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야설

(로맨스야설) 가죽장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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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전화를 받은 것은 형님과 다다미 식 일식집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있던 시각이었다.


‘응, 난데, 왜? 응. 뭐? 잘 안 들려. 크게 얘기해라.’


갑자기 높아지는 언성으로 인해 앞에 마주하고 앉아있던 형님의 눈매가 떨리는 것을 나는 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냐?’

‘형님, 신사동 청강파 애들이 우리가 전에 접수했던 나이트를 쳤다는데요?’

‘쌍놈의 새끼들. 그래, 애들은 뭐래?’

‘형님 지금 그럴 때가 아닙니다. 나이트를 쳤다면 형님을 찾아내는 것은 시간문제고요, 여기도 위험하지 싶습니다. 뒷문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니, 주방으로 통하는 비상계단을 타고 이 건물의 옥상으로 가십시오. 옥상이 옆 건물과 연결되어 있으니 놈들 눈치 못 채게 빠져나가실 수 있을 겁니다. 어서요! 시간이 없습니다. 형수님께는 제가 연락해 놓겠습니다.’


나는 마음이 급했다. 방문을 열고 바깥에서 지키고 있던 아이들 중에서 문 쪽에서 가장 가까이 대기하고 있는 한수에게 나는 낮은 목소리로 지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시를 하면서 나는 문 바깥에 놓아두었던 내 신발을 슬며시 집어 들고는 앉은 자세에서 구두를 신었다.

그리고는 형님을 대신해서 문간에 앉아 있다가 형님을 일으켜 세워 방을 나가게 하면서 대신 문 쪽을 바라보면서 식탁을 마주한 채로 형님이 앉으셨던 자리에 구둣발로 그냥 앉았다.


‘한수야, 내 말 잘 들어라, 청강파 애들이 청소를 시작했는가 보다. 너는 형님을 모시고 여기를 조용히 빠져나가라. 그리고, 아이들한테는 장비 챙겨서 여기를 지키라고 하고, 밖에 있는 아이들에게는 형님이 아직 여기에 계신다고 해. 그리고, 흩어져 있는 애들에게 비상 때리고.’


한수는 내가 아끼는 아이다. 말수가 적고, 의리를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요새 젊은 애들 같지 않은 구식 건달패였지만 언제나 급한 일이 있을 때는 믿고 일을 맡길 수 있는 믿음직한 부하였기에.

한수와 주방으로 통하는 문을 열고 비상계단으로 사라지는 형님을 뒤로하면서 나는 혹시라도 이럴 때를 대비해서 만들어 놓은 형님과 나만이 알고 있는 한적한 오피스텔로 피신하시라고 당부했다.

나는 형님이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횟집과 가까운 형님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길게 신호음이 세 번을 넘겼을 즈음에 형수가 전화를 받았다.


‘형수님, 저 윤홉니다. 아무 말씀 마시고, 집에서 빨리 빠져나오셔야 합니다. 몸이 무거우신 줄은 알지만 되도록 빨리 집 밖으로 나오셔서 자가용 몰지 마시고 택시를 타신 후에, 청담동의 그 오피스텔로 가십시오. 형님께서 기다리고 계실 겁니다.’


‘무슨 일이죠? 뭐 안 좋은 일이라도…’

‘아니 뭐 별거는 아니고요, 가까운 나와바리에서 충돌이 좀 있어서 예방 차원에서 다른 곳에 가 계시는 것이 어떨까 해서요. 임신 중이신 것은 알지만 형님께서 걱정이 대단하셔서 말이지요. 집 안에 있는 애들 좀 바꿔 주시겠습니까?’

‘네, 별일 없어야 할 텐데. 윤호 씨도 몸조심하세요.’


형수는 이 와중에도 친절하게 내 걱정을 잊지 않는다.


‘형님요, 저 석군데요.’

‘오, 석구냐? 다른 애들은 모두 이곳 횟집으로 보내고, 너는 형수님 모시고, 차 끌지 말고 택시 타고 형수님이 알려주는 오피스텔로 가라. 알았지?’

‘형님, 와요? 무신 일인데요?’

‘형수님 옆에 계시니 길게 말할 수는 없고, 그렇게만 알아라. 너 그곳에서 바로 내려오면 사거리에 있는 월미도라는 횟집 알지? 그곳으로 애들이나 빨리 보내, 어서…’


나의 다급한 목소리와 상황을 짐작한 듯한 석구가 옆에 있던 다른 애들에게 지시하는 목소리가 전화를 통해 들렸다. 마지막으로 형수가 다시 전화를 받았다.


‘윤호 씨, 정말 아무 일 없는 거죠? 저. 불안해요.’

‘괜찮습니다. 민방위 훈련한다 생각하시면 되죠. 뭐. 허허’


나는 형수를 안심시켜야만 했다. 보스의 아내라 할지라도 불안하거나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가는 옆에 둘러선 부하들에게 빈틈을 보이기에 십상인 것을.

석구는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그 특유의 경상도 사투리에 농지거리까지 섞어가며 다른 애들에게 빨리 이동하라는 말을 하는 것이 들렸다.

이쯤 하면 준비는 된 듯싶었다. 나는 전화를 끊고 접어 넣기 전에 전화기에 수록된 전화번호와 송수신 내용을 모두 삭제해 버렸다.

혹시 있을지 모를 사태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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