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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야설) 그녀는 겨울의 바다를 닮았다 - 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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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까. 도대체 뭐 하자는 거지.’


한참 샤워 중인 윤재는 여전히 고민에 빠져 있었다.

설영과 모텔에 왔고, 계산도 그녀가 했다.

그리고 그녀는 먼저 샤워를 하고 나온 뒤 샤워를 하지 않으려는 자신을 억지로 화장실로 밀어 넣었다.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물론 삼십 년 넘게 살면서 딱 한 번 있는 일이다.

삼십 년에 한 번이면 없으라는 법도 없다.

하지만 설영의 행동들이 윤재는 쉬이 이해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녀는 도대체 뭘까?

뭔가 사건을 만들어 돈을 뜯으려는 꽃뱀 같은 걸까?

아니면 자는 틈에 지갑을 훔쳐 도망치는 도둑?

혹시 약에 취해 자고 일어나면 장기가 없어지는 상황?

물줄기를 맞으며 온갖 망상에 사로잡혀 있던 윤재는 이윽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비록 오늘 반나절이었지만 그녀는 결코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 그건 윤재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샤워를 마친 뒤 옷을 입고 나온 윤재의 눈에 설영의 모습이 가장 먼저 들어왔다.

샤워가운을 걸치고 침대에 누워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그녀.

샤워가운은 아까부터 입고 있었기에 적응이 됐지만, 막상 침대에 누워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윤재의 정신이 아득해졌다.

화장실에서 나온 윤재를 발견한 설영이 텔레비전을 끄며 몸을 일으켰다.


“샤워하고 옷을 또 입었어요? 그러고 자게요?”

“예. 전 원래 이러고 자서.”


말을 하며 윤재는 방구석에 놓여있는 소파로 슬금슬금 다가갔다. 소파에서 잘 요량이었다.

설영이 무슨 생각에서인지 그런 윤재의 의도를 원천 차단했다.


“불편하게 소파에서 잘 생각이면 제가 바닥에서 잘 거예요!”


막 소파에 올라가려는 윤재가 어정쩡한 자세로 설영을 바라봤다.


“네, 네?”

“그러니까 침대로 와서 자라구요.”

“침대엔 설영 씨가 계시잖아요.”


설영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근데요? 누가 옆에 있으면 못 자는 스타일?”


“아니 그 얘기가 아니 잖...!”


윤재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설영이 다가와 윤재를 막무가내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침대로.

설영은 윤재를 침대에 눕히곤 자신도 따라 옆에 누웠다.

침대에 나란히 누워 있는 두 사람.

조용한 가운데 설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불편해요?”

“예.”

“뭐가 불편한데요?”

“그냥 옆에 설영 씨가 있으니까.”

“그게 왜 불편해요?”


문답의 쳇바퀴다.

이런 식이면 쓸데없는 논쟁의 소모전일 뿐이었다.

참지 못한 윤재가 몸을 일으키며 무언가 말하려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옆에 누워 있던 설영이 윤재의 몸에 올라타 앉았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두 사람은 한동안 서로를 말없이 바라봤다.

침대에 누워 있는 윤재는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설영을 올려다보고 있었고, 설영은 긴 흑발을 길에 늘어뜨린 채 윤재를 빤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윤재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 안 한다면서요.”


윤재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살짝 떨리기까지 했다. 그에 비해 설영의 목소리는 대조적일 만큼 또렷했다.


“제가 뭘 하려는 줄 알고 그런 말을 하는 거죠?”

“지, 지금 하려는 거.”

“제가 아까 안 한다고 한 건 지금 하려는 짓이 아닌데요? 제가 언제 아까 섹스라고 딱 잘라서 말했나요?”


설영의 입에서 섹스란 말이 거침없이 흘러나왔다. 횟집에서 이어 또 다시다. 윤재가 놀라 목소리를 높였다.


“네? 아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뭐가 말이 안 돼요. 그냥 저랑 편하게 하면 되는 거예요. 섹스.”


또 섹스.

오히려 윤재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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