주는 법이에요. 하긴 너무 짧아서 힘들겠지만….”



또한 그녀의 화장은 어디 피부 샵에 가서 웨딩 메이컵을 받고 왔다고 해도 믿을 만했다. 그녀의 눈에는 금빛 아이섀도가 찬란한 햇빛을 받아 더 빛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녀에게 입을 맞추려고 얼굴을 갖다 댔지만, 그녀는 살짝 피하며 정색을 한다. 



“오빠…. 여긴 우리 동네에요. 이웃들과 교류도 거의 없지만 솔직히 누구 눈에 키스 장면이 띠면 곤란할 것 같아요…. 그리고, 이 말은 꼭 해야겠어요. 남자들이란 다 똑같아. 그게 그리도 중요해요? 오빠 약속 제대로 지켰냐고요? 30분이나 더 지난 거 알아요? 기껏 집 안팎을 여기저기 관찰이나 하고 있고….” 



그녀는 내가 늦을 수밖에 없던 이유에는 어떤 관심이 없었고, 오직 격앙된 목소리로 나를 나무라기 시작했다. 



“여자 한번 외출 준비하려면 얼마나 에너지가 많이 드는 줄 아세요? 어제 일 마치고 시장 보는 거부터 시작해서 어젯밤부터 이것저것 가방 싸기 시작했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대충 먹고 샤워하고, 머리 말리고, 또 점심은 11시에 대충 먹고. 열두 시부터 화장하기 시작해서 열두 시 사십 분에 다 끝났어요. 오빠가 사준 드레스 찾아 입고…. 그렇게 한 시에 시간 맞췄는데 삼십 분 동안 전화도 안 해요? 사고라도 났는지, 변덕이라도 부렸는지 얼마나 걱정했는데요? 그래서 그라지 문을 열어보니깐 거기서 두리번두리번…. 무슨 구경거리라도 난 것처럼….” 



나는 주희가 내가 처음 시킨 그대로를 했다는 것에 감격해 버렸다. 그렇게 열심히 준비했는데 내가 늦었으니 그런 이유를 대는 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군대에서의 문화충격은 바로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지만 여자를 대하는 데도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의 탄탄하면서도 각도가 잡혀 있는 허벅지가 자꾸 눈에 들어온다. 어여쁜 레이스 아래에 '척'하니 자기 존재를 주장하는 그녀의 허벅지…. 하지만 나는 그는 그녀의 손을 먼저 잡았고, 그녀는 더 이상 화를 내기보다는 내게 손을 말없이 맡겼다. 



그렇게 한참을 가다가 나는 그녀의 치마 레이스를 쓰다듬으며 은근슬쩍 그녀의 허벅지로 손을 옮겼고, 그녀는 그게 싫지 않은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이웨이를 타기 전에 좀 으쓱한 산동네가 나왔다. 나는 그곳에 차를 세우고, 그녀를 향해 돌아섰다. 그녀는 내가 무엇을 하려는지 직감했다. 



“오빠, 왜 세웠어요? 여긴 길가예요. 우리 동네 주민들이 단지로 들어가는…. 웁!” 



나는 거칠게 그녀의 입술을 점령했다. 



그녀는 몸으로는 반항하지 않았을뿐더러 그녀의 입술이 내 입술로 막혀버려서 뭐라 말하지 못했다. 오히려 주희는 입술을 살짝 벌려 혀를 넣어주기까지 했다. 



내 손은 그녀의 치마로 들어가 안쪽 허벅지와 바깥쪽 허벅지를 수시로 들락거렸다. 그녀의 오른손이 내 왼손을 붙잡았지만, 초 단위로 그녀의 힘은 약해졌다. 용기를 얻은 내 왼손은 그녀의 굳게 닫힌 허벅지를 조금 더 벌려가며 점점 안쪽으로 진군해 들어갔다. 



“아…. 오빠….” 



그녀의 머리는 좌석의 머리 받침으로 인해 움직일 수가 없었고 그녀의 손은 힘을 잃었다. 내 손이 목표까지 갔다고 생각되었을 때 생각 못한 촉감, 털과 더불어 뭉클한 감각이 느껴졌다. 그녀의 보지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 것이었다. 



놀란 것은 나였다. 하지만 천천히 허벅지를 애무해 가며 손을 무릎까지 떼었다. 내 손에는 벌써 축축한 액체 비슷한 게 만져졌다. 



“노팬티였구나….” 


“아…. 헉…. 오빠가 시켰잖아요….” 



나는 가슴이 뭉클해졌다. 다음에 나랑 데이트 할 때는 노팬티로 나오라고 했는데 우직하게 지키다니…. 이 여자 너무 사랑스럽다. 아니, 불쌍하고 애잔하다…. 



아주 천천히 그녀의 상체를 끌어당겨 내 가슴속에 묻었다. 그녀의 자상함에 감격하며 나는 반대로 그녀의 보지가 거의 드러나 보일 지경까지 젖혀진 원피스의 레이스를 붙잡아 허벅지를 쓰다듬으며 바로 놓아주었다. 



5번 도로를 탔다가 101 하이웨이를 갈아타는데도 어떤 장해도 없었다. 노총각인 나는 더 이상 혼기를 늦출 순 없는 상태에서 나는 사랑이라는 것을 만났다. 하지만 주희는 내가 원한다고 해서 언제든지 결혼을 나와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절대로 평탄할 수가 없을 것이다. 



크고 작은 장애물을 치워야 하는데, 제일 많이 데미지를 입어야 하는 쪽이 주희였다. 평소와는 달리 쭉 뻗은 하이웨이가 마치 우리의 앞날이었으면 하는 바람과 합치되었으면 좋겠다. 



“오빠…. 조금 쉬고 싶어요….” 


“그래…. 시트 좀 뒤로 젖히렴….” 



그러나 주희는 그 상태에서 그냥 눈을 감았다. 차 안 어디에선가 물오징어 냄새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나는 오징어 같은 걸 챙겨오진 않았고, 그녀도 여행에 챙길 만큼 오징어를 좋아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게다가 지금의 냄새는 물오징어 냄새였다. 그것도 어느 순간 후각을 자극했다가, 원래부터 없었던 것인 양 사라지곤 했다. 



주희는 무엇이 피곤했을까…. 몸은 피곤하지 않았을 것이로되 그 많은 피로 속을 나와 함께 빠져나오는 이 순간 한꺼번에 피곤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운전하면서 흘끗흘끗 바라보는 주희는 아름다운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많은 남자가 탐낼 만큼…. 



“어머…. 바다다!” 



101번 도로 왼편으로 펼쳐진 태평양 바닷가를 지나는 동안 창문을 살짝 내리자, 그녀는 눈을 뜨고, 바깥을 감상하며 어린애처럼 좋아한다. 



“남편이랑 여행 안 다녔니? LA 온 지 4년 되었다며?” 


“시부모님 오셨을 때 샌디에이고 하고 라스베이거스에 한번, 저희 둘만은 라스베이거스 하고 그랜드 캐니언 딱 한번 갔다 왔어요….” 


“오빠가 많이 구경 시켜줄게….” 


“호호! 그랬으면 좋겠어요. 오늘 목적지가 아니더라도 이것만으로도 참 좋네요….” 



그곳을 통과하고 요리조리 굴곡이 심한 154번을 갈아타고 솔뱅이라 불리는 덴마크타운에 도착했다. 거긴 중세 덴마크의 건축양식을 흉내 낸 상가 건물들로 채워진 기프트상점 타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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