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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야설) 그녀를 맛보다 -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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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찌들어 사는 나에게 연애는 고사하고 휴식은 꿈만 같은 것이다.
 

주말 부부인 까닭에 아내는 결혼 후 친정에 계속 머문다. 어찌 보면 장거리 연애의 불행이지만 이건 결혼도 장거리 연애도 아닌 애매해졌다.

아내도 친정에서 가끔 집으로 오면서 아직도 결혼에 대해 책임감이나 부부애를 기대하긴 힘들다.

그러니 아기는 더욱더 생기기 힘들고 사랑은 점점 식어간다. 그럴 때 그녀가 내게 들어왔다.


1. 힘내세요.


그녀를 본 건 집 앞 편의점이었다. 그냥 간단히 컵라면과 소시지나 사서 들어갈까 했지만, 막상 무엇을 사야 할지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때 그녀가 들어왔다. 그리고 내 옆에 서서 라면을 고르기 시작했다. 어차피 늦은 시간 아마 그녀도 출출했으리라.

살짝 그녀를 훔쳐보았다. 퇴근길인지 아직은 정장 차림의 모습. 조금은 피곤한 모습의 얼굴이었다.

인상 깊은 건 그녀의 종아리. 굵지도 않은 참 이쁜 종아리였다. 그리고 난 대충 몇 가지를 골라 편의점을 빠져 나왔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 거의 다다르니 아차. 담배. 담배를 빼먹었다. 다시 발걸음을 돌리는데 아까 그녀가 가로등 밑에 서 있다.

그리고는 나의 아파트 옆 통로로 들어간다. 하긴 아파트의 특성상 내가 이웃에 대해 관심을 쏟을 이유는 없었으니까.

그리고는 그녀를 볼 수 없었다. 아니 나도 잊었다. 그런 만남은 너무도 많았으니까.


모처럼 술을 먹고 집까지 가기엔 너무나 힘든 날이었다. 택시에서 내려 그놈에 담배를 사기 위해 또 편의점에 들렀을 때 그녀가 또 있었다.

이번에도 라면인가? 난 담배와 물? 아니 맥주 몇 캔을 사고 나왔고 그녀도 뒤따라 나왔다.

난 그녀가 뒤에 있다는 것을 의식해서 최대한 비틀거리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비틀거린다는 건 추하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렇게 걷고 있으려니 뒤에서 작게 ‘휴~ ’라고 작은 한숨이 들려온다. 머가 그리 힘들까. 난 나도 모르게. 아니 술김에 뒤돌아보았다. 그리고는 나도 모르게.


‘힘내세요. 다 잘 될 거예요’라고 말해주었다.


참 멋쩍은 말이다. 그녀도 놀랐던 것일까. 흠? 놀라더니 얼어붙는다.


‘실례했었습니다. 근데 힘은 내세요.’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는 다시 난 아파트로 들어갔다. 그리고 난 잠이 들었다. 맥주도 못 먹고 힘들어서.



2. 밥은 먹고 다니세요.


그리고 그녀는 또 내 기억에서 멀리 있었다. 꼭 그녀를 어떻게 해보겠다는 마음은 처음부터 없었다. 바람을 피울 팔자도 아닌 내게 다른 여자는 그냥 그냥이었다. 혼자 사는 남자 (엄격히 말하면 주말부부)의 전용 곡식 창고인 오늘도 편의점에 들렀다.

글쎄. 오늘도 라면에 김밥 맥주 정도 사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또 그녀가 들어온다. 그리고 내 옆에 나란히 선다.

난 내가 부끄러워 그냥 후딱 사서 나왔다. 그리고 따라 걸어오는 소리. 하긴 따라오는 게 아니라 집이 같은 방향이지.


‘저기요.’ 


그녀가 나를 부른다. 난 돌아서서 흘깃 쳐다본다. 그녀다. 제대로 본 건 처음인듯하다.

나이는 30대 초반 약간 귀엽다. 저번엔 종아리만 생각났는데 지금 보니 약간 마른 체형에 귀엽다.


‘귀여워서 어쩌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밥은 먹고 다니세요!’라고 말해준다. 참 오랜만에 전화 기계음이 아닌 라이브로 들어보는 말이다. 그래. 밥은 먹고 다녀야지.


‘네. 그쪽도 밥은 먹고 다니세요.’ 그리고는 돌아서는 찰라. ‘그럼 사주세요.’라고 당돌하게 말한다.

흠칫 놀랐다.


‘머 좋아하세요?’


아직은 약간 떨어져 이야기하고 있다. 우린 아무 사이 아니니까.


‘아무거나 잘 먹어요’

‘그럼 요 앞 밥집에 가요’

‘동네 사람 봐요.’


그녀가 슬쩍 말해준다.


‘아. 맞다 여긴 동네지?’ ‘그럼 차에 타세요’


다행히 아파트 입구 밖에 차가 있었다. 그리고는 어디로 가지? 멀 먹지? 온갖 생각이 다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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