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여자 5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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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손길에서 전해지는 온기에 감전된 것처럼 나의 세포들이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가 고의로 내 무릎에 얹은 손을 빼내지 않음을 의식한다. 민감한 태도도 거부의 표현도 할 수 없다.
힐끔 내 눈치를 살핀 그의 손바닥이 허벅지를 감싼다. 손바닥을 통하여 그가 원하는 의미가 전류처럼 묘한 감각으로 전달된다. 남편이 아니어도 관심을 두는 장현우에게 진한 남성미를 느낀다. 어쩌면 남편을 대신해서 나에게 현혹된 그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는 포만감에 젖는다. 스카이웨이로 오르는 교차로에서 신호등을 기다리는 순간 그가 팔로 어깨를 당기며 귓속말한다.
“오늘 하루 종일 보고 싶어 혼났어….”
“…!”
옅은 미소로 대답하는데 그의 입술이 다가와 뺨에 입맞춤을 한다.
내 어깨에 팔을 두른 그의 몸이 내게 기울었다. 손바닥을 감싼 그의 손이 허벅지 사이를 파고들었다. 직진 신호등을 받고 가속 페달을 밟는 다리가 후들거리고 떨린다.
구부러진 오르막길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허벅지 사이를 애무하던 그의 손이 블라우스 속으로 들어왔다. 브래지어를 밀어 올리고 젖가슴을 더듬는다. 짜릿한 감각에 숨이 멎을 것 같다.
그의 손가락이 젖꼭지를 유린하기 시작한다. 젖꼭지가 오뚝 서면서 핸들을 잡은 손을 놓칠 것만 같다.
“그, 그만…. 운전 못 해….”
“…!”
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한없이 내 몸을 갈망한다.
젖가슴을 더듬던 그의 손이 스커트 밑으로 들어간다. 그의 손길이 팬티 속으로 들어오는 순간 나도 모르게 페달을 밟았다. 급경사를 오르던 차가 방향을 잃고 질주한다. 놀라서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속도를 줄이니 승용차가 휘청거린다. 차가 앞뒤로 흔들리는 순간 그의 손이 팬티 속으로 쑥 들어왔다. 그에게 눈을 흘기며 종알거렸다….
“못 됐어….”
“누님이 사랑스러워서 미치겠어….”
계면쩍은 표정으로 빤히 쳐다보는 그의 얼굴이 장난기가 가득한 소년 같다. 어린아이 같은 그의 표정이 사랑스럽다고 느끼며 굴곡이 심한 길을 올라가며 좌우로 핸들을 좌우로 꺾는다.
팬티 속으로 들어온 그의 손길이 음순을 조몰락거린다. 흥분을 이기지 못한 몸속에서 샘물이 흘러나오는 것을 느낀다. 음순을 못살게 굴던 그의 손가락이 보지 속으로 들어왔다. 나는 그의 무례한 손길을 방관하는 대신 숨이 멎을 것 같은 쾌감을 느낀다.
구부러진 길을 오르느라 좌우로 핸들을 꺾었다. 그때마다 보지 속에 들어온 손가락이 좌충우돌하며 숨겨진 세포들을 일으켜 세운다. 신경 마디마디가 저미는 쾌감으로 어지럼증을 느껴 더 이상 운전을 할 수 없었다.
“웁! 아, 난 몰라….”
도로변에 정차하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그가 내 머리를 감쌌다. 그리고 거칠게 입술을 헤집으며 혀를 빨아 당긴다.
성감에 달아오른 혀와 혀가 엉키어 갈팡질팡한다. 악어새처럼 입속을 탐하던 그가 블라우스 단추를 풀어 헤쳤다. 주위의 어두운 도로에는 간혹 차량이 지나치고 있었다.
블라우스로 젖히고 브래지어를 밀어 올린 그는 젖가슴에 머리를 묻었다. 젖가슴에 타액을 적시는 동시에 그의 손이 다시 스커트 자락 밑으로 들어왔다.
그의 혀가 젖꼭지를 돌돌 말아 세우며 일으키는 쾌감에 팬티가 끌어내려 허벅지에 걸쳐지는 것도 감지하지 못했다. 습한 열기로 젖꼭지를 유린하면서 그의 손길이 보지 속으로 들어왔다.
“아, 안 돼…. 웁….”
그러나 이미 보지 속에 들어온 손가락이 질 벽을 마찰 시키고 있었다.
급격하게 일어나는 쾌감으로 나는 진절머리를 쳤다. 보지 속을 드나드는 손가락이 빠르게 진퇴운동을 하였다. 나는 젖가슴에 묻힌 그의 머리를 붙들고 허리를 들어 올리며 치받았다. 그는 욕정의 노예처럼 매달려 지극한 정성으로 나를 황홀하게 만들었다.
“웁…. 혀, 현우….”
예기치 않은 장소에서 열정적인 애무를 받은 나는 엑스터시의 회오리 속에 잠겼다.
그가 자신의 머리를 감싸고 있는 나의 팔을 잡아끌었다. 어느새 혁대가 풀린 그의 바지 앞이 벌려져 있었다. 내손을 잡아서 자신의 팬티 속으로 이끌었다. 손에 잡힌 것은 기둥처럼 솟은 그의 페니스였다. 손에 잡힌 페니스를 움켜쥐고 느끼는 뜨거운 촉감에 내 몸의 모든 성감이 들끓어 올랐다.
“아! 어떡해........”
돌풍처럼 휘몰아치는 오르가즘을 못 이긴 내 몸속에서 진액이 흥건하게 넘쳐흘러 나왔다.
젖꼭지를 빨아 당기는 그의 머리를 끌어안고 허벅지를 조였다. 보지 속에 갇힌 그의 손가락이 꼼지락거렸다. 갑자기 오가는 차량속에서 사람들이 보는 것 같고, 그의 애무만으로 오르가즘을 느꼈다는 사실이 쑥스러웠다. 극도로 흥분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본 그가 넋두리처럼 말한다.
“하고 싶어서 미치겠어….”
“정말 못 됐어….”
눈을 흘기며 장현우를 밀쳤다. 혼자 오르가즘을 느낀 것이 창피스럽기도 하여 빨리 자리를 떠나고 싶었다.
옷매무새를 고치고 핸드 브레이크를 풀었다. 페달을 밟아 달리기 시작했다.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바라보던 그가 내 허리에 팔을 둘렀다. 시간이 갈수록 내 몸은 그의 손에 길들고 있다. 허리를 감싼 손이 움직일 때마다 자잘한 성감에 도취한다.
퇴근 시간이 지난 도로는 한결 소통이 원활했다. 어떻게 운전했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차를 몰아 집으로 왔다.
민호는 아무것도 모르고 잠에 빠져 있었다. 차고로 승용차를 집어넣고 운전대에서 내렸다. 조수석에 앉아 있던 그도 따라 내려왔다. 백화점에서 구매한 민호의 옷을 꺼내려고 뒤 트렁크로 다가갔다. 나를 향해 다가오는 그에게 부탁했다.
“민호 좀 안고 내려줘.”
승용차 유리창 안으로 들여다보이는 뒷좌석에는 여전히 민호가 잠들어 있는 모습이 보였다.
트렁크 문을 열려고 열쇠를 꽂았다. 내 말을 듣고도 등 뒤로 다가서는 그를 돌아보았다. 그가 갑자기 내 허리를 부둥켜안았다. 짓궂은 행동을 하는 그를 돌아보니 눈빛이 이글거렸다.
“왜 이래? 하지 마.”
“누님 못 견디겠어….”
등 뒤에 달라붙은 장현우가 와락 등을 밀치는 바람에 트렁크 보닛 위에 엎드렸다.
내게 몸을 바로 잡을 여유도 주지 않고 우악스럽게 치마를 들어 올리고 미친 듯이 팬티를 끌어 내린다. 남성에 대한 모멸감이 솟아오른다.
순식간에 그가 자신의 혁대를 끌러 바지를 내리는 모습에 경악했다. 그의 하복부에는 발기된 굵은 페니스가 끄덕거렸다.
그를 밀치려 할수록 그의 손에 의해 허리가 당겨지고 엉덩이가 들어 올려졌다. 벌어진 엉덩이 사이로 그의 발기된 페니스가 사정없이 박혀 들어왔다.
“어머!”
치골까지 꿰뚫고 들어오는 충격에 외마디를 질렀다.
진액으로 적셔진 보지가 아니면 진통을 느꼈을 것 같다, 하지만 야릇하게 격렬한 쾌감을 느끼며 허우적거린다, 그동안 그의 페니스를 받아들인 곳은 그의 방이었다. 그만큼 비밀스러움을 지키고 싶은 철칙에서였다.
암암리에 나 스스로 정한 스스로 정한 약속이 깨트리면서 장현우가 내 몸에 중독되어 노예가 되는 것이라고 나 스스로 위안했다. 내 보지 속에 페니스를 꽂아 넣고 무아지경에 이른 그가 나에게서 벗어날 수 없는 남자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내 몸은 단지 도구일 뿐이라고 말하고 싶다. 보지 속 깊은 곳까지 채워진 페니스의 용틀임을 느끼며 단지 감각의 일부라고 판단하지만, 그에게 익숙해지는 내 몸은 쾌락에 젖어 든다, 그의 페니스가 가속도를 올려 보지 속을 드나들 때마다 내 몸과 승용차 차체가 흔들렸다.
그의 고환이 엉덩이 사이에 부딪쳐 턱턱 소리를 낸다. 급하게 숨을 들이켜며 바라본 승용차 유리창 안으로 민호의 동그란 눈동자가 보인다. 잠에서 깨어난 민호의 어리둥절한 눈동자 속에 내 표정이 드러난다. 보지 속을 휘젓는 페니스의 쾌감에 못 이겨 일그러진 내 표정이 민호의 휘둥그렇게 뜬 눈동자 속에 흔들린다.
“아…. 웁….”
격정의 엑스터시에 휘말리며 갑자기 눈물이 맺힌다. 민호의 모습이 사라지고 안개가 스멀스멀 피어난다. 슬픔과 쾌감이 엇갈린 머릿속이 텅 빈 공백 상태로 몽롱해지고 은색으로 가득한 무대로 바뀐다. 슬픈 세레나데의 피아노 연주곡이 느릿하게 흐르고 발레리나의 춤 동작이 떠오른다.
현우와 나는 점점 눈빛만으로도 섹스하고 싶다는 마음을 알 수 있었다. 어떤 날은 각자의 방에서 침대에 들어간 날도 있다. 하지만 잠을 청할 수 없는 날은 그가 신호를 한다. 전화하기도 하고 거실에서 그의 방으로 들어가는 문을 두드리기도 한다. 그때마다 나는 흔쾌히 슈미즈 차림으로 그의 방으로 들어가는 문을 연다.
장현우는 나 자신도 몰랐던 나의 성감대들을 찾아내고 익혀간다. 그의 혓바닥이 목덜미와 겨드랑이, 그리고 허리 세포에 뜨거운 입김을 불어 넣고 다니면 나는 곧 열정적인 흥분을 일으킨다. 대 음순을 문지르는 그의 손바닥이 마찰을 일으키고, 소 음순의 살점이 손가락 사이에서 희롱당하며 엑스터시의 벼랑 속으로 빠져든다.
하지만 결코 스스로 옷을 벗고 알몸을 들어내지 않았다. 욕정으로 달아오른 그의 손이 옷을 벗길 때까지 기다린다. 그를 흥분할 수 있게 아름답고 성적 매력이 넘쳐 보이도록 하는 것이 유일하게 내가 취할 수 있는 수단이다.
섹스는 아름다운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회적 윤리에서도 떳떳해지고 싶었다. 어디까지나 내가 자발적으로 그를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피해자이고 그가 가해자이기를 바란다.
요즘은 자주 찾아오지 않던 미영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부탁한 부채의 기일이 임박해지기 때문인 것이다. 미영에게 전화를 받던 날, 며칠 만에 남편이 집으로 돌아왔다. 남편은 마치 자기 소유물들의 안전을 점검하는 눈빛이었다. 침묵으로 외면하는 나를 뚫어지게 보기도 하고 자신의 씨앗인 민호를 안고 서재를 서성거렸다.
남편이 오는 날은 장현우와 성교를 하지 않는 휴무일이다. 어찌 보면 성교도 힘든 노동이다. 그러나 휴무는 서로의 몸을 강렬하게 갈구하게 하는 재충전의 시간이다.
역시 남편이 없는 다음 날, 내 몸을 끌어안고 옷을 벗긴 장현우는 성난 들짐승처럼 포효했다. 내 몸을 인형같이 뒤집고 젖히며 갖가지 체위로 즐겁게 하였다. 오르가즘을 거듭하며 뿜어낸 분비물이 보지 속을 흥건하게 적셨다. 그가 지치고 나서야 헐떡이는 숨을 토하며 내 몸을 풀어 주었다.
알몸으로 나란히 누운 그의 손길이 내 몸을 더듬었다. 그의 손가락에 희롱당하는 젖꼭지에서 우러나는 전율과 포만감에 젖는다. 문득 다음날이 공휴일임을 알았다.
휴일을 맞이하여 답답한 집을 벗어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내일 뭐 해?”
“친구들과 모임이 있는데….”
모처럼 떠올린 생각인데 실망스러웠다. 고의로 그가 회피하는 것이 아님을 알면서도 심술이 났다. 뽀로통한 표정으로 그의 손을 뿌리쳤다. 내 방으로 돌아가려고 일어나면서 골반이 뻐근함을 느낀다.
알몸으로 일어나 벗어놓은 옷가지를 집어 드는데 그가 왈칵 손목을 잡아당긴다. 힘없이 쓰러진 내 몸이 그의 가슴에 안긴다. 그의 입술이 젖꼭지를 물었다.
“하지 마. 갈 거야….”
“조금만 더 있다가 가.”
그에게 벗어나려는 내 몸을 부둥켜안는다. 그는 아직도 욕구를 풀어내고도 아쉬운 모양이다.
그의 손이 허벅지 사이를 더듬는다. 그리고 서슴지 않고 보지 속에 손가락을 넣는다. 오르가즘으로 뿜어낸 분비물이 보지 속에서 넘쳐 흘러나오고 있었다. 내 몸을 사랑하는 그가 밉지 않았으나 눈을 흘겼다.
“저질스러워….”
“왜 같이 안 있어 준다고 삐졌어? 같이 모임에 갈까?”
저질스럽다고 말하면서도 그에게 몸을 맡기고 있었다.
그의 손가락이 보지를 헤집는 감각은 벌레가 몸속으로 기어들어 가는 것 같았다. 허벅지를 조여 묘한 감각을 느끼며 그의 말을 되생각한다. 젊은이들의 모임에 동석하자는 제안에 흔쾌히 대답할 수 없다.
“그래도 되는 거야?”
“뭐 어때? 먼 친척 누나라고 하면 돼지….”
“모이는 친구들이 어떤 사람들이야?”
“그냥 선후배들도 있고, 사회 친구와 여자들도 있어.”
“그럴까? ”
사실은 여자들이 있다는 말이 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장현우가 알고 있는 여자들이 어떤 타입인지도 궁금했다. 젊은이들 틈에서 내가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하는지도 걱정되어 망설여지기도 한다. 그러나 다음날 나는 내 승용차를 이용해 그의 친구들과 약속한 장소로 갔다. 가는 도중에 친정에 들려 친구 모임에 다녀온다면서 민호를 맡겼다.
약속 장소는 주점들이 즐비한 젊은이들의 거리였다. 영어 이름의 간판이 붙은 주점 안으로 들어갔다. 홀 안을 둘러보던 장현우가 깊숙한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힐끔 돌아보는 나를 돌아보는 그를 따라간 곳에는 여러 명의 남자와 여자들이 와 있었다. 그를 본 사람들이 손을 들어 환영했다. 그가 식탁을 둘러앉은 사람들에게 나를 소개했다.
“우리 친척 누나인데, 예쁘지?”
“…!”
그가 환한 미소로 자랑스럽게 소개하건만 나는 외톨이 같은 심정이다.
사람들의 시선이 나를 향해 바라본다. 그들 중에 유달리 눈동자가 부리부리하게 크고 체격이 거대한 남자가 나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나중에 안일이지만 그 남자는 장현우와 같은 캠퍼스를 졸업한 사회 선배였다. 나를 바라본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한마디씩 했다.
“와! 미인이시다.”
“반갑습니다.”
“현우한테 아름다운 누나가 있는 걸 몰랐네.”
“현우 씨도 잘생겼지만, 정말 미인이시네.”
사람들의 칭송에 나는 오히려 어색한 표정을 짓는다. 그가 비어 있는 자리로 간다. 쑥스러운 표정으로 그의 옆 의자에 앉았다.
마주앉아 있는 여자가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고개를 까닥이며 인사를 한다.
“저 은정이에요. 언니라고 부를게요.”
“네, 반가워요.”
은정이라고 불리는 여자의 얼굴이 어디선가 본 것처럼 낯이 익었다. 깜찍하고 앙증맞아 보이는 그녀를 바라보며 기억을 떠올린다. 현우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반짝거린다.
그녀의 시선을 의식한 현우가 마주 바라보고 미소를 보낸다. 여자의 느낌으로 아무래도 보통 사이는 아닌 것 같다. 그녀가 현우에게 종알거린다.
“요즘 왜 연락도 안 하고 뭐 하는 거야?”
“후후! 조금 바쁜 일이 있어서, 미안해….”
그녀가 현우를 향해 상체를 기울였다. 이마를 마주한 그녀와 그가 소곤거린다.
갑자기 기분이 안 좋아졌지만, 모인 사람들은 그들에게 관심이 없었다. 모든 상황을 봐서 공공연한 연인 사이 같다. 젊은 남녀 사이이기에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현우에게 배반당하는 느낌이다.
그녀와 귓속말하는 현우가 내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나는 무관심한 표정을 하고 다른 곳에 시선을 향했다. 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엿들으려고 귀를 기울인다.
“나를 잊은 거야?”
“미안해. 내가 은정이를 어떻게 잊어….”
“지금까지는 피임했지만, 임신해서 현우 씨를 꼼짝 못 하게 할 거야.”
“하하…. 나를 못 믿어?”
“그럼, 오늘 나하고 자야 해! 먼저 나가서 문자 보낼게.”
“그래, 알았어.”
사람들의 언성을 높여가는 말소리가 시끄럽지만 분명하게 들린 대화 내용이었다.
귓속말을 끝낸 그들이 자세를 바로잡았다. 남편을 둔 아내로서 담담한 모습을 보이려고 했다. 하지만 온몸의 피가 발끝으로 쏟아져 내렸다. 소중한 물건을 빼앗긴 허탈감이 들었다. 언제나 도도하던 내 가슴에 질투심이 불타올랐다.
“누나! 한잔하지?”
“응!”
현우가 내 잔에 맥주를 따라놓고 마시기를 권했다. 운전해야 한다는 생각도 잊어버리고 단숨에 들이켰다.
가슴속에는 분노가 끓어오르면서도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무엇인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사람들의 동태를 살핀다. 은정이 옆에 앉은 남자가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다가 말을 건넨다.
“낮에 전화했더니 안 받더군….”
“응, 바빠서….”
은정은 대수롭지 않게 대꾸한다. 그러나 남자는 끈덕지게 은정이를 향해 대화를 시도한다.
그들의 대화를 들으면서 남자의 이름이 기철이라는 것을 알았다. 기철은 현우와 연인 사이인 은정을 짝사랑하고 있는 것을 느꼈다. 기철은 다른 사람처럼 현우와 은영이가 연인 사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알고 있으면서도 은정에 대한 기철의 눈빛은 술잔을 비워 갈수록 간절해졌다.
문득 일행 중에 나를 유심하게 바라보는 눈빛을 의식한다. 주점에 들어올 때부터 내 몸매를 훑어보던 남자였다. 몸집이 거대한 남자의 유난히 큰 눈동자에서 뿜어지는 눈빛이 징그럽고 혐오스러웠다. 맥주잔을 기울이면서도 그 남자의 시선은 나를 떠나지 않았다. 시선을 외면하고 마주하고 있는 은정이를 바라봤다.
은정은 거듭해서 말을 거는 기철이 귀찮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간혹 도톰한 입술을 삐죽 내밀며 기철에게 눈을 흘긴다. 오히려 뽀로통한 모습이 더 귀엽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은영은 현우의 서랍 속에서 발견한 사진의 주인공이다.
깜찍하고 귀여운 모습은 미영의 처녀 시절 모습과 흡사하다. 시선이 마주친 은정이가 내가 마시고 내려놓은 빈 잔에 맥주를 따르면서 눈웃음을 친다.
“언니, 나중에 보면 귀엽게 봐 주세요.”
“응, 현우를 사랑해?”
되도록 현우의 누나처럼 의젓한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물었다.
그녀의 볼이 발그스레하게 물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기철의 공세에서 벗어나는 것을 다행스럽게 여기는 모양이었다. 나와 대화하기 위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나는 묘한 계획을 떠올리고 쾌재를 불렀다. 그녀보다 나이 많은 여자로서 쌓아온 경험을 토대로 그녀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대화를 시작했다. 은정과 다정하게 대화하는 나를 바라본 현우가 다행스럽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녀는 연거푸 권하는 술잔을 마다하지 않고 들이켰다. 나는 맥주잔을 들어 입술만을 축이면서 그녀의 빈 잔을 채워주며 마시기를 권했다. 그리고 그녀가 다른 곳에 관심을 두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그녀가 계속 말하기를 유도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말을 경청하는 태도를 보였다.
은정이가 의식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하기를 기다리는 것이 목표였다.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은정만을 바라보던 기철이 화장실을 가려는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철이 홀 안을 벗어 날 즈음에 나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화장실 좀 다녀올게….”
“네, 언니….”
몽롱해진 그녀의 눈동자에 흐릿한 미소가 번진다.
홀 안을 벗어나 화장실이 있는 복도 끝으로 다가갔다. 잠시 남자 화장실 앞에서 서성이는데 볼일을 마친 기철이 나왔다. 그의 앞으로 다가서며 말을 걸었다.
“은정 씨를 좋아하나 봐요?”
“네!”
의외의 질문을 받은 기철이 망설이다가 뒤늦게 대답했다. 술기운이 도는 그의 눈동자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의 시선이 블라우스가 벌어진 내 앞가슴으로 향한다. 한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가 술에 취해 어떤 생각을 한다는 것을 안다. 눈웃음을 보내며 이어서 말했다.
“저, 부탁할 게 있어서 그런데….”
“뭔데요?”
“나, 먼저 집에 가야 하는데, 우리 현우가 술 취하는 것이 걱정돼서 그래요. 나중에 확인해 보려고 하는데 기철 씨 전화번호 좀 가르쳐 줄 수 있어요?”
“네! 그러죠, 뭐….”
그는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고 흔쾌히 승낙하였다.
그가 불러주는 전화번호를 핸드폰에 입력하였다. 고맙다는 인사를 받은 그가 주점 안으로 사라졌다.
잠시 뜸을 들인 후 나도 주점 안으로 들어갔다. 술에 취한 은정이 턱을 고이고 있다가 반갑게 미소를 띤다. 그녀가 비워놓은 잔에 맥주를 따랐다.
“은정이는 집이 어디야?”
“수유리요. 멀어요.”
이미 취기가 가득한 그녀의 몸이 흔들거린다. 따라놓은 잔을 아무 생각 없이 벌컥벌컥 들이켠다.
갈증을 풀어내듯이 연달아 잔을 비운 그녀가 손가방을 들고 휘청거리며 일어섰다. 그리고 혀 꼬부라진 소리를 한다.
“호호…. 저, 화장실 좀요….”
“같이 가….”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핸드백을 들고 그녀를 부축했다.
내가 바라는 대로 그녀는 정신이 혼미하도록 취한 상태였다. 소변을 보고 나오는 그녀는 팬티도 제대로 추켜 입지 못할 정도였다. 그녀를 부축하면서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어떡해? 몹시 취한 모양인데 수유리를 어떻게 가지?”
“언니…. 난, 몰라….”
은영은 가누지 못하는 몸을 내게 의지하며 횡설수설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