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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의 여자 - 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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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서 그녀를 끌어안고 있으니 옛날 밤마다 뜨거웠던 그녀의 몸이 생생하게 떠 올랐다. 강 비서는 그런 태영의 모습에도 전혀 변함없이 꼿꼿이 서 있을 뿐이었다. 이윽고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띵 하는 소리가 났다. 문이 열리자, 아무 일도 없었던 듯 그의 품에서 빠져나와 강 비서가 먼저 걸어 나왔고 그 뒤를 태영 느릿느릿 걸어 나왔다. 



비서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일단의 사원들이 인사를 하는데 그중 몇 명은 태영를 바라보는 시선이 묘했다. 어리둥절한 표정, 누군가 하는 듯한 시선, 벌떡 일어나 인사하는 몇 명 직원을 보며 태영은 쓴웃음을 지었다.



"온 지 얼마 안 된 사원들인가 보군…. 사진으로 교육할 텐데 어리둥절하기는…. 후후…."



비서실 대기실에서 잠시 강 비서와 서 있는데 정면의 문이 열리면서 수명의 중년 남자들이 쏟아져 나왔다. 각자 서류철을 들고 있었는데 문을 열고 나서다가 태영과 눈이 마주치자 깜짝 놀라면서 고개를 숙이고는 인사했다.



과거 자신 밑에서 일하던 이사들이었다. 태영은 희미한 미소로 가볍게 답했다.



"죄송합니다. 회장님이 기다리십니다. 우선 먼저 안으로 들어가 보시죠."



또박또박 정확한 어조로 말하는 강 비서를 보며 태영은 쓴웃음을 지었다. 



"제가 이렇습니다. 하하…. 나중에 뵙도록 하죠…."



그는 고개를 돌려서 회장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 뒤를 강 비서가 쫓아 들어가 회장실 문을 닫았다. 



회장실 안쪽에 초로를 넘긴 한 남자가 널따란 책상에 앉아서 서류철을 검토하고 있었다. 다부진 어깨와 꽉 다문 입술이 나름 고집스럽게 보이는 인물이었다. 이 회사의 오너인 이철규 회장이었다. 태영은 그가 앉아 있는 책상까지 걸어가 고개 숙이며 인사했다.



"아버지, 부르셨습니까? 그사이 건강하셨지요?"



이 회장은 아들을 올려다보았다. 



잠시 인상을 쓰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소파가 놓인 테이블을 눈짓하며 가리켰다. 강 비서가 이 회장 곁으로 다가가자, 손을 들어 밖으로 나가라는 듯 흔들었다. 



"웬일이세요. 아버지…. 강 비서 통해 절 다 잡아 오시고…."



이 회장은 그런 그는 노려보며 말했다.



"아들을 부르는데 무슨 이유가 있어야 하냐? 대체 넌 요즘 뭘 하고 다니는 게야? 살펴보라는 안산 지사는 보지도 않고 자리 비우고 돌아다닌다며?"



태영은 양손을 맞잡아 깍지를 낀 채 탁자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미 보고서 다 올리고 마무리 지은 건인데요. 뭐, 임시로 감사차 내려갔으니 감사 끝나면 거기에 더 있을 필요가 없지요. 회장님…."그의 말도 틀린 게 아니라서 뭐라고 말하기가 어려웠다. 태영는 고개를 들어 이 회장을 바라보면서 말을 이었다.



"태수가 있는데 자꾸 제가 그룹 안을 쑤시고 다니면 그게 더 곤란할 수 있어요. 이제 태수가 자신의 체계를 갖추고 있는데…. "


이 회장이 헛기침을 하더니 태영에게 말했다.



"됐다! 그럼, 지난번에 말했던 유럽 지사 건은 어떻게 할 테냐? 어차피 유럽지사는 지금 막 설립되어 뿌리를 내려야 하니 사람이 필요한 곳이야. 상징적인 의미도 있고…. 새로운 곳이니 자유롭게 회사를 꾸려갈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그곳으로 가는 건 어떻겠냐."



"그런 곳이야말로 능력 있는 사람을 보내야죠. 아버지…. 저는 그런 곳에 갈만한 사람이 못되잖아요. 하하…. 전 지금이 좋아요. 마음도 편하고, 그냥 이렇게 지내는 게 좋아요…."



이 회장은 눈썹을 찌푸리며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이 녀석아, 인제 그만 용서하려고 하는 거야…. 그러지 말고, 가서 다시 시작해. 기회를 줄 테니 거기선 한번 네 맘대로 해봐. 한 10년 정도 마스터플랜을 가지고 일할 수 있게 해줄 테니까...."



태영은 잠시 표정이 굳었다가 다시 환하게 웃었다.



"아니에요. 아버지…. 전 정말 지금이 좋습니다. 그리고 아버지 말씀이 옳았어요. 제가 틀렸습니다. 저는 회사를 경영할 만한 자질이 안 됩니다."



이내 태영는 몸을 일으켜 고개를 숙였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렇게 본사로 안 오는 게 좋겠습니다. 오면서 잠시 봤는데 사람들이 당황해하더군요. 나중에 혹시 안산지사 건 같이 내부에서 처리해야 하는 일이 또 생기면 그땐 제가 다시 도울게요. 그럼..."



태영은 그대로 문을 열고 나갔다. 



이 회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늦둥이로 얻은 아들이다. 기대를 한몫 걸었던 아들인데 이렇게 되어버린 모습에 입안이 씁쓸했다. 하지만 태영을 그렇게 만든 건 정작 본인이었다. 노회장의 입에서 아주 긴 한숨이 새어 나왔다. 



차를 준비하던 강 비서는 태영이 회장실에서 나오자,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태영이 그녀 곁으로 다가갔다. 비서실 직원들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태영은 조용히 그녀에게 속삭였다.



"회장님과 면담은 끝났으니까 이젠 그만 연락하도록 해. 강 비서. 그럼 수고하고…."



태영은 천천히 긴 복도를 걸었다. 그리고 발바닥 아래로 느껴지는 대리석 바닥의 감촉을 되새기고 있었다. 



엘리베이터까지 이어진 긴 통로 좌우엔 간단한 회사의 발자취와 그간 주요한 회사의 상품이나 기념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룹의 역사가 벽면에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시된 곳이었다. 지금 그는 그룹의 역사를 거꾸로 역행하면서 걷는 중이다. 



거의 끝까지 왔을 때 정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일단의 사람들이 쏟아져 내렸다. 사람들의 시선이 태영에게 향했고, 그리고 사람들 사이를 헤치면서 내린 한 명의 남자가 있었는데 그건 바로 태영 자신이었다. 말끔한 슈트 차림에 머리에 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있는 날카로운 눈매의 또 한 명 태영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태영은 사람들을 헤치며 자신에게 걸어오는 자기 자신을 향해 미소 지었다. 



쌍둥이…. 1분 20초 차이로 내게 형 자리를 빼앗긴 녀석…. 그리고 지금은 내가 이어가던 그룹 후계자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녀석….



"태수, 오랜만이다…."



그의 뒤에 있던 사람들이 다시 한번 깜짝 놀란다. 아무래도 태수가 새로 기용하고 있는 사람들인 듯싶었다. 어차피 그룹 내에서 태영 자신의 존재는 이제 거의 지워져 갔다. 태영은 싸늘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랜만이네. 형…. 여기 본사엔 웬일이야?"



언제나처럼 차가운 표정의 태수가 태영를 보며 말했다.



태영은 자신을 형이라고 부르기 싫어서 버티다가 매일 아버지에게 맞던 태수의 어린 시절이 잠시 눈앞에 스쳐 지나갔다. 한동안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그의 입에 붙은 호칭이었다.



"회장님께서 부르셔서 만나 뵙고 나가는 길이다. 내가 너무 집에 오지 않으니까 호출하셨겠지만…."


"그렇군. 그럼 바빠서 먼저 갈게…. 언제 우리 형제끼리 자리나 한 번 만들어보자고…."



시간이 멈춘 듯 서 있던 태수는 태영에게 가볍게 목례했다. 그러고는 태영 옆으로 사람들을 이끌고 지나갔다. 



잠시 그렇게 서 있다가 나지막한 한숨을 쉬고는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버튼을 눌렀다. 태영은 생각에 잠겼다.  



아버지가 대를 이어 그룹을 키우고 있던 시절, 이상하게도 집 안에 자식이 귀했다. 아버지는 형제가 꽤 많았는데 아버지 이후 자식을 얻지 못하고 속을 태우시고 있었다. 그러다가 느지막한 나이에 갑자기 아들 둘을 얻었는데 그게 태영과 태수, 우리 쌍둥이다. 



하지만 이런 기업 행보에서 우리 쌍둥이의 탄생이 그리 좋은 게 아니었다. 차후 벌어질 후계 싸움의 씨앗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단 1분 20초 차이로 형과 아우가 갈렸지만 자라면서 태수는 그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강요로 형이라고 불렀지만, 태수는 태영을 인정하지 않았고, 또래의 경쟁 대상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었고, 태영은 태영대로 이미 형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도 끊임없이 반발하는 태수의 존재는 꺾어 버려야 할 존재로밖에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태영은 형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피땀을 쏟고 있었다. 장남이라는 타이틀과, 어려서부터 후계자라는 말을 들어 왔고, 아버지 같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얘기를

수 없이 들으며 자랐기 때문에 언제나 일등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되기 위하여 태영은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먼저 선제공격을 한 것은 태수였다. 그것도 가장 치명적이고 가장 치졸한 방법으로 태영의 것을 마구 빼앗아 가기 시작했다. 



그날은 임원 수련회가 끝나는 날이었다. 예정보다 하루 일찍 끝난 것은 태풍 탓으로, 하루 일찍 끝마치고 서울로 올라온 것이었다.



김 기사는 태영을 집 앞에 내려다 주고 아버지의 호출로 급하게 본사로 돌아갔다. 태영이 집 안으로 들어섰는데 이상하게 고요했다. 사람들의 인기척이 보이지 않았다. 물론 어머니는 지인들과 외국으로 여행을 떠난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집 안에 일하는 사람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상한 일이었다. 



태영은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다. 집 안 역시 조용했다. 그러나 신발을 벗으려는 순간 문 앞에 있는 신발에 깜짝 놀라고 있었다. 자기가 신는 것과 비슷한 남성용 단화, 그리고 앙증스러운 여성용 단화다. 



문제는 그 여성용 단화가 눈에 익어 보였다. 태영은 불길함에 발소리를 죽이며 2층으로 올라갔다. 그제야 나지막한 소리가 들려왔다. 묘한 소리, 고양이 소리 같기도 하고 무언가 우는 소리 같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려왔다. 



귀를 기울여 소리가 나는 방향을 찾았다. 짐작대로 태수의 방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분명했다.



태영은 우선 자기 방으로 들어가 짐을 내려놓고 창문을 열어 테라스로 나섰다. 집 구조상 방마다 테라스가 있었고, 그 폭이 그리 넓지 않아 힘껏 넘으며 건너편 방의 테라스로 건너뛸 수 있었다. 



태영은 운동화를 신고 조심스레 테라스 난간에 올라섰다. 2층이긴 했지만 나름대로 높이가 있었다. 떨어지면 죽지는 않아도 잘못 떨어지면 뼈 정도는 부러질 수 있었다. 



그는 침을 한번 삼키고 심호흡했다. 그리고 힘껏 건너편 테라스로 뛰었다. 생각보다 폭이 넓지는 않아서 금세 난간에 매달릴 수 있었다. 그리 큰 소리는 나지 않았다.



살금살금 걸어가 다시 맞은 편 테라스를 향해 섰다. 그곳은 태수의 방에 있는 테라스였다. 녀석은 평소에도 커튼을 치고 있는 녀석이라 열려 있을 리 만무했다. 



다시 심호흡을 하고 건너뛰었다. 미끈해서 한 발이 아래로 떨어졌다. 아까 건넜던 테라스보다 폭이 아주 조금 더 넓었던 것이었다. 눈으로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는데 실제 뛰어보니 생각보다 넓어서 하마터면 떨어질 뻔했다. 



한 발 내디딜 때마다 신발 아래에서 모레 밟히는 소리가 났다. 태영은 침이 마르는 것을 느끼며 태수의 방을 엿볼 수 있는 창가로 다가갔다. 



마침내 그는 창문가에 붙어 섰다. 그리고 창가에 귀를 붙이고 안에 들리는 소리에 귀 기울였다.



"태수 오빠. 아…."


"헉헉…. 헉헉…."


"아, 오빠…. 거기 아, 아파. 헉헉…."


"주연아. 다리 좀 벌려봐. 헉헉…."



순간 태영은 가슴이 막히면서 숨을 쉴 수 없었다. 안에서 들리는 소리도 소리였지만 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기 때문이었다. 설마 했던 생각이 현실로 그의 앞에 나타났다.



"악! 태수 오빠. 아…. 이상해. 뜨거워. 헉헉…."


여자애의 목소리는 분명 주연이었다. 



신주연, 자신의 나이보다 한 살 아래로 귀여운 여자애였다. 같은 재계 가문의 둘째 딸…. 양가 부친의 소개로 만나 알게 된 사이였는데 눈이 정말 예쁜 아이였다.  보고만 있어도 그냥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여자아이로 유난히 가늘고 호리호리한 몸매가 눈에 띄었다. 



거기에 찰랑거리는 긴 머리와 짙은 속 눈썹, 갸름한 얼굴, 그리고 연약해 보이는 분위기가 꼭 옆에서 지켜줘야 할 거 같은 여자애…. 처음 보는 순간부터 태영은 그녀에게 빠져들었다. 난생처음 그의 마음을 흔드는 여자아이였다. 



중2 때 만나서 2년 넘게 계속 사귀고 있었는데 그녀와 가끔 만나 손만 잡고 다녀도 행복했다. 그런 그녀가 지금 태수의 방에서 이상한 소리를 내고 있다. 그것도 태수 녀석의 품에 안겨서….



태영은 입안이 바짝 마르고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게 당장이라도 창을 깨고 들어가 태수 녀석을 죽여 버리고 싶었다.



"아흑…. 오빠…. "



주연의 신음이 높게 울려 퍼졌다.



"이러려고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내보낸 거냐? 이런 개자식…."



태영은 왜 집안에 인기척이 없는지, 왜 사람들이 없었는지 알 수 있었다. 어머니는 해외여행을 간 상태였고 아버지는 요새 긴급 프로젝트 때문에 거의 집에 오지 못하고 있었다. 고작 일하는 사람들 몇 명뿐이었으니 그 사람들만 내보내면 완벽하게 둘만의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거였다. 



부들부들 떨면서 창가에서 방 안을 엿볼 수 있는 곳이 없는지 틈을 찾고 있었다. 어떻게 하든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맴돌아도 태영이 서 있는 곳에서는 도저히 안을 볼 수 없었다. 



태영은 아주 대담하게 커튼이 가려진 창문을 가로질러 건너편으로 건너갔다. 혹시나 햇볕의 방향에 따라 자신의 그림자가 창문에 비칠 수도 있었지만 이미 그런 것을 생각할 이성 따위는 없었다. 순간, 커튼 사이로 틈이 보이는 곳을 찾아냈다.



"으악…. 오빠! 오빠!"



주연의 소리가 점점 더 빨라졌다. 



태영이 틈으로 들여다보니 태수의 벌거벗은 뒷모습이 보였다. 침대에 무릎 꿇고 앉아서 허리를 흔들고 있었는데 앞으로 밀 때마다 엉덩이 근육이 불쑥불쑥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아주 가녀린 여자애가 있었다. 머리를 풀어 헤치고 엉덩이를 위로 한 채 고개를 방문 쪽으로 돌리고 신음을 질러대고 있었다.



"주연의 몸매가 저랬나? 아니야. 너무 말랐어. 그리고 엉덩이가 저렇게 크지 않아. 아니야…. 저건, 주연이가 아니야."



태영은 마음이 잦아드는 것을 느꼈다. 그 순간 태수가 엉덩이를 쑥 빼며 뒤로 물러섰다. 태수에게서 가려져 있던 여자애의 모습이 드러났다. 아주 가느다란 허벅지 사이로 벌어진 그녀의 사타구니가 적나라하게 태영 눈 앞에 펼쳐졌다. 선홍빛 속살에 구멍이 뻥 뚫렸다가 서서히 오므려지는 보지 주변에는 털이 잔뜩 나 있었다.



"아…. 오빠…."


여자애의 칭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야…. 주연이는 저렇게 털이 많지 않을 거야. 아직 가슴도 크게 나오지 않았는데…."



순간 태수가 그녀를 바로 눕혔다. 



고개 돌리고 있던 그녀의 얼굴과 앞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리고 태영은 주먹을 꽉 쥐고 이를 악물었다. 그의 눈에서 피눈물이 흘러넘치는 것처럼 눈앞이 붉어졌다. 자신의 마음속에 담아둔 소녀…. 마치 봄날의 연둣빛 새싹 같은 그녀가, 그냥 보기만 해도 좋았던 그녀가 지금 태수에게 다리를 벌리고 태수의 자지를 받아드리고 있었다.



태영이 주연을 만나고 있는 것은 양가 부모님도 아는 일이었다. 당연히 태수도 그녀를 만나는 것에 대해 알고 있었다. 태수를 향한 살의가 크게 솟구쳐 올랐다. 분노로 머리가 돌아버릴 거 같았다. 머릿속 혈관들이 하나하나 터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우선 집에서 나가기로 했다. 지금 집 안에 들어가면 태수는 물론 자신을 속여 온 주연이 마저 죽여 버릴지 모르겠다. 태수의 머리를 빠개고 싶었다. 주연의 작은 머리도 망치로 깨버리고 싶었다.



"살인자가 될 수는 없어. 시팔…."



후들거리는 손발을 주체할 수 없어서 잔디밭을 거의 기어서 대문으로 갔다. 온몸에 풀물이 들고 흙이 묻어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긴 시간 기어서 대문에 도착한 태영은 집 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깐 1층 거실 창문에 사람 그림자가 보였다. 남자애의 그림자…. 그리고 깨달았다. 자신이 오늘 하루 일찍 돌아온다는 사실을 태수도 알고 있었음을….



기사가 자신을 데리러 마중까지 나왔는데 그 녀석이 모를 리 없었다. 태영은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그래, 개새끼…. 이것이 나한테 던지는 선전포고냐? 시팔…. 그래, 어디 해보자. 개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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