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야설

외로운 여자 1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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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밍키넷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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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원의 페니스가 격렬하게 요동친다. 나는 책상을 붙잡고 야릇한 쾌감에 젖어 든다. 경비원의 페니스가 치받고 보지 속을 헤집을 때마다 책상이 덜그럭거리는 소리를 낸다.



보지에 페니스를 박아 넣고 안간힘을 쓰는 경비원이 헐떡거리며 숨을 뱉어낸다.



“헉헉헉!”



경비원이 남긴 욕정의 흔적을 생리로 흘린 불순물과 함께 씻어버리면 그만이라는 엉뚱한 생각을 한다. 경비원에게 강간당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경비원을 강간하는 기분이다.



그러나 그것도 길지 않은 시간이었다. 한창 오르가즘의 절정을 느끼려는데, 내 허리를 부둥켜안은 경비원이 부르르 떤다. 그리고 보지에 뜨거운 분비물을 쏟아 놓는다.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 팬티와 반바지를 한꺼번에 끌어 올리며 뒤돌아섰다. 계면쩍은 표정으로 바지를 추슬러 입는 경비원을 원망스럽게 바라봤다. 그리고 재빠르게 경비원의 페니스가 있는 하복부를 발로 걷어찼다.



“개만도 못한!”



갑작스럽게 발길에 차인 경비원이 뒤로 벌러덩 넘어졌다. 뒤에 있던 상자가 쓰러지며 경비원을 덮친다. 쇼핑 가방과 지갑을 집어 든 나는 뒤도 안 돌아보고 문을 향해 달렸다. 


이곳에서 벗어날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안에서 문을 열고 나오지 못하도록 열쇠가 매달린 자물쇠를 철문 고리에 걸었다. 어떻게 나에게 그런 용기가 생겼는지 나 자신도 모르겠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누르며 복수를 한 것처럼 통쾌함에 젖어 든다. 주저하지 않고 주차장을 가로질러 뛰었다. 1층 비상구로 들어가 로비를 지나는데 생리의 불순물과 경비원이 쏟아낸 분비물이 허벅지로 흘러내린다. 



로비에는 대형 텔레비전 앞에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모여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쏠린 텔레비전 화면을 힐끗 쳐다보면서 빠르게 걸음을 옮긴다. 백화점 정문을 나서려다가 텔레비전 화면의 영상을 떠 올리며 걸음을 멈추고 되돌아섰다. 그리고 텔레비전 화면을 보고 경악하였다.



갑자기 귀가 먹먹하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화면에 나타난 것은 ‘살인범 장현우 이송 중 탈주’라는 자막과 범인의 모습이었다. 분명히 죄수복을 걸친 장현우의 모습이었다.



소스라쳐 놀라서 온몸에 소름이 돋고 주저앉을 것만 같다. 누군가 쫓아오는 것 같아서 두리번거리다가 후들후들 떨리는 걸음으로 백화점 정문을 나섰다. 



택시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헤집고 들어가 택시에 올라탄다. 눈에 보이는 사람 모두가 나를 쫓아오는 것 같은 두려움으로 떨린다.

 


사람들을 만나는 것조차 두려워 집안에서 꼼짝하지 않았다. 신문 기사에도 ‘탈주범 체포를 위한 경찰 경계령’ 이라는 큰 활자체의 제목 아래 자세한 소식들이 보도 되었다. 법원으로 이송 중에 화장실에서 창문을 뜯고 탈주했다는 사건 경위와 장현우의 신상에 관한 것들이었다. 



혹시 나와 관련된 내용이 있는가를 샅샅이 살폈으나 없었다. 그러나 당장이라도 장현우가 앙심을 품고 들이닥칠 것만 같았다. 생리가 끝난 후 더욱더 대인공포증과 우울증에 시달렸다. 스스로 쳐놓은 울타리 안에서만 맴돌았다.



이따금 남편은 모습을 나타낸다. 잠시라도 두려움에 벗어날 수 있지만 남편은 다시 가버린다. 원망하기보다, 곁에라도 있어 줬으면 하는 내 마음은 다시 절망으로 변한다.



나는 점점 언어를 잃어버린다. 어쩌면 언어를 잃어버리는 것만큼 민감해지는지도 모른다. 창문을 두드리는 바람 소리와 정원을 지나는 들쥐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란다.



이따금 꿈속에서 현우가 칼날이 번뜩이는 비수를 들고 나타난다. 그가 눈빛을 번뜩이며 내 가슴에 비수를 꽂는 순간 식은땀을 흘리며 눈을 뜬다.



두렵고 예민해질수록 침묵 속에 잠긴다. 민호와 놀아주는 시간 외에는 이따금 전화 해오는 미영과 통화를 하는 시간이 유일하게 내가 입을 여는 순간이다.



내가 입을 열고 위안받을 기회가 생겼다. 부동산에서 할머니 한 분을 동반하고 왔다. 비어 있는 뒷방을 들여다본 할머니가 애원한다. 전세자금이 모자라니 월세로 방을 달라고 한다. 할머니는 시장에서 채소 장사를 하여 중학교에 다니는 손녀와 고등학교에 입학한 손자를 키우며 산다고 한다. 



돈이 필요해서 뒷방을 임대로 내놓았던 것은 아니었다. 할머니의 애틋한 사정과 부동산의 간곡한 권유를 받아들였다. 그보다는 내 곁에 있어 줄 사람들이 필요했다. 이사를 온 할머니는 점심시간쯤에 장사하러 나가서 늦은 밤에 집으로 돌아온다.



뒷방의 할머니는 무척 자상하고 다정하였다. 할머니는 나에게 말동무가 되어 주었다. 뒷방 식구들은 차츰 거실로 통하는 문으로 드나들며 나와 친숙해졌다. 특히 중학교 2학년에 다니는 손녀딸 예진은 친밀감을 느끼게 한다. 가끔은 거실로 들어와 민호를 데리고 놀아 주기도 하면서 나를 잘 따른다. 나의 생활이 조금씩 활기를 띤다.



창문을 열어놓으면 불어오는 바람에 으스스할 정도로 날씨가 차가워졌다. 아침에 일어나 환기하려고 창문을 열었다. 문틈에 끼였던 종이 한 장이 춤을 추듯이 바닥에 떨어진다. 트럼프 카드였다. 흠칫 놀랐다. 불길한 느낌으로 들여다보니 대문에 꽂혔던 그 조커 카드다. 



누구인가 집 안으로 들어왔었다는 흔적이다. 등골이 오싹하고 오금이 저린다. 두리번거리며 정원을 내다보지만 스산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낙엽만이 뒹군다.



장현우는 친구들과 트럼프를 즐긴다고 하면서 인터넷 카페 동우회도 있다고 했다. 설마 그럴 리가 없다고 믿고 싶었지만, 정말 장현우가 나를 원망스럽게 생각하고 앙심을 품은 것인가, 내 주위를 맴돌며 복수할 기회를 노리는 것인가, 갖가지 두려움이 떠오른다.



끔찍스러워 카드를 정원에 던져버렸다. 그런데 허공에서 낙엽처럼 흔들거리며 떨어진 카드가 땅바닥에서 뒤집어졌다. 마름모꼴 사각형 무늬라고 생각했던 카드 뒷면에 다른 그림이 있었다. 다시 카드를 집어 들고 자세히 보았다. 오리온과 전갈의 별자리가 엉킨 그림이었다.



문득 장현우와 생일에 관한 별자리 이야기를 하던 대화를 어렴풋이 떠올린다. 나는 오리온 좌이고 그는 전갈좌라면서 영원히 만날 수없는 별자리라고 했다.



주위를 살피던 나는 부리나케 집 안으로 들어와 서재로 들어갔다. 컴퓨터 전원 스위치를 켜고 메일을 확인했다. 장현우가 약속대로 별자리에 관한 신화와 이야기들을 보낸 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날짜를 확인하니 북악 스카이웨이로 드라이브했던 날의 전후라고 추측된다. 장현우의 미니 홈페이지를 클릭해 보니 접속한 지가 오래되었는데, 아이디가 ‘너에게’였다.



메일 제목이 ‘사랑니에게’였다. 사랑니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사용하던 나의 아이디다. 그리고 ‘영원히 만날 수 없다는 것은 영원히 사랑할 수 있다는 뜻이다.’라는 서두에 이어 별자리에 관한 전설이 적혀있었다. 



만날 수 없는 오리온 좌와 전갈좌가 엉키어있는 카드의 뜻이 궁금했다.



메일을 읽고 나서도 조커 카드 뒷면에 오리온 좌와 전갈좌 그림을 첨부한 까닭을 이해할 수 없었다. 장현우가 보낸 것이라는 확증도 없지만 영원히 만날 수 없는 별자리를 무슨 연유로 엉키게 하였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근처 어디인가에서 장현우의 눈빛이 나를 바라보고 있는 거 같아 공포와 두려움이 몰려온다.



막연한 두려움 속에 곰곰이 생각한다. 정말 그가 나의 일거일동을 살피고 있다면 차라리 실체를 확인하고 싶다. 별자리 메일에 대한 메일 답장을 쓰면 조커 카드를 보낸 사람이 장현우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장현우가 보낸 메일에 대한 답장을 썼다. 짤막하게 ‘잘 읽었음’이라고 좌판을 두드린다. 송신인의 아이콘을 누르는 손이 떨린다. 왠지 미로의 늪으로 빠져드는 기분이다.



한차례 불어오는 바람에 창문이 덜컹거린다. 혼자 있기가 무섭다.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가 대문 열리는 소리에 일어났다. 뒷방 식구들도 모두 들어온 것으로 아는데, 늦은 저녁에 대문을 열고 들어올 식구가 없었다.



커튼을 젖히고 밖을 내다보니 남편의 모습이 보인다. 잊을 만하면 들어오는 남편이 반가울 리가 없었다. 나는 다시 침대 위에 웅크리고 누웠다. 남편이 침실로 들어와도 잠이 든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남편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있다. 침실로 들어와 잠시 침대 위에 누운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남편이 혼자 놀고 있는 민호를 끌어안는다. 그리고 화장대 의자에 걸터앉으며 불쑥 한마다 한다.



“어제저녁에 동생하고 술 마셨다면서?”


“…?”



남편은 내가 잠들지 않은 것을 아는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아마도 시동생 태영이 남편에게 전화했던 모양이다. 침묵이 흐르지만, 남편과 나는 서로의 마음을 읽고 있다.



남편은 남편대로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리고 있다. 나는 마음이 멀어져가는 남편을 기다리다 외로움을 이기지 못해 다른 남자의 품에 안겼다. 나도, 남편도 서로에게 다가설 수 없는 길을 걷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의외의 남편 말은 나를 혼란스럽게 한다.



“미안해. 당신 힘든 건 알아….”


“….”


“약이라도 먹은 거야?”


“….”


“웬 술을 그렇게 마셔?”


“….”



나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침묵이 다시 흐르고 남편은 민호를 내려놓고 방을 나간다. 그리고 어디를 가는지 대문을 나서는 것 같다. 



정신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세수를 하고 헝클어진 머리를 빗질하였다. 그런데 철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고 집을 나섰던 남편이 다시 돌아왔다. 거실에서 마주친 남편이 나를 측은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손에 들고 있는 것을 불쑥 내민다.



“이 약 먹고 기운 차려….”


“…?”



남편의 손에서 내민 것은 약봉지였다. 남편은 다시 집을 나간 것이 아니라, 약국에 다녀온 것이다. 남편이 나를 위해 무엇인가 배려하는 것은 오래간만의 일이다. 마지못해 하는 척 봉지를 받아 들고 돌아섰지만, 콧등이 시큰해진다.



약봉지를 전한 남편은 서재로 들어가더니 오랜 시간 동안 인기척이 없다. 문틈으로 살펴보니 책상 위에 서류를 잔뜩 펴놓고 있다. 아마도 회사에서 필요한 서류를 작성하고 있는 것 같다.



날씨가 추워져 거실에서 잠을 청할 수도 없었다. 할 수 없이 침대 위에 누워 남편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새벽 3시가 지나서 눈을 떠보니 어느새 남편이 등을 지고 잠들어 있었다. 왠지 이방인처럼 느껴진다.



엎치락뒤치락하다가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민호가 칭얼거리는 소리에 일어나 보니 창문 커튼 사이로 햇살이 가득하다. 벽시계가 여덟 시를 지나고 있는데 남편이 보이지 않았다. 부리나케 일어나 서재 방문을 열어보아도 남편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내 가슴에는 다시 두려움의 먹구름이 짙어진다. 



‘어떤 일이 벌어져도 후회하지 마!’ 



장현우가 전화로 했던 말이 뇌리에 파문을 일으킨다. 나를 두렵게 하는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 싶다. 시시때때로 내 주변을 맴도는 검은 먹구름을 정리하고 싶다.



막상 할머니마저 떠나보내려 하니 마음이 허전했다. 그리고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두려움은 더 커졌다. 다시 전화한다던 장현우에게서 연락이라도 왔으면 덜 두려울 것 같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장현우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았다. 공포의 두려움을 갖게 하던 트럼프 카드 같은 것도 배달되지 않았다. 언론에서 전하는 장현우 탈주에 대한 수사 상황도 답보상태였다. 하루하루가 마치 폭풍전야 같았다..



할머니가 급히 이사 갈 집을 구했는지 이사한다고 아침부터 서두른다. 이삿짐을 다 싫고 보증금을 받으러 들어온 할머니가 언제든지 방을 비웠지만 다시 달라고 부탁한다. 나는 약속한 비용에 용돈까지 챙겨주며 할머니의 부탁을 받아 주겠다고 했다.



할머니 식구들마저 이사를 하자, 집안은 삭막하기만 하다. 날씨가 춥기도 하지만 어깨가 시리고 한기마저 느껴진다. 오전 내내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집안을 서성거렸다. 맨정신으로는 외로움과 두려움을 견딜 수 없었다.



결국은 오후 3시가 지나서 슈퍼에 나가 소주 한 병을 사 들고 왔다. 거실 탁자 위에 소주병과 간단한 안주를 놓았다. 그리고 으스스한 한기를 참지 못해 모포를 뒤집어쓰고 소파에 앉았다. 



소주 한잔을 마시고 나니 위로 넘어가는 느낌이 짜르르하게 전달되어 온다. 한 잔씩 마실 때마다 세상이 우스꽝스럽게 느낀다. 집안에서 내가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을 처음 보는 민호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본다.



술 몇 잔을 들이켜고 나니 나를 두렵게 하는 의문들을 파헤치고 싶다. 전화기 옆으로 다가가 수화기를 들었다. 그리고 장현우의 휴대폰 번호를 누른다. 몇 번을 눌러도 없는 국번이라는 메시지만 울린다. 실망스럽고 암담하다.



사람의 인연이라는 것이 그리 간단한 건만은 아니다. 남자와 여자 모두 고통스러울 때면 지난 시간을 생각해 보기 마련이다. 내가 진정 장현우에게 의지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사랑? 아니면 현실 도피? 아니면 단순한 성욕을 달래기 위한 욕망? 장현우로 인해 외로움을 잊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두렵고 고통스럽다. 



어쩌면 나는 아직도 장현우를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다.



소주 한 병을 비우고 나니 어지럽고 졸음이 몰려온다. 민호는 혼자 놀다가 지쳐 내 가슴에 안겨 잠이 들었다. 아빠와 엄마를 잘못 만난 민호가 측은하게 보인다.

민호를 안고 침대에 누웠다. 취기로 인해 스르르 눈이 감긴다.



잠자는 동안에는 모든 것을 잊을 수 있다. 나는 습관처럼 소주를 마시기 시작한다. 차라리 장현우에게서 어떤 말이라도 전화가 왔으면 좋겠다. 두려움에서 벗어나려고 며칠을 술과 전쟁을 했는지 모르겠다. 



어느 날 문득 거울 앞에서 생기도 없이 피폐해지는 내 모습을 보고 놀란다.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나 자신인지도 모르겠다. 



사우나탕이라도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에 민호를 데리고 집을 나선다. 대낮인데도 사우나탕에는 여자들이 많다. 



사우나탕에서 나오면서 휴대폰을 보니 걸려 온 통화 흔적이 남아 있었다. 전혀 알지 못하는 전화번호이기에 무시하고 미용실에 들러 오래간만에 머리를 만지고 나오는데 휴대폰 벨이 울린다. 사우나탕 안에 있을 때 걸려 온 그 전화번호이다.



요즘은 걸려 오는 전화도 없었다. 통화 버튼을 눌렀다. 반갑기도 하고 소름이 끼친다. 장현우의 목소리였다.



“지금 어디야? 집에 전화하니까, 안 받던데….”


“응, 미장원….”


“지금 만날 수 있어?”


“….”



그렇게 기다렸던 전화이지만 막상 목소리를 듣자 망설여진다. 만나자는 의도를 모르겠다. 혹시 이 지금 내 모습을 보고 있을 것만 같은 그가 두렵다.

그가 재차 물었다.



“지금 시내로 나올 수 있어?”


“나를 의심하면서 만나자는 거야?”


“그때는 내가 오해했어. 경찰들이 호텔 주변에 깔려 있기에….”


“어딘데?”


“강남 신천역 근처 글라스 호텔….”


“거기 위험하지 않아?”



나도 모르게 장현우를 걱정하고 있다. 어쩌면 그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서인지 모르겠다.



“염려 마! 지방이나 변두리보다 서울 도심에 있는 것이 더 안전해.”


“그러다가 잡히면 어떡해? 차라리 자수하는 게….”


“염려 말라니까! 경찰이 와도 피할 준비가 돼 있고, 중국으로 밀입국할 준비가 돼 있어. 일 년만 있다가 새로운 신분으로 다시 귀국할 거야. 마지막으로 보고 싶어….”


“….”



망설이는 동안 그가 다시 재촉하였다.



“전번에는 정말 미안해. 여기 글라스 호텔 704호. 지금 올 거지? 오랫동안 통화 할 수 없어.”


“알았어.”



어쨌든 나는 승낙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부리나케 민호를 데리고 친정으로 갔다. 사우나와 머리 손질을 해서인지 한결 생기가 있어 보였던 모양이다. 나를 본 친정어머니 표정도 밝아 보인다. 동창생 모임에 다녀오겠다면서 민호를 어머니에게 부탁했다.



연한 핑크색 블라우스와 치마 위에 가벼운 코트로 갈아입은 뒤, 승용차를 몰고 집을 나왔다. 거리는 붐비지 않아 한 시간 만에 신천동에 도착했다.



글라스 호텔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호텔 앞에서 잠시 망설였다. 대낮부터 호텔 주차장에 세워 놓은 승용차를 누군가 알아보지 않을까 해서….지하 주차장에 차를 주차했다. 한산하기만 한 호텔 프런트를 살펴보고는 곧장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도둑질이라도 하는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린다. 



704호 문 앞에 서서 잠시 주춤거리다가 문을 노크하였다. 소리 없이 문이 빠끔히 열리고 장현우의 모습이 나타난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장현우의 표정은 몹시 주위를 경계하는 거 같았다.



잡아끌듯이 나를 문안으로 들여놓은 그가 재빠르게 문을 잠근다. 창문 쪽에는 두터운 커튼이 내려져 있는 꽤 넓은 방이었다. 한쪽에 자고 일어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커다란 침대가 놓여 있다. 가운을 걸치고 있는 장현우를 향해 돌아서며 물었다.



“식사는 제때 하는 거야?”


“응, 지금 아무 말도 하지 말아 줘.”



그가 허겁지겁 나를 껴안았다. 



거친 그의 숨소리를 오래간만에 들으니, 그동안의 혼란스러움도 잊어버리고 흥분이 되었다. 그의 입술이 입술을 덮쳤다. 그의 가슴에 꼭 끌어안기니 녹아 버릴 것만 같은 심정이다. 격정의 키스를 하며 그가 중얼거렸다.



“나.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도희와 함께 죽어버리고 싶어.”


“죽는 건 싫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그의 열정으로 가득한 입술과 손길이 나를 자극한다. 그의 가슴을 파고드는 나의 신경들이 민감하게 살아난다. 그에게 입술을 빨리면서 온몸에 전율이 감돈다. 진한 키스를 퍼붓던 그가 나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며 내려다본다.



“도희를 누구에게도 뺏기기 싫어. 민호 아빠에게도…. 그래서 차라리 같이 죽고 싶어….”


“싫어! 무서워! 혹시, 나에게 보복하려는 거 아냐?”


“보복? 하하, 그냥 사랑하고 싶어….”



나는 정말 그의 대답이 듣고 싶었다. 내 주위를 감도는 의문의 안개를 걷어 내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대답도, 여유도 주지 않았다. 머리를 끌어안은 그의 혀가 내 입속으로 밀려 들어왔다. 다리에 힘이 풀린다. 내 몸이 균형을 잃고 휘청거린다. 



그가 나의 코트를 벗겨낸다. 그리고 블라우스와 치마, 브래지어와 팬티가 하나씩 벗겨져 나간다. 나는 알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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